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단일 수출 계약
미 5G 통신장비 시장 공략 발판
이재용 부회장, 5G 투자 확대 주효

삼성전자가 미국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Verizon)과 8조원 규모의 5G 통신 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가 5G 통신장비 단일 시장으로는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는 의미가 있다.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중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5G 장비 점유율 1위 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인해 삼성전자가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린 것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종속회사인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이 버라이즌과 7조8982억8000만원(66억4000만달러)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7일 공시했다.

장비 구매, 설치, 유지 보수 등에 대한 대가인 계약 금액은 최근 매출액의 3.43%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다. 계약 기간은 올해 6월30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다.

삼성전자의 5G 이동통신으로 스마트 시티 구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5G 커넥티비티 노드'를 시연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5G 이동통신으로 스마트 시티 구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5G 커넥티비티 노드'를 시연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버라이즌에 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5년간 공급하고 설치, 유지 보수하게 된다.

통신장비 사업은 인프라 성격이 강해 계약규모가 크고 기업 간 장기적인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이번 계약은 향후 미국 5G 통신장비 시장 공략에 본격적인 발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버라이즌은 미국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로, 이동통신 매출 기준으로 전 세계 1위에 해당한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장기 대규모 계약을 맺으면서 5G 기술력과 보안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이자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 진출 20여 년 만에 핵심 장비 공급자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수주는 코로나19로 생긴 수출 공백을 메우면서 많은 중소 협력사들의 매출 확대와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 장비부품회사 86개사와 협력해 네트워크 제품을 제조하고 있고, 5G 장비는 국내 부품비중이 40∼6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에 5G 장비를 대규모 공급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동반성장 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전략적인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버라이즌의 고객들에게 향상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5G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국내 통신사들과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한 데 이어 미국 4대 통신사 중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 3개사와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3월 KDDI와 장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버라이즌과 7조9000억 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 웹사이트)
삼성전자가 미국 버라이즌과 7조9000억 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 웹사이트)

삼성전자의 이번 계약 수주는 통신업계 안팎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었던 일이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민간 이통사업자들을 위해 주파수 경매를 완료했다.

특히 그동안 주파수 부족으로 5G 통신망을 크게 확대하지 못했던 버라이즌이 이번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늘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5G 통신장비 글로벌 선두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이미 지난 6월부터 버라이즌의 새 통신장비 파트너로 삼성전자와 함께 노키아, 에릭슨이 거론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대규모 계약을 통해 점유율도 크게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가 집계한 지난 1분기(1~3월)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3.2%로 4위에 올랐다.

이 기간 화웨이는 35.7%로 1위를, 에릭슨과 노키아가 각각 24.6%, 15.8%로 그 뒤를 이었다. 화웨이는 5G 통신장비 매출의 대부분을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2018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5G 통신장비 사업을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점찍으면서 본격적인 투자 확대와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수원사업장에 있는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하는 등 5G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미리 수요를 파악하고 5G 통신장비 생산량을 늘려놓은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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