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미·중 갈등의 불똥이 그대로 양사에게 튀었다. 과거라면 ‘호재’인 상황이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다.

시작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경제지 파인낸셜타임스(FT)가 미국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제를 할 경우, 한국 기업이 빈자리를 채우지 않게 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찜찜했다. FT의 매체 영향력 때문이다. 그래도 정부 입장을 믿었다.

이번엔 달랐다.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대중 보복 조치를 촉구하는 성명서에서 한국을 겨냥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대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로이터통신 보도로 이번에는 발언자 실명이 거론됐다. 우리 정부측 확인도 필요치 않은 팩트(Fact)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대한 경고다. 그나마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갤리거 위원장은 미국 야당인 공화당 소속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관계자 발언이 아니어서 입장을 낼 상황은 아니다.

미국 마이크론 사옥에 있는 회사 로고 [출처=마이크론 홈페이지]

주사위는 우리에게 넘어왔다. 양사는 분명 난처하다. ‘하겠다’ ‘안 하겠다’ 말할 수가 없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은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수입 물량을 계속 줄여왔다고 한다. 지금도 줄이고 있다. 중국 기업의 수입오더가 기존 물량인지 아니면 마이크론의 물량인지 확인이 쉽지 않다. 비즈니스 도의상 그것을 물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아쉬운 것은 우리 국회다. 미국에서는 자국 기업 한곳 물량 감소에 대해 의회가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말 그대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상황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양국 갈등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해결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양국 갈등이 쉽사리 풀리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경영의 핵심은 ‘리스크 관리’다. 양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불확실한 미래는 곧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직결된다. 이를 빠르게 해소해야 우리 경제에 낀 먹구름도 걷힌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어느 누구도 미·중 갈등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다. 자칫 미국에서는 ‘한국이 공감하고 동참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 입법기관이다. 미국 의회의 발언에 대한 우리 국회의 대응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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