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역사학자인 엘빈 토플러는 세상의 모든 변화를 거대한 물결로 표현했다. 그의 대표작인 “제3의 물결”에서는 수렵생활에서 농경시대로 접어든 것을 제1의 물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한 것을 제2의 물결,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변화한 것을 제3의 물결로 정의했다.

산업혁명 관점에서 보면 농경사회에서 본격적인 산업사회로 변화를 주도한 증기기관의 발명을 제1차 산업혁명, 기계화된 산업에서 대량생산을 주도한 컨베이어시스템 개발을 제2차 산업혁명, 인간을 대신한 기계 기반의 현실세계에서 가상의 세상을 열개한 웹(WEB)세계를 연결해 주는 컴퓨터의 개발을 제3차 산업혁명, 기존의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융합시키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 정의한다.

가상세계를 열개한 컴퓨터는 인터넷, 즉 웹을 설명하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팀 버러스 리(Timothy Berners Lee)가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진 웹은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받는 자만 존재하는 웹1.0시대,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개방, 공유, 참여가 자유로운 웹2.0시대를 넘어 개인화, 지능화로 축약되는 웹3.0시대에 접어 들었다. 다시 말해 웹1.0 시대는신문이나 방송처럼 일방적인 콘텐츠를 받는 것이었고, 웹2.0 시대는 '공유', '참여', '개방'의 플랫폼 기반으로 정보를 같이 제작 공유한다는 것이었으나, 웹3.0시대는 이런 정보를 개인별로 상황에 맞게 생성, 가공해주는 맞춤형 서비스 플랫폼를 말한다.
웹3.0은 '공유', '참여', '개방'에서 '개인화', '지능화'라는 단어로 축약되고 있다. 개인이 중심에 서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추론하는 것으로 웹의 개발이나 활용의 방향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웹은 2.0이다. 하지만 일부 힘있는 자들이 정보를 독식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블록체인기술에 힘입어 사용자에게 권리를 돌려주자는 의미로 웹 3.0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웹3.0의 기본이 되는 것은 컴퓨터가 정보자원의 뜻을 이해하고, 논리적인 추론까지 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웹인 시맨틱웹(Semantic Web)이다. 팀 버너스 리는 시맨틱 웹을 기계가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웹이란 뜻으로 이해했다.

시맨틱이란 뜻은 의미론 적이란 말이다. 즉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하여 정보를 읽고 해석하여 개인이 원하는 답을 지능적으로 찾아준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여행을 위해 일일이 인터넷을 뒤져가며 여행지, 호텔과 비행기를 찾아 예약을 해야하지만, 일정과 선호도 등 몇가지 정보만 주면 시맨택 웹이 정보를 해석하고 분석해 세부일정과 여행에 필요한 예약을 자동으로 해줄 수 있다.

시맨틱 웹을 구성하는 핵심기술로는 자원 기술 개념(RDF)과 같은 웹 자원(Resource)을 서술하기 위한 자원 서술 기술, 온톨로지(ontology)를 통한 지식 서술 기술,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에이전트(agent) 기술들을 들 수 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해 기존 정보를 재가공하여 만들어진 콘텐츠를 인간과 동일하게 인식하는 정보로 만들고 이러한 언어로 순식간에 수많은 정보 중 필요한 것을 골라 상황에 맞는 의미로 바꾸어 버린다.

즉 웹2.0은 수많은 정보를 링크가 많이 된 순으로 나열시켜주는 것이었다면, 웹3.0은 현재 상황을 인식하여 수많은 내용 중 필요한 내용을 재배치하여 문맥(Context)을 제공하여 주는 것이다.

블록(Block)은 엔트리 프로그램 안에서 코드를 구성하는 작은 단위다. 그런 의미에서 엔트리 프로그래밍은 사용자가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생각하고, 각 오브젝트에 필요한 블록들로 코드를 구성하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창작 행위이다.

시맨틱 웹, 혹은 지능형 웹이 될 것이라 예측하는 웹 3.0은 아마 이런 형태이지 않을까 추측되고 있다. 개인 사용자의 상황, 맥락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웹이라 할 수 있다.

정보가 자산이 되고 돈이 되는 세상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 기업들은 중앙집중형 서버에 데이터를 대량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는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개인 보안을 희생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기업은 사용자 정보와 검색 습관, 이력 등 가치 있는 정보를 자산화하여 마케팅 목적으로 팔기 시작했다.

유엔은 인터넷 사용자 수가 2015년 기준으로 32억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엄청난 양이다.

사람들은 뒤늦게 더 이상 자신의 정보가 거대 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깨닫기 시작했다. 그 해답을 웹 3.0에서 찾으려 한다. 거대 기업 손에 권력과 데이터가 집중되지 않고 정당한 소유자에게 반환되는 방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웹3.0은 더 공정하고 투명한 웹을 향한 비전의 시작이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가 P2P 디지털 스토리지를 위한 블록체인 개념을 도입하면서 비트코인이 탄생했다. 웹 2.0이 개방과 공유를 표방하며 수많은 권력구조를 민주화하고 인터넷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 엔진은 대부분 사유화되고 독점화됐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우버, 에에비앤비 등은 그들이 지배하는 공공 인프라를 위한 독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웹 3.0은 이와 반대로 개방형 네트워크에서 가치와 수익을 공유하려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면서 암호화 기반 전화기와 VPN, 분산형 스토리지, 암호화폐 지갑이 널리 보급될 머지 않은 미래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보를 감시하는 네트워크와 이동통신사가 필요 없는 미래 말이다.

최근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막대한 정보로 구축한 빅데이터를 정치 공작과 여론 조작을 위해 이용했다는 게 밝혀져 곤욕을 겪고 있다.

과거에도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악용되는 디스토피아를 경험했지만 당시에는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빼앗긴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당분간 인터넷 사용자들은 웹 2.0에 친화적이고, 거대 IT기업들이 파 놓은 함정에 아무 저항없이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웹3.0을 향한 기차는 이미 출발한지 오래다. 사용자와 디지털 서비스를 연결하는 프레임워크도 현저하게 다르다. 기존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 정보를 몰래 채취하지 못하게 트랜잭션을 수동으로 서명하고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구글 드라이브나 드롭박스 대신 ‘Storj, Siacoin, Filecoin, IPFS’ 같은 기술을 이용해 파일을 배포하고 저장한다. 스카이프 대신 ‘Experty.io’ 기술을 이용하고 카카오톡이나 위챗 대신 ‘Status’를, iOS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를 대신해 ‘Essentia.one, EOS’ 같은 프레임워크가 새로운 웹 게이트웨이를 제공한다. 또 페이스북을 대신해 사용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Steemit’을 쓰거나 크롬 대신 ‘Brave’ 브라우저를 쓴다.

웹3.0이 현실화되면 독점 서비스 제공 업체가 규제하지 않는 건전한 플랫폼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웹2.0이 자동으로 웹1.0을 끝내지 않았던 것처럼 웹3.0은 기존 온라인 시스템과 통합되고 완전히 이행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웹3.0 혁명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상옥 소장
이상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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