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전기차, 우주, 로봇 등 인류 발전과 함께 할 신기술 분야를 손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새로운 코너 '테크Talk'를 시작한다. 새해 2024년 1탄으로 '오픈 AI와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IT전문 스토리텔러인 나혜원 작가의 기고를 받아 게재한다. <편집자주>

 

“손님용 출입증을 목에 걸고 이 문을 통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입니다.”

2023년 11월 19일 샘 알트만은 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짧은 글을 올린다. 사진에 등장한 장소는 오픈AI 본사 입구. 오픈 AI의 설립자이자 CEO인 샘 알트만은 무슨 이유로 직원 출입증을 박탈당한 것일까?

 

샘 알트만이 오픈AI에 임시출입증을 받아 들어서고 있다. 
샘 알트만이 오픈AI에 임시출입증을 받아 들어서고 있다. 

 

챗 GPT의 아버지가 쫓겨났다?

2023년 11월 18일 뉴스를 보던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오픈 AI의 CEO인 샘 알트만이 이사회로부터 전격 해임되었다는 소식이 방송에 나왔기 때문이다. 오픈 AI 이사회가 내놓은 해임 이유는 간단했다. 샘 알트만이 이사회와의 소통에서 일관되게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책임을 행사할 수 있는 이사회의 능력을 저해했다는 것이었다.

샘 알트먼의 해임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왔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하는 샘 알트만과 미션을 지키고 싶어하는 이사회의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이라 평가했다. 사실 이러한 갈등은 이미 CHAT GPT 3.5가 발표된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AI를 바라보는 두 시선

2022년 챗 GPT 3.5가 발표되자 산업계는 AI의 폭발적인 성능 향상과 발전 가능성에 흥분을 금치못했다. 20년에 걸쳐 완성된 인간 게놈 지도를 몇 개월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AI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불완전한 AI가 가져올지도 모를 어두운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2023년 3월 비영리단체인 ‘퓨쳐 오브 라이프’(Future of life Institute)는 거대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6개월간 AI개발을 일시정지하자는 서명 운동을 펼쳤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스티브 워즈니악(애플 공동 창업자) 등 1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퓨쳐 오브 라이프는 공개 서한을 통해 ‘AI 개발자들이 걷잡을 수 없는 개발 전쟁에 휘말려, 자신들도 이해, 예측, 제어할 수 없는 강력한 디지털 마인드를 만들어가려 하고 있다’며 이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개발 중단이 아니라 인류가 AI를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시간을 갖자는 것이었다.

알트만 역시 AI의 위험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조금 달랐다. 알트만은 AI를 단계적으로 배포하되, 전 세계가 협력하여 AI를 규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 중단보다는 AI를 활용해 인간의 능력을 더 끌어올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경영 귀재가 선택한 방법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챗 GPT 3.5는 발표 2개월만에 사용자가 1억명에 달했다. 그때까지 발표된 어떤 것도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빠른 사용자 증가는 그만큼 적자폭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2022년 말 현재 오픈 AI의 적자폭은 700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투자와 경영의 귀재로 유명했던 샘 알트만은 투자 유치와 다양한 상품 출시로 매출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알트만은 AI 개발을 넘어 하드웨어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엠비디아에 견줄만한 AI칩과 AI 지원 아이폰 같은 하드웨어를 만들고 싶어했다.

알트만의 공격적인 투자 유치는 오픈AI 이사회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보였다. 무엇보다 대규모언어학습모델(LLM)에 특화된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 중동의 자금까지 유치하려는 알트만의 계획은 다른 이사회 구성원들과 합의된 사항이 아니었다. 이사회는 여전히 안전한 AI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핵심 미션이었고, 자신들의 이념과 맞지 않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픈 AI의 이름으로 투자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불만이었다. 샘 알트만의 움직임은 결국 이사회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마침내 그들은 ‘STOP’을 외쳤다.

 

이사회의 역설

오픈 AI 이사회는 샘 알트만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열었다. 6명의 위원 중 4명이 알트만의 해고에 찬성했다. 이사회 의장인 그레그 브록먼과 샘 알트만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 모두 해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AI 분야의 주역이자 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스타 CEO를 해임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일리야 슈츠케버, 아담 디안젤로, 타샤 맥컬리, 헬렌 토너가 그 주인공들로, 사람들은 그들을 쿠테타 4인방이라 표현했다. 오픈 AI의 핵심 개발자인 일리야 슈츠케버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오픈 AI에 어떠한 금전적 연관성이 없는 사외 이사였으며, 심지어 보수도 받지 않고 있었다. 아담 디안젤로는 페이스북 CTO출신으로 지식공유플랫폼 쿼라 CEO이며, 타샤 맥컬리는 AI 거버넌스 전문가다. 헬렌 토너는 조지 타운대 보안 및 신흥 기술센터 전략이사다. 이들은 모두 AI가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잘 지켜보며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맨 처음 오픈AI가 만들어질 때 생각했던 방향대로 말이다.

사람들은 지분 하나 없는 사외 이사들이 CEO를 해임시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알트만의 해임은 비영리 재단의 이사회가 이사들의 해임 권한과 수익 배분을 결정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미션을 향해 충실히 나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재단의 이사회’는 미션에 위험을 느끼자 이사회 설립자인 샘 알트만을 해임시켰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AI가 인간을 ‘미션과 목표의 걸림돌’로 인식하는 순간 우리에게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나혜원 작가 - 컴퓨터 잡지를 시작으로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활동했다. '국제 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어요', '착한 소비가 뭐예요', '모바일 비즈니스 성공 리포트' 등 다수의 책을 집필한 어린이 논픽션 동화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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