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 칩을 탑재한 MacBook Pro(위)와 MacBook Air. 사진=애플

미국 애플이 10일(현지 시간) 독자 설계의 반도체를 처음으로 탑재한 PC ‘맥(Mac)’ 3기종을 발표했다. 향후 2년에 걸쳐 모든 기종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인텔 제품에서 독자 설계 제품으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로써 약 15년간 이어져 온 애플과 인텔 두 회사의 협력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됐다.

■ “큰 전진은 대담한 변화에서”

“큰 전진에는 대담한 변화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날 온라인으로 개최된 신제품 발표회에서, 팀 쿡 CEO는 독자 설계의 맥용 반도체 ‘M1’으로 전면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애플은 스마트폰 ;아이폰(iPhone)‘이나 태블릿 단말기 ’아이패드(iPad)‘ 반도체에 대해서는 약 10년 전부터 영국 암에서 설계도 등의 라이센스를 받아 자체적으로 설계해 왔다. 맥용 반도체도 인텔에서 암의 사양으로 전환함으로써, 약 200만 종에 달하는 아이폰 앱이 맥에서도 작동하게 된다.

다만, 반도체 설계 사양을 변경하면 기존 앱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애플은 12일(현지 시간)에 배포에 들어가는 맥용 운영체제(OS) ‘빅 서(Big Sur)’에 기존의 앱도 작동시키는 기능을 넣어, 기존 이용자가 원활하게 최신 기종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 구조 변화가 계속되는 반도체

애플이 리스크를 무릅쓰고 2006년부터 지속해 온 인텔과의 관계를 중단한 데는 반도체 업계에서 진행되는 구조적인 변화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 변화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등 인공지능(AI)의 처리에 적합한 반도체의 보급과 ‘파운드리’로 불리는 수탁제조업체의 대두다.

인텔은 고성능 CPU를 앞세워 PC 시장에서 한 시대를 주도해 왔는데, CPU는 방대한 계산이 요구되는 기계학습에는 맞지 않는다. 대신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대량의 데이터를 병렬 처리하는 ‘GPU’와 같은 AI 반도체이다.

CPU가 범용적인 기술인 반면, AI 반도체는 각 업체의 서비스에 맞는 주문 설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이 맥용으로 설계한 M1에도 자사의 음성인식 기술 ‘시리(Siri)’ 등에 최적화한 ‘뉴럴엔진’이라는 AI 반도체를 탑재하고 있다.

애플은 M1의 생산을 대만 TSMC에 위탁할 것으로 보인다. 설계에서 생산까지 수행하는 인텔이 최근 반도체 성능을 결정짓는 미세화 경쟁에서 라이벌에 뒤처지는 반면에 수탁생산 전문업체인 TSMC는 탄탄한 재무를 바탕으로 투자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 상황에서도 판매는 사상 최고 유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나 원격교육의 확대에 따라 맥의 판매는 2020년 들어 사상 최고 행진을 보이고 있다. 2020년 7~9월 맥 매출은 90억3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9% 늘었다.

그래도 PC 시장 전체에서 맥이 차지하는 비율은 8%대에 머물러, 14% 전후인 아이폰에 비해 뒤진다. 중국 레노버 그룹과 HP, 델컴퓨터 등 3강의 평균 가격이 600~800 달러인데 비해 맥은 1400달러 선으로 비싼 게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JP모건은 아이폰용 반도체에서 쌓은 노하우를 맥에서도 활용해 개발비용을 줄임으로써 지금까지 대당 150 달러였던 맥용 반도체의 평균 비용이 75달러로 반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로서는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가격 인하의 여지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10일 발표한 데스크톱 사양의 ‘맥 미니(Mac mini)’에 대해서는 가격을 종래보다 100달러 내리기로 했다.

■ IT 대기업의 존재감 고조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용 반도체로 보급된 암의 설계도가 PC용 등으로도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해, 반도체 설계의 진입 장벽은 낮아지고 있다. 애플에 이어 구글도 스마트폰 ‘픽셀’이나 노트북 ‘크롬북’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인텔의 통신용반도체 부분을 약 10억 달러에 인수해, 퀄컴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세대 통신반도체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전문 대기업의 우위가 오랜 기간 지속돼 온 반도체 분야에서도 10억명 규모의 사용자와 풍부한 자금력을 지닌 IT 대기업이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저작권자 © 테크데일리(TechDail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