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라면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에서의 업무와 집에서의 휴식, 잠을 반복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까지 더해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근무환경 변화로 스트레스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이렇게 반복된 일상과 과도한 업무, 코로나 블루 등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피곤하고 힘든 직장생활이 반복되면 나도 모르게 ‘직장인증후군’이 찾아올 수 있다. 직장인증후군은 지쳐있는 몸을 더 힘들게 하고 마음의 병을 유발한다.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증후군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다양한 종류의 직장인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증후군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직장인 절반 이상(56%)이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피로감을 느끼는 ‘만성피로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뒤이어 ▲번아웃증후군(38.2%) ▲파랑새증후군(34.5%) ▲3.6.9 증후군(30%) ▲스마일마스크증후군(18.1%) 등을 겪고 있었다.

직장인 증후군의 심각도에 대해서는 ‘업무에 차질을 주는 수준’이 55.2%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원인으로는 ‘많은 업무량’(41.5%, 복수응답)을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소통 부족’(25.4%), ‘본인 성격’(24%), ‘건강관리 부족’(23.9%), ‘과도한 근무시간’(21.7%), ‘수직적 조직문화’(21.1%), ‘성과 압박’(19.3%) 등을 이유로 들었다.

쉬어도 피곤한 ‘만성피로증후군’

주변을 보면 피로 증상을 호소하는 직장인을 흔히 볼 수 있다.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원인 모를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극심한 피로나 수면장애, 두통, 각종 통증, 집중력 및 기억력 감퇴, 소화장애 등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전신권태를 호소하는 원인불명의 질환으로, 아직도 치료가 어려운 증후군중 하나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에는 수면부족, 수면무호흡증, 영양섭취 부족, 음식 알레르기, 카페인 과다 섭취, 우울증 등이 있다. 이 중 불충분한 수면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성인의 경우 매일 7~8시간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지만, 실제로 이만큼 수면시간을 가지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사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장인 74.2%가 수면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수면시간과 업무와의 상관관계는 어떠할까?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직장인이 56.1%로 가장 많았으며,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는 응답자도 41.6%나 됐다.

수면시간이 부족한 이유로 ‘잦은 야근 및 회식 등으로 퇴근이 늦어서’(38.7%, 복수응답)를 1위로 꼽았으며, ‘자기계발 등으로 시간이 모자라서’(25.5%), ‘회사와 집 사이의 통근 거리가 멀어서’(25.3%) 등 직장생활과 관련된 응답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일상적인 증상이 많아 초기에는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정신적 스트레스나 압박감도 함께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증후군이 보이면 검사와 상담을 받고, 검사 결과에 따라 약물 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을 받는 게 좋다.

또 자전거 타기나 달리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도 도움을 준다. 더불어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 카페인섭취 줄이기, 충분한 수분 섭취, 균형 잡힌 식사, 철분 보충 등 생활습관 교정으로 만성피로증후군을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다.

마음이 지치는 ‘번아웃증후군’

번아웃(Burn-out)은 ‘타버리다, 소진하다’라는 뜻으로,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은 정신적·신체적 피로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무기력해지는 현상으로, 주로 자기 일에 열정을 쏟거나 적응력이 강하고 다른 사람보다 목표와 이상이 높은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잡코리아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95.1%가 직장생활을 하며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을 겪는 이유는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서-워라밸이 안 좋아서(46.2%)’, ‘매일 반복되는 소모적인 업무에 지쳐서’(32.5%), ‘인간관계에 지쳐서’(29.3%) 등 업무 및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었다. 워라밸이 좋은 회사에 재직 중인 직장인일수록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하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긴 노동 시간에 비해 짧은 휴식 시간, 강도 높은 노동 등의 사회적 요인도 번아웃증후군을 부추길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휴식이 부족하다(44.5%)’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보통이다’는 답변이 38.2%를 기록했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답변은 17.3%로 가장 적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번아웃증후군의 증상은 우울증과 자기혐오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울증과 증상이 매우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번아웃증후군으로 판정된 사람들이 우울증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도 많다.

번아웃증후군이 심해질 경우 수면장애나 우울증·심리적 회피와 같은 증상뿐 아니라 과도한 소비를 하거나 알코올에 의존하는 등 자기 통제가 어려워지며 직장 내 사람들과 심하게 다투거나 갑작스레 퇴사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가장 중요하다. 짧은 시간이라도 깊은 수면을 위하면서 지쳐있는 내 몸에 휴식을 주는 것이 좋다, 또 나만의 멘토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동호회나 운동 등과 같은 취미생활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삶의 활력을 채워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좋은 회사 없나?…파랑새증후군

입사 초년에 있는 직장인들이 겪는 증후군으로는 ‘파랑새증후군’이 대표적이다. 한 직장에 안주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직장인을 가리키는 말로 많이 사용되는데,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발맞추지 못하고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미래의 막연한 행복만 꿈꾸며 이상만 추구하는 증상을 말한다.

파랑새증후군은 벨기에의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가 쓴 동화 ‘파랑새’에서 따온 이름이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험난한 여행을 하는 꿈에서 깬 다음 그토록 찾던 파랑새를 집 안 새장 속에서 찾게 되는데,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동화다. 파랑새증후군은 이처럼 요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직장인을 비유한 것이다.

파랑새증후군은 어린 시절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으며 성장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부모에게 의존도가 높은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성장이 더디기 때문에 사회에 나와 현실과 이상에 부딪히게 된다. 또 심각한 취업난 때문에 원하지 않는 직장이라도 일단 입사를 하고 보자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일단 취업했지만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 현실적 대안도 없이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는 학력 수준과 맞지 않는 하향 지원을 하거나, 전공과 적성보다는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묻지마 지원’을 한 신입사원일수록 파랑새증후군을 더 잘 겪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에서는 근무시간이 길수록 파랑새증후군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우울증의 증상으로도 나타나는데, 자살 유혹에 빠지고 모든 일이 허무하게 느껴져 권태를 느끼며 무기력하다고 자책한다. 그래서 가정이나 직장을 버리고 훌쩍 떠나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떠나는 사람들은 지금 있는 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어딘가에 파랑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 불만 가득한 나날을 보내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회사에도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직장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보는 것이 좋다. 멀리 이상적인 목표에 가슴 설레기보다 단기간 목표를 달성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일에 대한 재미를 찾고, 목표를 공유하고 성장을 자극해 줄 사람을 찾으며, 직장에서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현대인이 마주하기 쉬운 증후군은 이뿐이 아니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스마일마스크증후군’을 겪는다.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우울증’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증후군은 우울증을 숨기고 웃을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발생한다. 늘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의 특성상 어떤 고객이든 무슨 상황이든 웃어야 하지만 마음속 온갖 감정을 억누르기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 증후군이 심해지면 자살을 시도하게 될 수도 있고, 그대로 방치하면 ‘정신가출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증후군을 얻을 수도 있다. 회사도 집도 다 팽개치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는 충동이 계속되는 것이다.

스마일마스크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우선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거절이 필요한 경우에는 당당히 거절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나 운동을 시작하고, 과중한 업무에서 떠나 여행을 떠나는 등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마음을 터놓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후의 수단은 전문의에게 상담 받고 약물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충분한 휴식 중요해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각종 직장인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48.2%, 복수응답)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여행, 취미 등 기분 전환 계기를 찾는다’(47.2%)가 바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이직을 준비한다’(33.2%), ‘운동 등으로 체력을 키운다’(26.3%),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 고민을 공유한다’(25.4%), ‘명상 등 마인드컨트롤을 한다’(12.3%)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위의 증후군 증상으로 전문가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응답자는 6.7%였다. 또 재직 중인 회사에서 증후군을 벗어나는데 도움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있다는 응답자는 8.6%에 불과해 ‘직장인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지원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직장인들은 현재 직장생활 만족도를 평균 53.8점으로 평가해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이들이 직장생활에 불만족하는 부분으로는 ‘연봉수준’(56.3%, 복수응답), ‘복리후생’(35.8%), ‘조직 분위기’(27.2%), ‘업무 영역’(24.3%), ‘성과에 대한 인정’(21.4%), ‘정시퇴근 등 근무 환경’(20.9%) 등이 있었다.

직장생활에 만족하는 부분으로는 ‘정시퇴근 등 근무 환경’(37.7%, 복수응답), ‘조직 분위기’(21.6%), ‘대인관계’(18.6%), ‘연봉수준’(14.5%) 등을 꼽았다.

현대인이 겪게 되는 각종 증후군들은 바쁜 사회 속에 적응하면서 나타나게 된 ‘마음의 병’이다. 남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과 조금 다른 삶을 살게 되면 패배자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계속 사람들을 떠밀고 있다.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고 모두의 재능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된다면 이런 증후군들에 덜 시달려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잠시 멈춰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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