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

국회 신성장산업포럼이 6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2023년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종합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이 발표한 기념사 전문을 특별연설 코너에 게재한다. <편집자주>

'2023년도 국회 신성장 산업 포럼 종합토론회-의회 중심의 신산업 지원 거버넌스 구축' 개최를 뜻깊게 생각합니다.  토론회 준비에 애써주신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회원 여러분과 관계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처음 시행된 이래 정부주도 형태의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습니다.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세계 10위권 규모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 산업을 선제적으로 집중 육성했고 그 결과 한국은 세계적인 IT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 출처=국회의장실
김진표 국회의장. 출처=국회의장실

 

이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미중 기술패권경쟁, 유럽과 중동 전쟁의 장기화 등 격변하는 국제질서속에서 글로벌 경제는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첨담과학기술 패권경쟁은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생존을 걸고 치열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 해외 우수 인재와 투자자본을 국내로 집중 유치하는 전략 유효...국토균형발전을 모색하던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 R&D의 수도권 집중 전략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패권이라 함은 수단과 방법, 룰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이기는 자만 살아남는 전쟁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대기로에 서있습니다. 

글로벌 패권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국가 미래전략으로서 탈중국화에 따른 해외 우수인재와 투자자본을 국내로 집중 유치하는 전략이 주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들은 우수한 첨단과학기술인력과 다국적 기업 유치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국가전략특구’,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 영국 런던의 ‘Tech City’, 프랑스 파리 ‘Le Grand Paris’ 가 좋은 예입니다. 

공통적인 것은 한국과 같이 국토균형발전을 모색하던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첨단기술패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R&D의 수도권 집중 전략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과 첨단연구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두건의 특별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반도체, IT 등 이미 첨단과학기술 기업이 밀집한 경기 남부에 세계적인 기업 1000여 곳을 유치하고 이른바 K-실리콘밸리를 조성해 첨단기술패권경쟁에 대응하자는 저의 오래된 생각을 구체적으로 법안에 담았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 국토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결코 배치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경우 ‘집중과 균형’이 동시에 이뤄지는 전략이 긴요합니다. 이는 냉혹한 국제 패권경쟁에서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걸린 생존의 문제입니다.  지금은 한가롭게 균형발전, 지역 격차해소를 주장하며 기계적 형평을 논할 시기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의 기술이 축적된 ICT, 조선, 원자력 발전 등 몇 개 분야에서는 반드시 세계 탑수준의 기술력을 선점해야 합니다. 시급합니다. 

앞으로 몇 년내 신속히 성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가라앉는 배 신세가 될 것입니다. 선진국 대열에서 밀려날 수도 있는,  향후 2-3년의 미래마저 장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시기입니다.

 

"K-실리콘밸리서 일궈낸 R&D 성과물 지방으로 연결해 스필오버시켜 제조...수도권과 지방이 조화로운 발전 도모할 최적의 방안이다."

미국 NASA가 도입한 기술성숙도 9단계 지표가 있습니다. 

한국의 좁은 국토에서 각 지역마다 연구, 제조, 사업화까지 1에서 9단계를 모두 해내겠다는 건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모두가 망하는 길입니다. 순수연구 4단계의 과정에서 성과를 내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석박사급 국내외 인재를 유치해 엔지니어 트리, 피라미드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들은 정주여건상 삼성전자 벨트 이남으로 내려가지 않는 현실입니다. 특히 초격차의 기술은 융복합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이미 기술축적과 엔지니어가 밀집한 경기남부에 R&D를 집중하는 건 필연이고 매우 상식적인 전략입니다. 

이후 시제품과 완성품을 만들어 사업화를 이루는 5에서 9단계 과정까지 수도권이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형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낸 R&D성과물을 지방으로 연결해 스필오버시켜 제조하는 방안이 유일한 전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할 최적의 방안이며 첨단과학기술 패권경쟁에서 대한민국 모두가 사는 길입니다. 

우리는 국토가 작고, 자원이라면 인적자원이 유일한 나라입니다. 거대 국토를 가진 미국과 비교하면 대한민국을 하나의 도시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기계적 형평을 고수하다가는 균형발전이 아닌 고른 퇴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심각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전문가 여러분의 심도 깊은 검토와 비판, 연구를 부탁드리며, 회원 의원님들도 보다 냉정한 관점에서 첨단과학기술 패권경쟁의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나갈 길을 고민해주시길 바랍니다.    

‘국회 신성장산업포럼’은 제18대 때부터 꾸준히 미래전략산업과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연구하고, 각종 정책의제를 발굴하면서 미래를 준비해 왔습니다. 

오늘 토론회는 한해의 연구 활동을 정리하는 종합토론회입니다.  여러 고견들이 입법과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조: □ 미국 NASA 기술성숙도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

- 기술투자 위험도 관리 목적으로 도입한 지표. 

- 1-2 단계 기초연구/ 3-4단계 실험/ 5-6단계 시작품/ 7-8단계 실용화/ 9단계 사업화, 본격적인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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