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더클라쎄 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정혜윤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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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들어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개편되고 상장 평가 가이드라인이 전면 수정되었다. 신설된 초격차 기술특례제도 하에서 일명 딥테크 기업(인공지능, 반도체, 2차 전지 등)들은 이제 2번의 평가가 아닌 단수평가(1번의 기술평가) 만으로 기술성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즉, 완벽히 상장 평가를 준비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한국거래소와 전문평가 기관에서 기술특례상장평가를 총괄하여 심사했던 전문가로서 변경된 가이드라인에 맞는 상장 준비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업성에 대한 중요도 커져

기존에는 모든 산업 분야에 동일한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었다면, 전면 수정된 가이드라인 하에서는 산업별로 다른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다만, 여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변경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사업성에 대한 중요도가 커진 것이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된 코스닥 상장사들의 재무 건전성 악화에 따른 연이은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 보호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거래소에서도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서는 이러한 평가 기조를 기술성 평가 다음 단계인 거래소 심사 단계에 적용하고 있었다. 이번 개편을 통해 사업성 검증 절차를 그 앞 단계인 기술성 평가에도 적용한 것이다.

기업들은 현재 손실을 내고 있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상장 후 3년 이내에 수익성을 개선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경우 SI 사업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룬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 특히 사업 모델과 그 전략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수년 전 SI 사업 위주의 기업들이 상장된 이후 중구난방의 SI 사업들과 재무 개선의 불명확함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히스토리 때문에 한국거래소와 전문평가 기관은 SI 사업을 더욱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SI 사업 외의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하며,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수익 창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세분화된 시장성 평가 가이드라인

사업성 평가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시장성 평가 방법도 구체화되었다. 시장성 평가는 전체 시장(TAM, Total Available Market)이 아니라 수익 시장(SOM, Serviceable Obtainable Market)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단순히 전체 시장이 크다는 자료를 제시해서는 안 되며 구체적으로 해당 시장의 어느 정도를 점유할 수 있는지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기존에는 인공지능 기술 기업들이 상위 시장인 글로벌 AI 시장 규모를 인용하여 자사 제품의 시장 크기가 상당히 크다고 주장했었고 이러한 시장성 자료만으로도 기술성 평가 통과가 가능했다. 이제는 구체적인 수익 시장을 제시하고 기업의 시장 점유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이 아닌 국내 자연어 처리를 이용한 검색 시장을 제시하고, 해당 시장의 플레이어들과의 기술 격차, 보유 고객사와 추정 시장 점유율을 제시해야만 한다.

전체 시장 규모가 큰 것보다는 점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시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오 기업의 경우 예를 들어, 경쟁적인 전체 항암 시장을 제시하는 것보다 플레이어가 많지 않고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희귀암 시장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높은 시장성 평가 점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업은 고품질의 데이터 제시가 필수적

수많은 AI 기업들의 상장 시도가 이어지면서 데이터에 대한 평가 기준이 강화되었다. 인공지능 기술 기업들은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델 자체보다는 데이터 검증을 강화하는 것으로 방향성이 잡힌 상태이다. 고품질의 데이터를 이용할 경우 고성능의 모델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이 확보하기 어려운 고품질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AI 기업들이 기술의 차별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비교 자료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국내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비교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평가를 하는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근거 자료가 있어야지만 그에 따른 평가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AI 기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비슷한 솔루션과 비교를 하거나, 해외 기업의 제품과 비교하는 등의 방식으로 차별성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임상 실적 검증 강화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바이오 기업들을 위해 만들어졌던 제도인 만큼, 수많은 바이오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 발판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앞서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의 임상 실패가 이어졌고 이는 곧 주가 하락과 투자자들의 손실로 연결되었다. 이에 따라, 기술특례상장평가에서도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임상 기준이 높아졌다.

이제는 기술특례상장평가에서 임상 2상 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의 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 임상이나 허가 실적이 없다면 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이나 공동 연구 내역을 통해 기술력이 있음을 주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IPO 문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스닥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각 산업 분류 가이드라인에 적합한 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에 따른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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