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차기 스마트폰 전기종에 유기EL을 탑재하기로 방침을 정해, 스마트폰의 탈 액정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언스플래시
애플이 차기 스마트폰 전기종에 유기EL을 탑재하기로 방침을 정해, 스마트폰의 탈 액정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언스플래시

미국 애플이 자사 스마트폰의 차기 기종 모두에 유기 EL을 탑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의 탈(脫) 액정 추세가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2020년 하반기에 출시하는 모든 ‘아이폰’ 신기종에 경량 고화질의 유기EL 패널을 채용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액정 패널과 유기EL 패널을 병용해 온 애플이 유기EL의 전면 채용으로 방침을 전환한 것은 한국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유기EL 탑재 기종을 늘리고 있는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애플의 이 같은 방침 전환에 따라 탈 액정의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부품이나 소재 업체를 포함한 패널 산업의 구조 전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유기EL 패널은 스스로 발광하는 적(赤)녹(綠)청(靑)의 유기화합물을 사용하여 영상을 표시한다. 백라이트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액정 패널에 비해 명암 효과를 내기 쉬워 선명한 영상을 표시할 수 있다. 들여다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유리뿐 아니라 수지도 기판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상으로 가공하기 쉬운 것도 특징이다.

영화나 스포츠, 게임을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수요가 많아지는 가운데, 액정을 대신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삼성전자가 2009년부터 채택하기 시작했다. 중국 화웨이도 2012년부터 탑재 기종을 늘려왔다.

애플은 2017년부터 유기EL을 채용해 왔는데, 2019년에 내놓은 아이폰 ‘11’ 시리즈에서는 최상위 기종에만 탑재했다. 이번에 애플은 차세대 이동통신 규격 ‘5G’를 지원하는 신형 4개 기종 모두로 채용 기종을 확대하게 된다. 화면 크기는 5.4인치, 6.1인치, 6.7인치 3종류이며, 주로 삼성에서 패널을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업계에서는 유기EL 가격이 액정의 2배나 돼 애플이 당분간은 액정 모델과의 병용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결국 경쟁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유기EL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본격화된 5G 서비스도 이번 애플 결정의 요소로 지적된다. 5G 지원 기종에서는 스마트폰 내 안테나의 전력소비가 늘면서 배터리도 커진다. 미국 조사업체 DSCC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의 무게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가볍고 얇은 유기EL의 강점을 활용하게 됐다”고 말한다.

애플은 아직 디스플레이 방침 전환 관련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디스플레이 관련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3위인 애플의 유기EL 전면 채용 결정이 패널 관련 기업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어에 따르면, 유기EL은 삼성이 전체 시장의 73.5%를 장악하고 있다. 스마트폰용으로 한정하면 시장점유율이 90%나 된다. 경쟁 상대인 중국 BOE도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설비투자를 가속화 하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화웨이에 납품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샤프가 스마트폰용 유기EL 패널을 소량 생산하고 있는 정도다.

이런 가운데 존재감을 높여가는 곳은 소재업체로, 일본 스미토모화학이나 이데미츠흥산 등은 재료 분야에서 사업 확대를 노린다.

액정 관련 기업에는 역풍이 예상된다. 일본의 액정 패널 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JDI)는 2019년 3분기 매출에서 애플용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애플 의존도가 높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라이트용 발광다이오드(LED)를 생산하는 니치아화학공업이나 액정 재료를 만드는 DIC도 수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애플이 ‘SE’ 등 저가 스마트폰에서는 액정 패널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어, 액정 시장이 순식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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