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D램ㆍ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공정에 일본산 불화수소(HF) 대체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4일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등 첨단 소재 3종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에 나선 지 두달 남짓 만에 대체제 투입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일본산 불화수소 대체작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연말을 전후해 완전히 대체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 업체 솔브레인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제조한 불화수소를 납품받아 지난달 중순부터 일부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두 회사는 중국산 무수불산을 수입해 일본 업체에 못지 않은 ‘파이브 나인’(99.999%) 순도의 불화수소(HF) 액상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만, 국산 불화수소를 반도체 생산의 모든 공정 라인에 투입하는 단계는 아니다. 현재는 일부 공정에만 투입하고 있고, 앞으로 투입하는 공정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가 작업에 앞서 회로가 새겨진 모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가 작업에 앞서 회로가 새겨진 모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생산한 불화수소 시제품을 민감도가 낮은 공정부터 순차적으로 투입하고 있으며 민감도가 높은 공정으로 넓혀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의 공정은 500개 가량으로 구성돼 있고, 이중 불화수소가 필요한 공정은 50개 안팎이다. 삼성전자는 이중 1~2개 공정부터 일본산을 대체해 국산 제품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 역시 국내 업체가 생산한 불화수소를 조만간 시운전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올 들어 두 차례 감산에 들어간 SK하이닉스는 일본 발 소재 부족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반도체 생산 라인에선 중국산 불화수소로 일본 제품 대체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내부의 소재개발 담당 엔지니어들은 국산 불화수소 시제품에 대한 성분 분석을 진행중이다.

국내 업체가 만든 불화수소를 반도체 라인에 맞춰 소재 성분 등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소재업체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일종의 ‘공동 개발’을 하는 과정으로, 기존에 썼던 일본 스텔라·모리타 제품과 비교했을 때 성분 구조에서 크게 차이가 없어야 반도체 공정에 전면 투입했을 때에도 제품 결함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국내 업체 솔브레인이 이달 말 예정대로 충남 공주 공장 증설 작업을 완료할 경우, 국산 불화수소의 양산 규모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솔브레인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각각 일본 스텔라ㆍ모리타에서 수입한 불화수소를 정제한 뒤, 식각액(에천트) 형태로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정용 소재로 납품해왔다.

이들 국내 업체는 일본 수출 규제가 시작된 이후 불화수소 수입처를 대만과 중국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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