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내세운 중국세, 점유율 80%로 압도

미국 테슬라가 신규 진출한 동남아시아 태국에서 선발 주자인 중국 세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사진 = 언스플래시

전기자동차 대기업인 미국 테슬라가 신규 진출한 동남아시아 태국에서 신흥공업국들의 거센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떠오르는 전기자동차 시장을 이끄는 곳은 BYD, 상하이자동차그룹 등 중국 세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거의 80%에 달하며, 테슬라는 최대로 1만 달러에 육박하는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내세워 맞불을 놓고 있다.

테슬라는 2022년 12월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 국가로 태국을 선택해 정식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판매는 우선 온라인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것은 2023년 8월이다. 지금까지 ‘모델Y’와 세단 ‘모델3’ 두 차종을 출시했다.

BYD,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업체에 이어 테슬라까지 가세하면서 태국 전기자동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연간 1935대였던 전기자동차 등록대수는 2022년 9729대로 약 5배 늘었다. 그리고 2023년 1~7월에만 3만6860대로 급증했다.

등록 기준 전기자동차 점유율은 중국 세가 약 80%로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차명별 내역을 보면, 1위는 BYD의 SUV ‘ATTO3’로 1만2544대, 2위는 중국 신생 브랜드 NETA의 SUV ‘V’가 7189대로 그 뒤를 이었다. 테슬라는 모델Y가 3839대로 3위, 모델3가 1527대로 7위다.

테슬라는 힘든 싸움을 벌여 가고 있다. 태국에서 차량 인도가 시작된 2월에 모델Y의 등록대수는 3위에 올랐고, 3월에는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7월 현재 6위로 내려앉았다.

고전 이유는 무엇일까? 닛케이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자동차 구매층과 구매력이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한 태국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선택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한다.

휘발유차를 포함한 태국의 신차 판매량은 2022년 기준 80만여 대. 2023년 전망치도 약 90만 대로, 모두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실적인 약 101만 대를 밑돌고 있다.

인구가 6600만여 명인 태국의 연간 신차 판매량은 80만~100만 대 수준이다. 인구 1억2600만 명인 일본 신차 시장이 2022년에 약 438만 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자동차 구매층과 구매력이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테슬라 자동차는 가격이 비싸다. 모델Y의 태국 내 판매 가격은 195만9000~250만9000 바트(약 8000만~1억 원)이다. 저렴한 모델3도 165만9000~205만9000 바트(약 6500만~약 8000만 원)이다.

한편, 태국 현지 생산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BYD의 전기자동차는 태국 정부의 구매 보조금(최대 15만 바트=약 600만 원) 등 우대 조치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결과, ATTO3의 실질 가격은 109만9900~119만9900 바트(약 4000만~4500만 원)로 테슬라 차량에 비해 상당히 낮게 책정됐다.

초호화차를 타는 부유층은 그렇다 치더라도, 절대 다수인 직장인들은 테슬라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판매 초기에는 호조를 보였으나 이후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태국에 구매할 수 있는 계층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 부자들의 동향을 연례 보고서 ‘웰스 리포트’로 발표하는 영국 부동산 대기업 나이트 프랭크의 추정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0만 달러를 넘는 부유층 인구는 태국의 경우, 2022년 기준 약 10만5000명에 불과하다.

중국 본토(약 1039만 명), 일본(약 292만 명), 홍콩(약 73만 명), 싱가포르(약 57만 명) 등을 크게 밑돈다. 부유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태국은 아시아 최고의 관광대국이지만, 자동차라는 상품의 특성상 인바운드 수요를 기대할 수도 없다.

테슬라도 위기감이 있는 것 같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모델3를 8월 중 구매하면 최대 25만 바트(약 90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현지 생산 계획이 없는 테슬라의 전기자동차에는 구매 보조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할인은 자비를 들여서 하는 것이다.

연간 세계 판매량이 200만대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테슬라지만, 그 대부분은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한때 머스크는 2030년까지 연 생산량 2000만대라는 청사진을 펼쳐 보였지만, 그 절반인 1000만대를 목표로 해도 신흥공업국에서의 판매 확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 머스크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신흥공업국 시장을 공략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중국 세는 테슬라가 태세를 갖추기 전에 시장 선점을 위한 공세를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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