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새 20% 상승…3배 뛴 장비도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고(中古) 반도체 장비의 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반도체의 국산화를 추진 중인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대량 구입이 주된 요인이며, 자동차용 등의 반도체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원인으로도 지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내 주요 중고 반도체 제조장비 판매업체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사이에 중고 반도체 장비의 가격이 평균 2% 가까이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한 중고 반도체 제조장치 업체 임원은 “중고 가격은 해마다 상승하고 있으며, 최근 1년 동안 평균 20% 상승했다”며, “특히 반도체 칩 회로를 만드는 노광장치 등 핵심 장비는 3배 이상 뛰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이 정도 가격 수준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와 비교해 10배 이상이라고 한다.

그는 또 “중고 장비의 90%가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며 반도체 국산화를 서두르는 중국의 수요를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중국이 중고 장비 구입에 적극적인 것은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의 경우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조달이 쉽지 않은 반면에 구형 장비는 제재가 심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가정용 전자기기 수요도 중고 반도체 장비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가정용 전자기기 수요 증가로 생산이 급증한 반도체는 TV나 PC의 디스플레이를 구동시키는 ‘드라이버 IC’나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사용되는 ‘전원 IC’ 등이다. 이들은 직경 200밀리미터 반도체 웨이퍼를 사용해 제조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구형 장비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

최근 반도체 생산라인에서는 300밀리미터 웨이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200밀리미터 장비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는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곧 바로 수중에 넣을 수 있는 중고 장비의 가격이 신제품을 웃도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 중고 장비 판매업자는 “몇 년 전에 거저나 다름없었던 장비에도 1억 엔의 가격이 붙는다”며 “실제 라인에서는 ‘20, 30년된 장비가 가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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