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더클라쎄 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정혜윤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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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이 늘어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중소형 기업들에게 조기에 자본 조달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에 초기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투자 회수 경로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이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바이오 기업들의 전용 제도였으나, 최근에는 AI 기술 기업들의 기술특례상장 시도가 대거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전문평가 기관에서 기술특례상장평가를 총괄하여 심사했던 전문가로서 AI 기업들의 기술특례상장 성공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2023년 변경된 가이드라인에서 한국거래소가 제시하는 AI 기업의 주요 평가 요소는 데이터의 양과 질, 처리 속도 그리고 예측의 정확도이며 실무에서 평가위원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바로 AI 비즈니스 모델의 사업성이다. 실제 상장 평가했던 기업들의 예시를 통해 각 평가요소를 설명하고자 한다. 상장평가의 심사위원은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기업명은 이니셜로 처리하였다.

데이터의 양과 질

AI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의 양과 질을 통해 기술의 차별성과 모방 난이도를 평가하게 된다. GIGO(Garbage In, Garbage Out)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데이터의 품질의 AI 모델의 품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고품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음을 제시하는 것이 AI 기업들의 중요한 상장 준비 전략 중 하나이다.

직접 심사위원으로서 평가했던 자연어 처리 기술을 보유한 K 기업은 오래된 업력을 통해 확보한 다양한 고품질의 데이터를 주요 강점으로 내세웠다. 20여 년간 쌓아온 다양한 고품질의 자연어 데이터를 강조하였으며, 이를 통해 신생 AI 기업들과 차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또 다른 평가 사례로, 인공지능 의료 영상 진단 기술을 보유한 C 기업이 있다. 해당 기업은 국내 빅5 병원 중 한 곳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해당 병원으로부터 구하기 어려운 고품질의 희귀 질환 영상 데이터들을 제공받았다는 점을 제시하여 상장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획득하였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가 타사에서는 구하기는 어려운 고품질의 데이터이며, 이를 통해 차별된 AI 모델을 구축하였음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모델의 처리 속도와 예측의 정확도

AI 모델의 처리 속도와 정확도는 상장평가가 아니더라도 AI 기술에서 당연히 중요한 요소이다. 상장평가에서는 이러한 지표를 심사위원들에게 제시하여 기술력이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AI 모델의 속도와 정확도를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증명하는 방법은 바로 비교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의 AI 결과물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거나, 다른 기업과의 입찰 경쟁이나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직접 상장평가를 했던 인공지능 플랫폼 M 기업의 경우에는 다른 기업과의 비교 자료를 상당히 많이 제시하였다. 대기업의 AI 모델을 이용한 음성 합성 결과와 자사의 음성 합성 결과를 순차적으로 들려주는 등 심사위원들이 AI 결과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 좋은 기술성 점수를 받았다.

또 다른 사례로 E 보안 기업의 경우, 시중은행에서 이루어진 BMT(Benchmark Test) 결과를 제출하였다. 해당 결과에는 여러 기업의 솔루션을 테스트하였으며 평가대상 기업 솔루션의 성능이 가장 우수하여 최종적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직간접적인 비교 결과가 기술성 평가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AI 비즈니스 모델의 사업성

실무에서 평가위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AI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상장한 후에 비즈니스 모델이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여부가 평가된다.

소프트웨어 기업들 중 정부 사업이나 SI(System Integration) 사업의 비중이 큰 기업들이 많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SI 성격의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은 상당히 유의하여 평가를 준비해야 한다. 비즈니스 전략이 불명확한 기업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향후 이익을 낼 수 있는 마일스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며, SI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은 자체 솔루션 비중을 늘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여러 기업의 실제 상장평가 사례를 통해, AI 기업들이 상장 평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종합적으로 보면 AI 기업들도 역시 다른 기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술의 차별성과 사업성이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기술의 차별성을 증명하고 세부적인 사업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점점 더 높아지는 코스닥 상장 문턱을 넘으려면 위의 요소들을 고려한 철저한 상장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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