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정부 및 기업, 기술 주도권 겨냥 투자 가속

구글 양자컴퓨터(구글 제공)

오픈AI가 개발한 ‘Chat(챗)GPT'가 킬러 앱으로 떠오르면서 생성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는데, 그 뒤를 이을 빅 테크로 주목되는 게 ’양자 컴퓨팅‘이다. 이미 테크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들도 양자 시대를 대비한 투자 및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큐비트(qubit)’라는 양자 비트를 이용한 컴퓨팅 기술이다. 기존 컴퓨팅은 전자회로를 이용해 0과 1로 정보를 저장한다. 반면, 양자컴퓨팅의 양자 비트는 0과 1뿐만 아니라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어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전자 기반 슈퍼컴퓨터가 며칠에서 몇 주 걸리는 계산도 대규모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구성하면 몇 초 만에 계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는 상황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물밑에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IBM 등 거대 IT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조만간 챗GPT와 같은 킬러 앱이 등장할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구글에서 분사한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샌드박스AQ의 비즈니스 운영 수석 디렉터 크리스 흄은 최근 경제 정보 서비스 Investor‘s Business Daily와의 인터뷰에서 “언제, 어떤 형태로 어떤 형태로 양자컴퓨팅이 보급될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기술 대기업을 포함한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양자 시장의 부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샌드박스AQ는 2023년 2월 대규모 펀딩을 진행하는 등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샌드박스AQ는 이 라운드에서 5억 달러를 조달했다. 전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Eric Schmidt)가 샌드박스AQ의 회장 겸 투자자인 것도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양자컴퓨팅은 신약 개발 등의 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한편, 안보와 보안 분야에서도 필수적인 기술로 여겨지며 각국 정부의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기존 암호화 기술이 양자컴퓨팅에 의해 해독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양자컴퓨팅을 국가 안보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고 있으며, 이미 2016년부터 이미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를 통해 양자 내성 알고리즘 개발에 착수했다.

NIST는 2022년 알고리즘 목록을 좁혀 4개의 후보를 발표했다. 향후 추가 논의를 거쳐 2024년까지 ‘포스트 양자 암호화(PQC = post-quantum cryptography)’ 표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PQC 프로젝트에는 IBM, AWS(아마존 웹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시스템, 델, VM웨어 등 대기업과 샌드박스AQ, 크립토센스(Cryptosense), 크로토(Crto4)A 테크놀로지 등 양자컴퓨팅 스타트업도 참여하고 있다.

NIST의 움직임과 함께 미국에서는 은행, 통신, 의료 분야 기업 및 정부 기관 등이 새로운 양자 내성 알고리즘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NIST가 2024년 PQC 표준을 발표하면 사이버 보안 기업들은 이 표준을 기반으로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미국 기업들은 모든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PQC 암호화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샌드박스AQ도 이미 기업 시스템을 스캔해 오래된 암호화 방식을 식별하고 시급히 교체해야 할 부분을 감지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등 노력을 시작했다.

샌드박스AQ에 따르면, 현재 많은 은행, 제약회사, 정부기관이 오래된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으며, 은행의 경우 오래된 프로토콜에서 새로운 프로토콜로 전환하는 데 5~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영국 정부도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국제적인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은 과학기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이기 위해 2023년 2월 과학혁신기술부(DSIT = Department of Science, Innovation and Technology)를 신설했다. 설립 초기인 3월 DSIT는 국가 양자전략을 발표하며 양자 기술 발전을 위한 10년 비전을 밝혔다.

이 국가전략에 따라 DSIT는 2024~2033년까지 10년간 25억 파운드를 투입해 양자컴퓨팅 인재 양성, 양자 분야 기업 유치, 국내 양자 기술 활용, 보안을 염두에 둔 국내외 규칙-규제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DSIT는 영국 양자산업 성장에 필요한 인력 확보를 위해 양자기술 태스크포스(Quantum Skills Task Force)를 설립할 계획이며, 양자 분야 진출을 원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국가 양자컴퓨팅센터(NQCC)에 대한 자금 투입을 확대할 예정이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양자 기술 인력의 절대 수(해당 분야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는 현재 유럽이 13만5511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어 인도 8만2110명, 중국 5만7693명, 미국 4만5087명, 러시아 2만3450명, 영국 1만4601명 순이다.

영국은 양자 기술 인력 절대 수로는 세계 5위지만, 인구 100만 명당 상대 수로는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고 있다. 인구 100만 명당 양자 기술 인력 수는 유럽이 303명으로 1위지만, 영국이 217명으로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밖에 인도 58명, 중국 41명, 미국 136명, 러시아 164명 순이다.

양자컴퓨팅은 크게 5가지 주요 접근법이 있으며, 각 접근법마다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다. 예를 들어, 광자 기반 장치는 여전히 ‘빛 누출’이 발생하여 계산 실패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이온 트랩과 중성원자 기반 소자는 큐비트 수가 증가한 상태에서 고속 계산 능력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양자 분야에서도 챗GPT와 같은 킬러 앱이 등장할 것인가? 구글을 비롯한 테크 대기업과 스타트업,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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