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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의 tEchNo 인문학] 행복하려면 일을 해라
[이상옥의 tEchNo 인문학] 행복하려면 일을 해라
  • 이상옥 tEchNo 인문학 연구소 소장
  • 승인 2019.11.17 2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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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 중에서도 영리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처럼 열심히 일한다

현직에 있을 때는 몰랐다.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80년대 대학을 다닌 나는 도서관보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데모 현장에서 보냈다. 수업받으러 가는 길목에서 마주하는 선배와 동료들의 시위하는 모습은 그냥 지나치기에 너무 진지하고 심각했다. 당시는 많은 대학생들이 공부에 목숨 걸지 않았다. 특히, 취업전쟁은 있을 수 없었다. 다만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생이 되어 뒤늦게 철들고 고시전쟁에 뛰어든 사람들은 종종 있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군복무를 미치고 4학년에 복귀한 나는 평범한 직장생활은 최후의 보류였다. 남들처럼 고시생 생활을 2년 마치고 마지못해 대기업에 취업했다. 그렇게 시작된 직장생활이 30년 가까이 되었고, 50이 되는 시점에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 두었다. 일만 하는 나에게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고, 인생 후반전은 내가 하고 싶을 일을 하면서 여유있게 살고 싶었다.

30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 읽고 싶은 책도 실컷 읽었다. 잠도 원없이 잤으며, 나만의 시간도 맘껏 누렸다. 그 사이 난생 처음으로 책도 썼으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프리랜서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런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된 직업이 없이 매번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서는 삶은 또 다른 스트레스와 숙제를 남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일은 행복을 추구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그 때 깨달았다.

일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만 아니라면, 재미없는 일이라도 하는 것이 빈둥거리는 것보다는 덜 괴롭다. 일의 특성이나 일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일에도 여러 등급을 매길 수 있다. 그저 권태를 덜어주는 일부터 심오한 기쁨을 주는 일까지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들은 그 자체로는 재미없는 것들이 많지만, 그런 일 역시 중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이 가진 첫 번째 장점은 하루 종일 무엇을 할까 신경 쓸 필요 없이 하루의 대부분을 메워준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면, 보람이 있으면서도 즐거운 일은 없을까 생각하느라 쩔쩔맨다. 또 어떤 결정을 내린 경우에도 다른 일이 더 즐거웠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안타까워 한다.

할 일이 없는 부자들 중에는 단조롭고 고된 일에서 벗어난 대신에 말할 수 없는 권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가끔씩 여행을 가거나,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찾아다니거나, 맛있는 음식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신나는 일들이 끝없이 많지도 않은데다가 어느 순간에는 지루함을 호소하게 된다.

따라서 부자들 중에서도 영리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처럼 열심히 일한다. 그들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수없이 사소한 일들을 하느라 분주하게 살아간다.

두 번 째 장점은 일이 있기 때문에 다가오는 휴일이 훨씬 더 달콤해진다는 것이다. 원기를 잃을 정도로 힘든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닌 한,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 자유 시간에 대해 훨씬 많은 열정을 가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매일 할 일 없이 빈둥빈둥 놀지 말고 뭐라도 해야 한다. 몸이 하는 일이 아니면, 머리로 하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하는 것이 좋다.

영국의 한 중년 남성이 복권에 당첨되어 백만장자가 된 일이 있다. 하루아침에 막대한 돈을 수중에 넣은 그는 직장을 관뒀다. 화려하고 넓은 집으로 이사했고, 최고급 자동차를 사서 여유로운 삶을 즐겼다. 그런데 웬일인지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어 보였던 그가 3년 동안 안락한 삶을 살다가 다시 직장에 취직했다. 돈이 궁하지는 않았던 그가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건 일하지 않는 무기력한 삶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 서울신문 2011년 7월 22일

세 번째 장점은 일을 하면 성공을 이룰 기회와 희망을 달성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우, 일에서 성공을 거두었느냐 아니냐는 그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에 의해 측정된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런 계산법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자아실현에 관련된 일이다. 수입을 늘리고 싶다는 욕망이나, 보다 많은 수입이 가져다주는 안락함을 누리고 싶다는 욕망은 모두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다. 자아실현 혹은 자기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애석하게도 수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고 만족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무리 지루한 일이라도 참을 수 있다. 사실 지루하다는 것도 보편타당한 사회적 관점에서 그런 것이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지루한 일은 없다.

대부분의 일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별 볼일 없는 야망이나마 배출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준다. 이런 만족감이 있기 때문에 지루한 일이나마 할 일이 있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 대체적으로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일은 권태감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보다 높은 차원의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의 종류를 순서에 따라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재미만을 느낄 수 있는 일부터 모든 열정을 다 바칠 만큼 재미있는 일을 말이다.

이상옥 소장
이상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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