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확산 방지 제품 출시…"원인규명 후 책임"
문제 된 2017년 난징산 배터리 제한 가동, 손실 비용 부담
추가 안전 대책과 연말까지 화재원인 규명 등 선제적 대응 성격
배터리 문제 아니어도 ESS 시장 위축시 피해 부메랑 방지 나서

최근 2년여간 잇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ESS업체들이 안전성 대책 마련 및 화재방지 방안을 내놨다.

화재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는데도 국내 ESS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안전 대책을 내놓은 데에는 ESS 시장 전체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날 ESS의 안전성 강화 대책과 함께 정확한 화재원인 규명에 나섰다. 같은 날 삼성SDI는 ESS의 안전성을 위해 최대 20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밝혔다.

기업들이 발생하지 않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LG화학 직원들이 충북 오창공장에 있는 ESS 시스템에서 배터리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LG화학 직원들이 충북 오창공장에 있는 ESS 시스템에서 배터리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운영중인 ESS에 외부의 전기충격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듈퓨즈, 서지 프로텍터, 랙퓨즈 등의 안전장치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절연에 이상 발생시 전원을 차단시켜 화재를 예방하는 장치인 IMD(Insulation Monitoring Device) 안전장치를 함께 설치해 안전성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MD는 실시간 모니터링, 절연저항 상태 수치화 등이 가능한 장치이다.

기존 사이트는 이미 교체 지원됐으며 신규 사이트에 대해서도 필수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LG화학은 설명했다.

LG화학은 화재 확산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현재 화재확산 방지 제품 출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제인증을 시험 통과한 상태로 추가 테스트가 마무리되는 되는대로 관련 시스템을 적용해 화재 확산 위험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LG화학은 추가적으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ESS안의 블랙박스격인 ‘파이어프로프(fireproof) HDD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파이어프로프 HDD는 화재가 발생돼도 관련 기록이 소실되지 않도록 HDD(배터리 내 하드디스크)를 보호하는 장치이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설치업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교육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화재의 경우 아직 원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선제적인 조치의 일환으로 2017년 남경산 배터리를 포함한 사이트는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70%로 제한가동 중”이라며 “손실비용에 대해 회사가 부담해 사업주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정밀 실험 및 분석은 물론 사이트에서 보다 가혹한 환경에서의 시험까지 포함해 올해 말을 시한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 결과에 따라 필요한 책임 있는 조치와 교체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서 열린 에너지저장장치(ESS) 안전성 강화 대책 설명회에서 허은기 삼성SDI 전무가 ESS 모듈과 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서 열린 에너지저장장치(ESS) 안전성 강화 대책 설명회에서 허은기 삼성SDI 전무가 ESS 모듈과 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SDI는 ESS에서 발화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등의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삼성 SDI는 이달부터 신규 ESS에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해 출시하고, 기존 ESS에는 회사가 1500억~2000억원을 들여 시스템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지난 1년여간 국내 전 사이트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존 안전 대책(충격 감지 센서 등)도 관련 비용을 전부 자체 부담해 이달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2017년 8월부터 1년9개월 간 ESS 설비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 23건 중 14건은 배터리 제조사가 LG화학, 9건이 삼성SDI다. 지난 6월 정부·민간 합동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발생한 추가 화재 3건 중 2건은 LG화학, 1건은 삼성SDI 배터리다.

현재까지 이들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가 결함이라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6월 발표 당시 구체적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배터리 보호 시스템 및 운영 환경 관리 미흡 등이 복합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SDI와 LG화학 입장에서는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판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 추궁을 당하다 보니 억울한 셈이다. 특히 두 회사 모두 같은 배터리를 출하했는데 국내에서만 화재가 잇따르고, 같은 배터리를 쓰는 해외 ESS에서는 화재가 현재까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점을 들어 업계에서는 화재 원인을 배터리 자체 결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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