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효과…상승세 신흥세력? 불안한 자금조달 악재

미국 전기자동차(EV) 업체 테슬라는 14일, 2020년에 출시하는 소형 다목적스포츠차량(SUV) ‘모델Y’를 공개했다.
미국 전기자동차(EV) 업체 테슬라는 14일, 2020년에 출시하는 소형 다목적스포츠차량(SUV) ‘모델Y’를 공개했다.

 

테슬라, 이번에는 중국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미국 전기자동차(EV) 업체 테슬라는 현지 시간으로 14일, 2020년에 출시하는 소형 다목적스포츠차량(SUV) ‘모델Y’를 공개했다.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면서 중국 상하이에 건설 중인 공장에서 양산할 계획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다분히 세계 최대 EV시장인 중국을 겨냥한 전략 차이다.

‘모델Y’는 현재 제품 라인업에서 4 번째 차종에 해당된다. 부품의 약 75%는 소형 세단 ‘모델 3’와 공유한다. 가격은 현재 판매 중인 고급 SUV ‘모델X’의 절반 수준인 3만9000 달러(약 4500만 원)로 묶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날 로스앤젤레스의 제품 공개 자리에서 스크린에 비쳐진 연내 가동 예정인 상하이 공장을 배경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한 합리적 가격의 모델3와 모델Y를 생산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거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상해 공장은 초기 연간 2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델Y’는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고 상하이에서도 양산한다. 상하이 공장은 중국 정부가 외국 자동차제조업체에 단독 자본에 의한 공장 건설을 허가한 첫 번째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머스크 CEO는 지난 1월 착공식 후 리커창 총리를 만나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미중 간 무역마찰의 긴장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머스크 CEO가 중국 정부와의 밀월 관계에 있다는 굳이 보여주는 것은 그 만큼 테슬라에게 중국은 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가장 매력적인 EV 시장이다. 지난해 중국의 신차 판매는 2808만대로 28년만에 처음으로 전년 실적을 밑도는 부진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도 EV를 포함한 ‘신에너지 자동차 (NEV)’의 판매는 125만대로 전년에 비해 62%나 늘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제조업체에 생산·수입차의 10% 정도를 NEV로 할 것을 의무화해 EV의 판매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이런 중국에서, 테슬라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의 중국 판매는 약 2만대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대의 바닥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24만대를 판매했는데, 미국 비중이 약 70%로 절대적으로 많고 중국은 10%에도 못 미친다. 미국 의존도를 벗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어떻게 판매를 늘려나가느냐가 테슬라에게는 큰 숙제인 것이다.

테슬라는 현재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EV를 전량 수출하고 있다. 현지 업체에 비해 관세와 제조비용 측면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또한 미중 간 무역마찰의 영향으로 미국에서 수입차에 추가 관세가 부과된 적도 있다. 그 여파로 테슬라의 2018년도 중국 매출액은 2017년 대비 13 % 감소했다.

이 상황을 일거에 바꿔보려고 내놓은 계획이 ‘모델Y’의 투입이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소형 SUV에 현지 생산을 지렛대로 일어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앞에는 ‘테슬라 킬러’로 불리는 현지의 신흥 EV기업이 대기하고 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상승세여서, 테슬라가 원하는 대로 중국 사업이 풀려나갈 지는 미지수다.

신흥 세력의 선두 주자는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NIO). 창업 3년으로, 이미 판매에 착수했고,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까지 했다.

독일 BMW의 전 간부들이 설립한 바이톤도 주목된다. 올해 난징시 공장에서 첫 양산차인 SUV 타입 EV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에 개발거점을 두고 있다.

이들 신흥 세력은 모두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주요 인터넷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고 기술개발에서도 두터운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자율주행 등의 개발, 투자 판단 등의 속도감도 테슬라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가 중국 현지 생산에 착수하지만 경쟁력은 여전히 숙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경쟁력을 저렴한 배터리팩 디자인에서 찾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테슬라의 중국 사업 전략이 침체 국면의 중국 내수를 감안할 때 지나치게 적극적이어서 투자 손실의 위험도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테슬라의 중국 시장 공략에는 불안요소가 더 있다. 하나는 재무. 테슬라는 2018년 3분기(7~9월)부터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그러나 올해는 저가 차종인 ‘모델3’의 양산이 시작돼 수익성은 떨어질 전망이다. 상하이 공장에 들어가는 초기투자비 20억 달러는 중국 금융기관에서 조달할 방침이지만 계획대로 생산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1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 보인다.

2018년 8월 트위터로 공개된 테슬라 주식 비공개 문제와 관련해 머스크 CEO를 증권사기로 제소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대립이 재연되는 있다. SEC는 머스크 CEO가 2018년 소송 관련 합의를 위반했다며 지난달에 그를 법정모욕 혐의로 다시 제소했다. 증권 당국과 갈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금융 기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향후 테슬라가 자금 조달하는데 있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 행정부의 태도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공장 폐쇄와 대폭적인 감축을 결정한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지금까지는 비판의 예봉에 서 있었다. 머스크 CEO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눈에 띄는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테슬라도 최근 들어 미국에서 감원을 시작했고 중국을 중시하는 사업 태도를 뚜렷히 보이고 있다. 비판의 화살이 테슬라에게도 향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테크데일리(TechDail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