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TS 발표, 1월 5.7% 감소…미 IT기업 투자?중국 경기 둔화 요인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시장은 30개월 만에 전년 동기 수준을 밑돌았다.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시장은 30개월 만에 전년 동기 수준을 밑돌았다.

 

디지털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시장은 30개월 만에 전년 동기 수준을 밑돌았다. 그간 수요를 떠받쳐온 미국 인터넷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중국의 자동화 투자가 최근 들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게 주된 이유다. 시장 규모가 연간 500조원을 넘는 반도체 산업은 기술 혁신과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에 미칠 파급도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 자료를 인용해, 지난 1월 세계 판매(3개월 이동 평균)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7% 감소한 355억 달러(약 43조 원)를 기록했다고 8일 보도했다. 평균 20%를 웃도는 고성장을 구가해 오다 지난해 후반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린 반도체 시장이 결국 마이너스 대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을 견인해 온 것은 구글, 애플 등으로 대표되는 ‘GAFA’라는 미국의 주요 IT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였다. 클라우드의 보급으로 유통되는 데이터의 양이 급증함에 따라, 이들 기업은 데이터센터를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경쟁적으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의 총 수요 가운데 데이터센터의 서버 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이 수요 감소로 플래시메모리의 가격은 1년 사이에 40% 이상 떨어졌다. 수요 측에서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움직임도 있어, 향후 시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수요 감소도 반도체 시장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퍼주기 식의 경기자극은 단연코 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의 활동보고서에는 감세와 재정 확대 등 경기 부양 대책이 나열돼 있다. 그 만큼 중국 경기가 좋지 않다는 반증이다. 많은 산업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수요 상황을 들여다보면 경제 둔화는 뚜렷하다.

일본 반도체업체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지난 2월 “자동차와 공장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중국의 수요 감소를 언급했다. 그리고 지난 7일 국내 주요 공장의 장기간 조업 중지를 공식 발표했다.

WSTS가 2018년 8~10월과 이후 3개월간의 비교한 결과, 중국의 반도체 매출은 약 20%나 줄었다. 중국은 연 530조 원에 달하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30~40%를 차지하는 만큼, 반도체 제조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팽창한 가상화폐 버블의 붕괴도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거래 기록에 협력하고 대가를 얻는 이른바 ‘마이닝(채굴)’에 사용하는 반도체의 수요는 이제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 기술혁신의 속도 둔화를 반도체 수요 감소의 한 원인으로 진단하는 견해도 있다.

미국 조사업체 IDC는 지난 6일 스마트폰의 세계 판매가 2019년에는 전년 대비 0.8% 감소한 13억949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3년 연속 감소 행진이 된다.

미국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2007년 이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급성장했다.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이 교체 수요를 촉진한 덕분이다. 이런 스마트폰의 성장세는 반도체 시장 확대를 지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기술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미국 IT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중국 경기가 가까운 미래에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론이다. 시장이 다시 상승세를 타려면 새로운 부가가치와 기술 혁신의 창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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