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에어팟(AirPods)은 블루투스로 접속되는 와이어리스(무선) 이어폰으로, 간단하게 아이폰(iPhone)과 연계되며, 노이즈 캔슬링 기능과 시리(Siri) 액세스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이런 에어팟이 애플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인터넷용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트라이프의 엔지니어 줄리안 레어(Julian Lehr)는 자신의 블로그에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적어 놓았다.

레어는 먼저 플랫폼을 “서드 파티 개발자가 그 위에 구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예를 들어, iOS는 애플이 일련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함으로써 터치인터페이스와 자이로스코프 센서, 카메라 등의 입력 기능을 이용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자가 구축할 수 있는 ‘놀이터’가 돼, 플랫폼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레어는 “현재 에어팟은 플랫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에어팟이 개발자가 활용할 수 있는 고유의 입출력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노이즈 캔슬링이나 외부 사운드 캡처 모드는 에어팟 독자의 기능이 아닌데다가 개발자가 이들 기능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에어팟 고유의 기능을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에어팟은 아이폰과 항상 연결된다는 측면에서, 에어팟에 맞는 오디오 어플리케이션이나 오디오 콘텐츠를 생성하기 때문에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디오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데 에어팟 이외의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해도 문제는 없다. 에어팟을 플랫폼으로 삼기 위해서는 에어팟의 체험 일부를 개발자들에게 개방하고 그것을 전제로 새로운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레어는 주장한다.

그래서 레어는 에어팟의 모든 모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음성 어시스턴트 시리(Siri)를 개발자에게 개방하면 자신의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시리를 개발자에게 개방해도 에어팟이 아니고 시리가 플랫폼이 된다. 시리는 하나의 디바이스를 위한 인터페이스가 아니고 디바이스 간을 연결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시리를 개발자에게 개방하는 것이 애플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레어는 설명한다.

에어팟은 음성 외에 물리적인 버튼을 클릭하는 방법으로 재생•일시정지•노이즈 캔슬링 등의 기능을 전환하거나 시리를 호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노래나 팟캐스트에 대해 “좋아요”를 표시하는 행동을 버튼에 반영할 할 수 있다면,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만일 에어팟 버튼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옵션을 선택하는 것과 같은 인터랙티브한 오디오북도 가능할지 모른다. 레어는 “개발자에게 일련의 툴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개발자는 지금까지 생각도 하지 못했던 활용법을 생각해낼 것이다. 이것이 클라우드 소싱에 의한 가치창조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물리적 버튼일 필요는 없다. 가속도계가 내장돼 있다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들어 오디오 콘텐츠를 조작할 수도 있다. 애플워치(Apple Watch)와 결합해 새로운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도 만들어 갈 수 있다.

레어는 “애플은 에어팟을 단독 플랫폼으로 하는 것에 그다지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 아이폰보다도 iOS는 애플이 중시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애플의 에코시스템 전략은 아이폰•애플워치•에어팟 등의 복수 플랫폼을 통합한 것이며, 에어팟은 아이폰의 에코시스템에 사용자를 붙잡아 두는 액세서리로 존재한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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