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센터에서 상담사들은 하루에도 몇 건씩 불만 고객을 응대한다. 윤서영 감정노동해결연구소 소장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중립적 감정노동과 부정적 감정노동에 관한 교육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윤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컨택센터의 아침은 언제나 밝고 미소 띤 목소리로 시작한다. 과거에 컨택센터에 근무할 때 자리마다 거울을 주고 “상담하며 표정이 웃고 있는지 확인하라”는 CS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Un-tact 시대가 우리의 비대면 업무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간단한 업무를 대체하면서 각 서비스 직업 군의 업무 난이도는 더욱 높아지고 감정노동 또한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컨택센터에서 발생 가능한 감정 노동은 어떤 유형이 있을까? 우리는 흔히 미소로 고객을 대하는 것을 감정노동이라고 알고 있다. 웃고 싶지 않지만, 고객을 대하며 웃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을 감정노동이라 표현한다. 교육하다 보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 감정노동자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감정노동자의 정확한 의미는 ‘자신의 현재 감정과 일치하지 않는, 조직에서 요구하는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업무의 40% 이상인 직업’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조직에서 요구하는 감정’이란 서비스직에서는 친절·웃음·공감을 의미하는 긍정적인 감정이 대표적이다. 악성 고객이 등장하며 서비스직의 이러한 긍정적 감정노동이 이슈가 되고 이에 대중이 ‘긍정적 감정노동’을 감정노동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감정노동은 ‘조직에서 요구하는 감정’에 따라 긍정적 감정노동, 중립적 감정노동, 부정적 감정노동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연구는 Ashforth & Humphrey가 기업에서 종업원에게 기대하는 감정의 표현규칙(Display Rule)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다양한 감정노동 연구에서 감정에 따라 직업 군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항공사 승무원은 밝고 친근하게 표현하며, 간호사는 공감적이고 협력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긍정적 감정 노동의 대표 직업 군이다. 장례사는 엄숙하고 겸손하게 표현하고, 의사는 객관성과 감정적 평형을 유지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중립적 감정노동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불안을 유발하는 적대감과 차가움을 표현하는 경찰관은 부정적 감정노동에 속하는 직업 군이다.

서론이 길었다. 이렇게 직업 군에 따라 발생하는 감정 노동이 정해져 있다면, 컨택센터에서는 긍정적 감정 노동만 발생할까? 많은 연구에서 자신의 감정이 긍정적이라면 긍정적 감정표현은 감정노동이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직무만족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양한 직업 군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결과이다(모든 직업에서 감정노동이 발생한다, 윤서영, 2020).

불만고객을 응대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불만 고객은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다. 미소로 응대하던 상담사가 불만 고객을 만나면 두 가지 측면에서 노력해야 한다. 

첫째, 불만 고객과의 통화를 되도록 빠르게 종료하고 다음 고객을 수용해야 한다. 둘째, 고객의 불만사항을 파악해서 처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고객은 어떠한가? 계속되는 욕설과 고객의 흥분된 감정 상태에서 진정하고 자신의 의사 표현을 충분히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때 상담사는 고객의 격앙된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 엄숙하고 겸손하나 감정적 평형을 유지하는 중립적 감정을 표현한다. 그래도 진정되지 않는 고객이라면 적대감과 차가움인 부정적 감정을 표현해 불만 고객의 불만 행동을 중지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당시 상담사의 실제 감정이 표현해야 하는 중립적 감정이나 부정적 감정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중립적 감정노동과 부정적 감정노동이 발생한다. 

윤서영(2020)의 <불만 고객에 대한 콜센터 상담사의 지각된 감정표현규칙이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상담사의 긍정적 감정노동은 감정노동에 부(-)의 영향을 미치며 직무만족을 높였다. 이에 반해 중립적 감정노동은 감정노동에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부정적 감정노동은 결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유의미하지 않은 부정적 감정노동의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괄목할만한 부분이 있다. 부정적 감정노동의 설문 문항 항목은 <표1>과 같다.

그림1. 부정적 감정표현 설문항목 결과
표1. 부정적 감정노동 설문 문항/ 출처 : 모든 직업에서 감정노동이 발생한다. 윤서영

각 항목의 설문조사 결과는 <그림 1>과 같다. ‘불만고객이 불량행동에 관해 부정적인 느낌을 들게 해서 멈추게 하는 것 또한 나의 업무 중 하나이다’, ‘불만고객의 불량행동을 멈추기 위해 때로는 부정적 감정(단호함, 언성 높임 등)을 표현해야 한다’, ‘나의 감정과는 일치하지 않지만 불만고객의 불량행동을 멈추기 위해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불만고객의 불량행동을 멈추기 위해 필요하다면 나는 부정적인 감정(단호함, 언성 높임 등)을 표현하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한다’의 각 설문항목에 관해 ‘약간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의 비율이 낮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중립적 감정표현과 부정적 감정표현이 모두 감정노동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문영주, 2013). 그런데, 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중립적 감정노동은 같은 결과를 나타냈으나, 부정적 감정노동은 왜 유의미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까? 

컨택센터에서 실시하는 대부분의 교육과정은 긍정적 감정노동에 집중되어 있다. 미소·공감·친절에 관한 CS 교육으로 무장된 상담사에게 ‘고객에게 화낸 적이 있는가?’와 비슷한 부정적 감정노동의 설문 항목은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실제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한 것 같은 상담사도 ‘매우 그렇다’에 체크하기 전에 고민하지 않았을까? 냉담·냉소와 같은 중립적 감정표현까지는 불만고객이라고 하니 편하게 체크했어도 부정적 감정까지는 체크하면 안될 것 같은 중압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직업에 따른 감정 노동의 자유도이다. 자유도란, 개인이 스스로 의지를 표현하고 그에 따라 행위를 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두 연구의 결과를 살펴봤을 때 사회복지사의 직업적인 자유도가 상담사보다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 컨택센터의 감정노동에 관한 깊이 있는 후속 연구가 필요해 보이는 항목이기도 하다. 

이렇듯 감정노동에 관한 설문조사는 ‘컨택센터에서 상담사에게 요구하는 감정표현규칙’인 긍정적 감정표현규칙에 반하는 내용이었다. 하루에도 몇 건씩 불만 고객을 응대하는 상담사에게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중립적 감정노동과 부정적 감정노동에 관한 교육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긍정적 감정표현이 대표적인 서비스로 인식되는 컨택센터에서 이에 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중립적 감정표현과 부정적 감정표현을 어떻게 세련되게 표현하며 고객 needs를 파악해 상담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담을 이끌어 갈 것인가에 관한 슬기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더욱 정교하고 세밀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컨택센터에서 먼저 감정노동에 관해 정확히 인지하고 이에 관해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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