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스타트업의 자금줄이 타들어간다. 올 1분기 국내 벤처투자액이 88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60% 이상 감소하데 이어 최근 발표된 4월 스타트업 투자규모는 가히 충격적이다. 4월 투자금액이 34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1조2333억원과 비교해 무려 78.6% 줄었다. 5분의4가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말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후 투자 감소가 멈추질 않고 있다.

스타트업은 대개 평균 2년을 주기로 펀딩(투자유치)을 받아 연명한다. 2년간 성과를 바탕으로 추가 펀딩을 받고, 다음 스탭(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일련의 과정을 기반으로 초기 시드(Seed)·시리즈A·시리즈B·시리즈C·시리즈D 등의 투자로 표현한다.

지난해 말부터 이 자금줄이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스타트업 CEO로는 죽을 맛이다. 시리즈 B 이상의 단계에 돌입한 기업들은 더욱 심각하다. 이미 수십명의 개발자를 뽑아놓은 상태로 펀딩이 막히면 급여 지급이 안 된다. 이는 바로 회사가 흔들리고 사업 중단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부동산·건물 등 마땅한 자산이 없다. 담보가 없다. 신용으로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만 그것 또한 녹록치 않다.

※ 올해와 지난해 4월 스타트업 투자 규모 비교 [출처 :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은 펀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펀드에 자금을 댈 투자자들은 시중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굳이 리스크가 큰 벤처펀드에 투자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리턴(수익률)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고위험(벤처펀드) 보다는 안정적인 금융상품을 선택한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털은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스타트업·벤처 투자경색으로 이어진다.

마켓컬리의 ‘컬리’가 지난해 시장가치 4조원까지 평가받다가 올 초 1조원대로 내려온 것도 이 같은 자금경색과 연관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그리고 그 유탄이 다른 스타트업으로 번지고 결국 투자 협상이 깨지거나 연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스타트업 자금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시장은 철저히 민간영역이다. 정부가 투자를 강제하기는 힘들다. 결국 벤처펀드에 투자해온 연기금 등 기관과 민간업체 그리고 벤처캐피탈의 대승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이들이 우리 스타트업의 미래를 위해 과감한 베팅(투자)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밤낮을 잊고 사업에 매진해온 수많은 스타트업과 벤처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결국, ‘창업→투자→성장→회수(Exit)’라는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는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하나 둘 잃어가는 요인이 된다.

정부와 함께 스타트업과 벤처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기업·기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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