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쟁시장청(CMA)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 인수에 대해 “경쟁상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하는 보고서를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정부는 이 보고서를 가지고 최대 400억 달러(약 44조 원)의 대형 인수를 저지할지 여부를 조사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암은 반도체 설계도를 엔비디아를 포함한 고객기업에 제공하고 라이센스 수익을 얻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과 인텔은 경쟁사 엔비디아의 산하에 암이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CMA는 보고서에서 인수에 의해 암이 갇히는 상태가 돼 “엔비디아 경쟁기업의 경쟁력이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자율주행이나 게임 등 다양한 산업의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며 영국 정부의 추가 조사는 타당하다고 했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20일 “조사를 다음 단계로 진행할지 여부는 적절히 판단하겠다”라고 코멘트 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거래는 암이나 고객, 경쟁, 영국에 유익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코멘트 했다.

암은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SBG)의 산하 기업이다. 엔비디아와 SBG는 2020년 9월 엔비디아의 암 인수에 합의했다. 엔비디아는 자사 주식을 대가의 일부로 제공해, SBG는 엔비디아의 대주주가 되는 내용이다. 엔비디아는 기술력이 높은 암을 인수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이 인수는 영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각 경쟁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는 지난 4월 19일 엔비디아의 암 인수에 대해 보안상 문제가 없는지를 조사한다는 발표까지 하고, CMA에 대해 경쟁, 법률, 안보 측면에서 연구 결과를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암은 2016년 SBG가 약 3조 엔(약 30조 원)에 인수했다. 세계 스마트폰의 약 90%에 암이 설계한 반도체가 사용되는 등 하이테크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크라운 주얼(왕관의 보석)’로도 불린다. SBG가 인수하고 5년이 지나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미중의 하이테크를 둘러싼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AI가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는 가운데 영국 정부에게도 암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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