인공지능과 전기차, 우주, 로봇 등 인류 발전과 함께 할 신기술 분야를 손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새로운 코너 '테크Talk'를 시작한다. 새해 2024년 1탄으로 '오픈 AI와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IT전문 스토리텔러인 나혜원 작가의 기고를 받아 게재한다. <편집자주>

 

IBM과 메타를 중심으로 결성한 AI연망 소개 사진. 출처=IBM
IBM과 메타를 중심으로 결성한 AI연망 소개 사진. 출처=IBM

 

“오픈 소스 방식의 새로운 AI를 만들겠습니다.“

2023년 12월 AI 연맹(얼라이언스)이라는 새로운 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샘 알트만이 오픈AI CEO로 복귀한 지 10여 일이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2015년 구글에 대항해 오픈AI가 결성되었던 것처럼, 그들은 오픈AI의 폐쇄 정책에 맞서, 오픈 소스 방식의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단체였다. 샘 알트만의 해임과 복귀, 연이어 등장한 새로운 AI 연합 전선은 2024년 AI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들의 발 빠른 움직임은 AI 시장의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57개의 기업과 단체가 뭉쳤다, AI 연맹(얼라이언스)

AI 연맹은 오픈 소스를 지향하며 만들어진 연합체다. IBM을 비롯해 메타, 오라클, 인텔, AMD 등 세계적인 IT기업과 코넬 대학, 도쿄 대학, 노터데임 대학 등 많은 학술 기관이 연맹에 참여했다. 참여 명단에는 미 항공우주국 NASA와 내셔널 과학재단(NSF) 등 영향력 있는 기관들도 포함되어 있다.

챗GPT의 인기는 아직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기업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AI 연맹은 이들의 초조함과 시장 선점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만들어진 연합체이기도 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경쟁보다는 협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의 투명한 혁신과 책임 있는 발전을 이뤄나가자는 것. 한마디로 오픈 AI, 구글 같은 기업이 기술을 독점하고 산업을 선점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AI 소스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오픈 AI와 마이크로소프트 연합에 맞서기 위한 연합체였다.

그런데 구글이 최근 들어 다소 의외의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AI 연맹의 일원으로 활동 중인 허깅페이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다. 허깅페이스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AI 관련 소스를 공유할 수 있는 오픈 소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번 협약으로 개발자들은 허깅페이스의 자료와 기술을 연구할 때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글이 소스를 직접 오픈 한 것은 아니지만 오픈 소스 진영에 어느 정도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과 더불어 AI 연맹의 주축인 메타는 대형언어모델인 라마2를 오픈 소스로 공개하며, 개발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메타의 최고 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소프트웨어의 소스가 개방되면, 더 많은 개발자들이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오픈 소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머와 두머’가 격돌했던 2023년의 인공 지능 시장은 2024년 폐쇄 진영과 오픈 진영의 대결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머(Boomer) : 활발한 인공 지능 기술 개발로 우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공 지능 개발 찬성론자. 규제에 앞서 개발을 우선시 함.

두머(Doomer) : 인공지능 개발에 앞서 위험에 대비할 대책과 규제 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회의론자.

 

오픈AI가 지난 1월10일 출시한 GPT스토어인 'GPTs'. 출처=오픈AI
오픈AI가 지난 1월10일 출시한 GPT스토어인 'GPTs'. 출처=오픈AI

 

오픈 AI의 세상을 넓혀라

샘 알트만의 복귀 후 오픈 AI의 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그는 지난 해 소문으로 떠 돌던 AI 칩 생산을 수면 위로 올려, 여러 반도체 기업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GPU 시장에서 좀 더 원활하게 AI용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전용 AI칩이 개발된다면 AI 성능 향상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무엇보다 샘 알트만은 오픈AI 중심의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오픈 AI는 지난 해 3월부터 기업용 챗GPT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미 사용료를 지불한 많은 기업들이, 챗GPT를 활용한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1월 초에는 GPTs를 발표했는데, 챗GPT API에 비해 훨씬 쉽고 빠르게 AI 비서를 만들 수 있다. 코드 입력없이 원하는 기능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GPT가 알아서 앱을 만드는 방식으로, 누구든 쉽게 AI 앱 개발자가 될 수 있다. 뒤이어 올 1월에는 지난 해 오픈 예정이었던 GPT 스토어(GPTs)를 오픈 했다. 다양한 챗GPT를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마치 앱스토어에서 스마트폰용 앱을 판매하는 것처럼 AI 앱들을 사고 팔 수 있는 곳이다.

오픈 AI는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인터페이스를 좀 더 쉽게 바뀌었다. 개발자는 상품을 쉽게 만들어 팔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었고, 사용자들은 필요한 앱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주었다.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AI 기술을 편히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오픈AI는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던 순서대로 AI 시장을 확장해 가고 있다. 챗GPT를 앞세운 기선 제압의 시기를 지나 이제 본격적으로 오픈 AI의 기술을 세상에 뿌리기 시작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AI 프로그램, 승자는 누가 될까

샘 알트만 해임 사건은 AI 업체들에게 시장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여겨진 듯하다. 경쟁사들은 챗GPT에 집중되었던 사용자의 관심이 조금 시들해진 틈을 타 속속 거대언어모델(LLM) AI를 내놓았다. 구글은 작업의 복합성에 따라 버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미나이 프로와 나노를 선보였고, 일론 머스크의 xAI는 인간의 유머를 이해한다는 그록을 발표했다. 챗GPT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내놓은 프로그램들이었지만 챗GPT의 성능을 좀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하지만 이러한 격차는 2024년을 기준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메타에서 라마3를 발표할 예정이며, AI 연맹을 통해 빠르게 성능을 향상시킬 것이 분명하다.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제미나이 울트라도 올 해 발표될 예정인데 이미 기존 제미나이 성능이 높게 평가받고 있는 터라 더 빠르고 효율적인 AI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샘 알트만 해임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AGI(인공일반지능)’의 방향은 올 해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AI 연맹은 소스 공개를 통해 ‘안전한 AGI’를 만들려 노력할 것이며, 샘 알트만은 복귀 후 첫 번째 편지에서 밝힌 것처럼 ‘유익한 AGI’를 만들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리고 이미 여러 곳에서 AGI의 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성과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수학을 풀 수 있는 AI 프로그램은 AGI 개발의 가능성을 확 높여주었다. 지난 해 오픈 AI 내부에서 비밀리에 개발되었던 큐스타는 기본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어 관심을 끌었다. 기본 수학을 푸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일까 생각하겠지만, 수학은 추론 능력이 필요한 어려운 작업이다. 챗GPT를 비롯해 거대언어모델(LLM) AI는 사람이 집어 넣어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료를 찾아주거나 훈련된 자료로만 응답을 내 놓을 수 있다. 스스로 논리적인 추론을 한다거나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간과 인공 지능을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으로 추론 능력이 남아 있었는데, LLM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큐스타가 바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낸 것이다.

2024년 1월, 구글 또한 수학을 풀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네이처지를 통해 발표된 ‘알파지오메트리’ 시스템은 구글 딥마인드와 뉴욕대가 공동 연구한 프로젝트로 기하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성형 AI에서 AGI로 나아가기 위해 앞으로 수년 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수학을 풀 수 있는 AI 시스템의 개발로 예상보다 빠르게 AGI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AI 시장을 제패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규제법인 AI법이 유럽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언론사나 작가들이 저작권 위반으로 AI 개발사를 고소하더라도 빠르게 전진하고 있는 AI의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4년은 생성형 AI를 뛰어넘어 어떤 새로운 형태의 AI 모델이 등장할까? 어떤 것이 인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지 고민이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나혜원 작가 - 컴퓨터 잡지를 시작으로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활동했다. '국제 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어요', '착한 소비가 뭐예요', '모바일 비즈니스 성공 리포트' 등 다수의 책을 집필한 어린이 논픽션 동화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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