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궁극의 에코 카(친환경차)’로 불렸던 연료전지자동차(FCV)가 스타트업과 대형 자동차업체들의 주목을 받으며 전기자동차를 대체할 미래차로 다시 부각하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시
한때 ‘궁극의 에코 카(친환경차)’로 불렸던 연료전지자동차(FCV)가 스타트업과 대형 자동차업체들의 주목을 받으며 전기자동차를 대체할 미래차로 다시 부각하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시

한때 ‘궁극의 에코 카(친환경차)’로 불렸던 연료전지자동차(FCV). 연료인 수소를 공급하는 수소충전소 확보 등 보급 장벽이 여전히 높다. 연료인 수소를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기도 해 진정한 친환경 자동차인지 물음표가 붙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면, 전기자동차(EV)를 대신할 에코 카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 때를 선점하려고 스타트업 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자동차 대기업들도 그 진가에 관심을 기울여, FCV가 다시 부각하기 시작했다고 벤처캐피탈 동향 조사•분석기업인 CB인사이트는 전한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운송은 중요한 검토 요소다. 미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 전 세계적으로는 14%를 운송 부문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송 부문 탈(脫) 탄소화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EV는 아직 전 세계적 수준에서는 주류로 평가하기 어렵다.

주된 이유는 소비자들이 완전한 EV의 선택에 신중한 자세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나 충전 설비의 부족, 몇 시간 걸리는 EV 충전, 주 연료인 리튬이온전지의 제한적인 수명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 대안의 하나가 FCV이다. FCV는 탱크에 저장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발생하는 전기를 원료로 사용한다. 수증기밖에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가스를 내지 않는 ‘제로 배출 차’로 불린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연료전지 기술이 아직 궤도에 올라서지는 못했는데도 스타트업은 물론 전통의 자동차 제조업체들로부터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 연료전지의 기운 고조

기존 제조업체 중에서는 한국 현대자동차, 엔진 제조사인 미국 카민즈,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프랑스 포레시아 등이 특히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이들은 저탄소의 미래 차를 목표로 연료전지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다.

각국 정부도 수소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주요 국가(한국, 중국, 일본)는 이미 FCV의 개발 목표까지 정해놓았으며, 현대차, 혼다자동차, 도요타자동차 등 이들 나라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FCV 개발을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BMW와 다임러, 폭스바겐 등의 본사가 있는 독일은 수소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 관련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대형 FCV 스타트업인 미국 니콜라 모터 컴퍼니(Nikola Motor Company)는 이달 초에 이미 상장돼 있는 특수인수목적회사(SPAC) 벡터IQ 어큐지션 그룹과 합병해 상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사되면, 니콜라는 대형 연료전지 트럭 제조업체 중 상장 제 1호 기업이 된다.

■ 왜 연료전지인가?

연료전지는 압축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발전하고 수증기를 배출한다. FCV는 배터리나 슈퍼 커패시터(super capacitor, 축전기)의 대용 또는 보완으로 연료전지를 사용해 모터를 움직인다.

FCV 자체는 배기가스를 내지 않지만, 연료전지에서 사용하는 수소의 생성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면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 등 청정에너지를 사용해 생성한 수소 ‘그린 수소’가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연료전지는 기존의 EV 배터리보다 더 많은 장점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FCV가 대부분의 ‘배터리 방식 전기자동차(BEV)’보다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항속거리)가 길면서 충전 시간은 훨씬 짧다는 점이다. 현행 FCV 모델은 모두 항속거리가 300마일(약 480 킬로미터) 이상이며, 충전에는 수 분 정도가 걸린다. 이는 기존의 가솔린 ​​자동차와 디젤 자동차와 거의 같은 것이다. 이에 대해 BEV의 평균 항속거리는 200마일(약 320킬로미터) 미만이고 30분 충전으로 약 20시간 주행한다.

FCV에 결점이 없는 건 아니다.

수소의 생성이나 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 수소 연료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정도로 고가다. 수소 연료 공급 인프라도 여전히 제한적이다. EV 충전 인프라보다도 적다.

이 때문에 각 사는 생산과 운송에 드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방책을 찾고 있다. 각 국 정부도 FCV의 보급을 겨냥해 충전소 설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왜 지금인가?

수소 연료 전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BEV의 보급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FCV는 가솔린 자동차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 기후변화의 위험을 줄이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수소 연료의 생산·운송에 드는 비용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요인이다.

■ 깨끗한 수소의 생성이 가능

수소는 많은 업계의 탈 탄소화에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연료전지의 활용으로 환경적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석유나 석탄이 아니고 청정에너지를 사용하여 수소를 생성해야 한다.

태양광과 해상의 풍력 발전 등 신(新)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성한 수소는 ‘그린 수소’로 불린다. 이것은 ‘배출 제로’이기 때문에 이 수소를 사용한 연료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비용 면에서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용 하락으로 그린 ​​수소의 생성 비용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상용차가 유망

수소 충전소는 매우 적기 때문에 FCV의 승용차는 아직 보급되지 않고 있다. 가격도 대부분 BEV보다 높으며, 가솔린 자동차를 크게 웃돌고 있다.

연료원인 수소의 가격도 여전히 휘발유보다 비싼데, 향후 몇 년 네,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용차에는 대형 배터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트럭은 무게가 무겁고 연비도 그다지 좋지 않다. 때문에 상용차에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것은 승용차 쪽보다는 타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트럭은 대체로 주행 도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적절한 인프라의 정비도 승용차보다는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연료전지 기술의 개발에 착수한 자동차 제조업체의 대부분은 상용차용에 집중하고 있다. 부품 업체인 독일 보쉬는 니콜라와 공동으로 수소 연료전지 파워 트레인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자사의 FCV 트럭에 포레시아의 수소 저장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도요타와 미국의 대형 트럭 제조업체인 켄워스는 단거리용 대형 연료전지 트럭을 개발 중이다.

최근 발표된 니콜라와 벡터IQ의 합병은 스마트 운송에 특화한 기업을 설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니콜라는 6개월 전 시리즈D 자금조달에서 한국 한화 그룹, 보쉬, 네덜란드의 농기계 제조업체인 CNH인더스트리얼 등으로부터 3억3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 저렴한 비용의 생산·운송 방안 등장

각 사는 물의 전기분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책도 개발 중이다. 수소 연료를 만들기 위해 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전기분해라고 한다.

현대자동차가 출자하는 이스라엘의 H2프로(H2Pro)는 물의 분해 기술 ‘E-TAC(전기-열 활성화 화학)’의 개발을 진행 중이다. E-TAC는 전기분해와 마찬가지로 수소와 산소를 분해하는데, 분자를 단번이 아니고 단계적으로 분해한다. 이 수법에서는 종래의 전해보다 킬로와트 당 수소의 생성 효율이 높고, 수소와 산소가 별도로 생성되기 때문에 폭발 위험도 억제된다.

스타트업들도 수소를 값싸고 간단하게 운송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수소는 기화되기 쉽고 인화성이 높기 때문에 고압 또는 저온에서 저장해서는 안 된다. 일본 미쓰비시상사가 출자하는 독일의 하이드로지니어스 LOHC 테크놀로지스(Hydrogenious LOHC Technologies)는 수소를 저렴하고 쉽게 운송하는 기술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것은 수소를 석유와 함께 저장해 운송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저장 시설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액체유기수소캐리어(LOHC)’이다. 이것으로 운송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은 3배가 된다.

■ 향후 전망

많은 전문가들은 어느 한 기술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선택을 요구하고 있고 용도에 따라 적합한 기술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송 분야에서는 공유자동차나 ‘통합이동서비스(MaaS: Mobility-as-a-Service)’ 등 기존의 가치관을 허물어트리는 또 다른 트렌드가 큰 주목을 끄는 경향이 있다. 연료전지는 앞으로도 운송 분야의 대기업이 주도하는 연구개발이나 투자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FCV가 전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것은 수 년 후의 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테크데일리(TechDail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