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전기차, 우주, 로봇 등 인류 발전과 함께 할 신기술 분야를 손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새로운 코너 '테크Talk'를 시작한다. 새해 2024년 1탄으로 '오픈 AI와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IT전문 스토리텔러인 나혜원 작가의 기고를 받아 게재한다. <편집자주>

 

“샘 알트만이 CEO로 복귀합니다.”

오픈 AI는 해임 5일 만에 샘 알트만이 회사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해임을 주도했던 이사회 임원들이 모두 해임되었고, 새로운 이사회가 꾸려졌다. 샘 알트만이 제 2의 스티브잡스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는 오히려 지원군까지 이끌고 당당히 돌아왔다. 쿠데타는 실패였다. 아무도 모르게, 긴급히 추진됐던 CEO 해임 쿠데타는 왜 실패한 것일까?

 

오픈AI 직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 X에 샘 알트만 CEO의 복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오픈AI 직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 X에 샘 알트만 CEO의 복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는 전원 사임하라!

이사회의 CEO 해임 발표는 예상 외의 물길로 흐르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반대 서명을 시작했고, 투자사들은 알트만을 복귀시키라 압박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것은 샘 알트만에 대한 직원들의 지지였다.

해임 발표 후 직원들은 이사회에 CEO 복귀를 요청했지만, 이사회는 오히려 새로운 임시 CEO를 발표해버렸다. 직원들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20일 오전부터 직원들 사이에 성명서가 돌기 시작했다. 이사회 전원 사임과 샘 알트만 복귀를 원한다는 성명서였다. 700명 넘는 직원들이 서명을 했는데, 전체가 770명인 것을 감안하면 90% 넘는 구성원이 찬성 표시를 한 것이다. 이들은 한 술 더 떠 샘 알트만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을 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회사의 임원들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인 X를 통해 “OpenAI is nothing without its people” 이라는 문구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는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자신들이 실패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성명서 명단에는 누구도 예상 못한 의외의 사람이 포함되어 있었다. 샘 알트만의 해임을 주도했던 일리야 슈츠케버였다. 일리야 슈츠케버는 X에 다음 과 같은 짧은 글을 올렸다. 이를 본 샘 알트만은 슈츠케버의 글에 하트 세 개를 보냈다. 쿠데타의 실패가 확실해졌다.

 

샘 알트만이 슈츠케버의 트윗에 하트 3개로 리트윗을 한 사진. 슈츠케버 "이사회 움직임에 동참했던 것을 깊이 후회합니다. 오픈 AI를 위험에 빠뜨릴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모든 것을 사랑하며, 회사가 다시 통합될 수 있도록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샘 알트만이 슈츠케버의 트윗에 하트 3개로 리트윗을 한 사진. 슈츠케버 "이사회 움직임에 동참했던 것을 깊이 후회합니다. 오픈 AI를 위험에 빠뜨릴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모든 것을 사랑하며, 회사가 다시 통합될 수 있도록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로 입성한 알트만의 지원군, 브렛 테일러와 래리 서머스

샘 알트만은 돌아왔다. 해임 통보 후 5일만이었다. 그는 복귀 일주일 후 블로그에 장문의 편지글을 올렸다. 맨 처음 그가 한 말은 ‘자신이 돌아왔으며, 이사회는 새로 꾸려진다’는 것이었다. 쿠데타 참여를 후회한다는 글까지 남겼던 일리야 슈츠케버는 이사회 임원에서 해임되었다. 편지에서 알트만은 슈츠케버의 행동에 어떤 앙금도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오픈AI 내에서 슈츠케버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든 상태였다. 일론 머스크는 이 틈을 비집고 자신에게 오라며 공개적으로 영입 제안을 했지만 슈츠케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샘 알트만은 복귀와 함께 이사회를 신속히 장악했다. 일리야 슈츠케버, 아담 디안젤로, 타샤 맥컬리, 헬렌 토너 중 이사회 일원으로 살아남은 사람은 아담 디안젤로 한 명 뿐이었다. 아담 디안젤로는 샘 알트만이 복귀하는데 있어 이전 이사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트만은 자신을 지지하는 새로운 인물들을 이사회 전면에 내세웠다. 새 의장을 맡은 브렛 테일러는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이었다. 전자상거래회사인 소피파이의 이사회 임원이자 세일즈포스의 공동 CEO,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 트위터의 마지막 이사회 의장이기도 했다. 새로 영입된 이사회 임원에는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래리 서머스도 포함되었다. 사람들은 새로 영입된 이사회 임원들을 보며, 샘 알트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이사회에 생긴 또 하나의 변화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사회 입성이었다. 비록 투표권 없는 참관인 자격이지만, 이사회 내의 입지가 커진 것은 분명했다. 학계와 거버넌스 활동가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오픈AI 이사회가 이제는 비즈니스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이것은 오픈AI가 머지않아 비영리 법인이 아닌 전형적인 실리콘벨리의 빅테크 기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제 미션은 ‘유익한 AGI(일반인공지능)’?

새로운 의장이 된 브렛 테일러 또한 오픈AI 이사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갔다. 앞으로 이사회는 오픈AI의 기업 지배 구조를 강화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며, AI와 관련된 폭넓은 경험을 갖춘 다양한 이사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 안에는 이번 사건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한 독립 위원회를 소집할 계획도 포함되었다. AI의 기술 개발과 안전에 대한 논의에서 오픈AI의 중심적 역할을 이해하고 있으며, 구성원 모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도 표현했다. 브렛 테일러의 편지는 ‘안전한 AI’를 강조했던 이전 이사회의 목소리와 달리 ‘유익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일반인공지능)를 지향하는 샘 알트만을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오픈AI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회사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의 미션과 이사회의 고유한 특성에는 아직 변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오픈AI가 더 이상 비영리 재단이 아닌 새로운 기업의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샘 알트만이 편지 말미에 남긴 말은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들었다.

“저는 여러분 모두와 함께 ‘유익한 AGI’를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샘 알트만의 복귀는 오픈 AI 뿐 아니라 AI 시장에 이미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나혜원 작가 - 컴퓨터 잡지를 시작으로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활동했다. '국제 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어요', '착한 소비가 뭐예요', '모바일 비즈니스 성공 리포트' 등 다수의 책을 집필한 어린이 논픽션 동화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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