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SNS 상에 “5G 전파가 바이러스 확산시킨다”는 루머가 퍼져 5G 기지국이 파괴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픽사베이
유럽에서는 SNS 상에 “5G 전파가 바이러스 확산시킨다”는 루머가 퍼져 5G 기지국이 파괴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픽사베이

유럽에서는 차세대 이동통신 규격 ‘5G’의 기지국이 파괴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산업 전문매체인 닛케이산교신문은 이 같이 보도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대되는 가운데, ‘5G 전파가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 등의 루머가 퍼진 게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지국 파괴 사건이 그치지 않을 경우, 자율주행과 원격의료 등 미래의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게 될 5G와 관련해 유럽의 통신 인프라 정비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달 들어서는 영국 제2 도시인 버밍엄에서 방화로 보이는 5G 기지국 전소 사건이 일어났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사례는 영국 전역에서 수십 건 일어났는데, ‘5G 전파로 감염 확대’ ‘면역력 저하’ 등의 글이 SNS 상에 나돌자 이에 과잉 반응한 일부 시민이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이 계속되자, 영국의 4개 이동통신사업자들은 “5G와 코로나19 결부시킬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공동 성명을 냈다. 한 통신사업자 CEO는 “코로나19로 외출 금지가 내려진 상황에서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일부의 비방이나 파괴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고 말했다.

2019년 4월에 상용화 서비스에 착수한 한국과 미국의 뒤를 쫓아, 유럽에서는 5G 정비 사업이 한창이다. 영국 BT 그룹 산하의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EE는 2019년 5월에 5G 상용화에 나섰다. 현재 런던 이외 지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 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막 건설된 기지국이 표적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영국 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아일랜드에서도 5G 기지국에 대한 방화 등의 파괴 사건이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웹사이트에서 ‘5G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킨다’는 루머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 “5G 네트워크가 정비되지 않은 국가에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라고 해 바이러스가 비말 등으로 감염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제 막 본 궤도에 진입한 유럽의 5G 정비가 앞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우선 전파할당제보다는 경매제를 도입한 국가가 많아,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전파 취득에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게다가 유럽 전체로는 사업자가 150개나 돼 경쟁이 치열하고 설비 투자에 충분한 자금을 충당하기 어렵다.

유럽을 중심으로 25개국에서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을 벌이고 있는 영국 보다폰 그룹의 2019년도 설비투자액은 435억 유로(약 53조 원)이다. 이 중 경매나 라이센스 취득 비용이 82억 유로였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의 경우 일본 국내에서만 설비투자에 6000억 엔(약 6조5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어디에서나 안정적인 통신이 구현되는데, 영국 런던에서는 중심부에서는 지하철로 전파가 들어가지 않을 뿐 아니라, 통신 속도가 느린 3G가 되는 곳도 적지 않다.

자금이 한정된 상황에서, 유럽의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기대는 것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다. 이 회사가 판매하는 기지국 등의 제품은 경쟁사 제품보다 20~3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5G 분야에서 통신사업자와 체결한 상용화 관련 계약은 91건인데, 이 중 절반인 47건이 유럽이다.

화웨이는 지난 2월 프랑스에서 2억 유로 이상을 투자해 통신장비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미·중 무역마찰의 수단으로, 미국이 동맹국에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지 말도록 압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유럽을 주요 시장으로 정하고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유럽 ​​각국의 정부는 지금까지, 5G 통신망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1월 화웨이 제품 사용을 일부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통신망의 핵심 부분은 배제하지만, 기지국 등 주변 기기는 전체의 35%까지 사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실제로 유럽 내 통신사업자 중에서는 전체의 35% 이상을 화웨이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이 회사 제품을 교환한다면 지출이 늘어나 5G 정비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보다폰의 한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영국처럼 35% 규제를 채택한다면 5G 상용화 시기는 2~5년 늦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작권자 © 테크데일리(TechDail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