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이 5G에서 미국의 견제에도 수주 물량을 착실히 늘리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이 5G에서 미국의 견제에도 수주 물량을 착실히 늘리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차세대 이동통신규격 ‘5G’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통신기기는 정부가 나서서 첨단기술진흥책인 ‘중국제조 2025’의 중점 항목으로 선정해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힘입어 잘 나가고 있다. 단적인 예로,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 속에서도 세계 통신사업자들을 상대로 수주 물량을 착실히 늘려나가고 있다.

중국이 어떻게 해서 이처럼 세계 5G 시장을 주도해 갈 수 있게 된 것일까. 그 요인은 통신방식과 반도체라는 2가지의 기술적인 약점을 극복한 데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한다.

“한국과 유럽, 일본은 독자의 5G(기술)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은 가지고 있지 않다.” 지난달 하순, 화웨이의 런정페이 CEO는 이렇게 말하고, 5G의 노하우를 미국 기업에도 판매하고 싶다는 의향을 나타냈다. 자사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모바일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상하이’. 화웨이의 후허우쿤 부회장은 “우리 기지국을 사용하지 않으면 (유럽의) 5G 보급은 2년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30개국에서 50건의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덧붙였다. 그 계약의 절반은 유럽 지역이다.

어떻게 화웨이의 잇따른 수주는 가능한 것일까. 후 부회장은 설비의 소형화와 그에 따른 건설비의 저감을 든다.

2월에 발표한 기지국 신제품은 안테나 부분이 무게 약 20kg의 백색 상자이다. 이 회사의 기술 담당자는 “작업자 혼자서도 설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종래의 4G 등을 지원하고 안테나와 제어장치 등이 하나의 기둥에 간단하게 설치된다.

통신사업자에게, 대량으로 부설하는 설비의 소형화는 사활의 문제다. 5G로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하면 공사비나 인건비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두 가지 약점을 극복해왔다.

첫 번째는 통신 방식이다. 화웨이와 동종 업계 2위인 ZTE가 200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한 것이 상향통신과 하향통신에서 동일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TDD’ 방식. 당시 세계의 주류였던 ‘FDD’ 방식은 상향과 하향에서 다른 주파수 대역을 이용한다.

휴대전화 전파는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 수가 한정돼 있다. TDD 방식은 하나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상향과 하향 신호를 시간이나 통신량에 따라 세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5G는 단말이 밀집하는 장소에서도 전파가 간섭하지 않고, 단말마다 핀 포인트에 전파를 보낸다. TDD 방식 쪽이 기술적으로 실현하기 쉽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업체들이 TDD 방식을 선택한 데는 후발주자로서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

통신업계의 규격은 오랫동안 핀란드 노키아와 스웨덴 에릭슨 등 유럽 세력이 주도해 왔고 중국 업체들은 거액의 사용료를 지불해 왔다. 중국 정부는 2013년 무렵부터 TDD 방식의 보급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판도를 바꾸는데 일조했다.

다른 하나는 반도체의 개발력이다. 화웨이는 미국 기업 등으로부터의 외부 조달을 줄이기 위해 2004년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설립했다.

올해 1월에 발표한 전용 반도체는 데이터의 처리속도를 높이고 기기의 부피를 기존 제품의 절반으로 줄였다. 5G 개발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화웨이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반도체부터 소재, 액상 방열에까지 요소기술 축적이 방대하다”고 말한다.

한편 ZTE는 미국 퀄컴의 통신용 반도체를 채용하지만, 밀도가 높은 회로설계와 효율적인 냉각 방법 등 독자의 노하우를 가미한다. 특히 5G에서는 대량의 안테나 탑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다 단순한 설계로 소형화를 실현하고 있다.

중국 세력은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유럽 업체와 비교해 30% 정도 저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신흥 시장을 개척한다.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제품의 배제를 유럽 국가와 호주, 일본 등 동맹국에 호소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내년 8월부터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조달을 금지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그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자국 시장의 급성장은 큰 힘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에 5G 사업면허를 통신사업자들에게 교부했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은 연내 50개 이상의 도시에서 5만 곳 이상의 지역에 5G 기지국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업체들은 거대한 국내 시장에서 거둬들인 돈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를 장악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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