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는 7일 베이징에서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린빈 샤오미 총재(왼쪽)와 이제석 삼성전자 상무. 샤오미 제공
샤오미는 7일 베이징에서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린빈 샤오미 총재(왼쪽)와 이제석 삼성전자 상무. 샤오미 제공

‘한국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이미지센서에서도 일본을 따라잡을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결정짓는 이미지센서의 공급 확대를 위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공략에 적극 나서며 이 분야 선두업체인 일본 소니의 추격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그럴듯한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세계 4위 스마트폰업체인 샤오미는 지난 7일 삼성전자의 신형 이미지센서를 자사 제품에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5위 업체인 오포(OPPO)도 삼성전자 제품 탑재를 곧 표명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샤오미가 선택한 삼성전자 제품이다. 샤오미는 이번에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 ‘레드미(紅米)’의 신형 스마트폰에 삼성전자 제품을 탑재했는데, 이것은 삼성전자가 지난 5월에 발표한 신형 CMOS(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 이미지센서 ‘GW1’이다. 일안리플렉스카메라나 미러리스디지털카메라의 고급 기종에 필적하는 6400만 화소가 특징이다. 샤오미에 따르면 현행 스마트폰 중 최고인 4800만 화소보다 해상도가 34% 높다.

샤오미는 왜 고성능 이미지센서를 채용했을까.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스마트폰 이용에서 인스타그램이나 위챗(WeChat) 등 SNS에서 사진이나 코멘트를 올리는 일을 가장 즐겨해 카메라 성능이 스마트폰 선택의 결정적인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카메라 기능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5월 설립한 카메라 기능 전문개발부서를 들 수 있다. 샤오미는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개발인력을 끌어 모아 이 부서에 투입했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는 화웨이가 30%를 넘는 점유율로 선두를 독주하고 미국 애플은 점유율이 10%를 밑돌며 5위로 추락했다. 그 이유에 대해 중국 IT기기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화웨이는 셀카가 뛰어나다는 이미지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삼성전자가 샤오미를 공급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이 회사가 중국과 신흥 시장에서 두루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시장점유율은 10%를 넘어 4위이고 대표적인 신흥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에서는 점유율 1위를 달린다. 러시아에서도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출하대수 기준으로 스마트폰 세계 최대 업체이다. 그렇지만 중국시장 점유율은 극히 낮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중국에서는 이미지센서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는 견해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를 공급하는 중국 업체는 샤오미 뿐이 아니다. 오포가 신흥 시장에서 전개하는 젊은 층 대상 브랜드 ‘리얼미’도 곧 삼성전자의 신형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새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다. 리얼미는 인도나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는 브랜드다.

삼성전자는 이미 이미지센서 선두인 소니의 아성을 무너트리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지난 5월 제품 발표회에서 “2030년 메모리 이외의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하지만 이미지센서는 더 일찍 1위를 달성할 것이다”라고 공표했다. 그 비장의 카드는 샤오미가 이번에 선택한 ‘GW1’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공세에, 소니는 어떻게 나올까. 소니는 카메라용 CCD에서 축적해 온 색채 기술 등에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증산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향후 3년간 6000억 엔(약 6조8400억 원)을 투입해 설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7일의 샤오미 신제품 발표회에서는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왔다. 샤오미의 공동창업자인 린빈(林斌) 총재는 “삼성이 개발 중인 1억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판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품의 채택이 단발성이 아니라 깊은 협력 관계에 기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중국 세의 협력이 얼마나 위협적인 힘을 발휘할 것인가. 우선은 샤오미가 이번에 내놓은 신형 스마트폰의 성패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한편, 조사업체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미지센서인 CMOS이미지센서 시장은 최근 6년 동안 연 평균 10% 이상 성장해 왔다. 앞으로도 성장세는 지속돼 2017년 125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이었던 시장규모는 2022년에 190억 달러로 1.5배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 확대의 견인차는 스마트폰용이다. 마트폰 출하대수는 감소로 돌아섰지만, 스마트폰 1대에 복수의 카메라를 탑재하는 제품 추세에 따라 CMOS센서 수요는 계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시장은 점유율을 과반을 장악하고 있는 소니에 삼성전자가 추격하는 구도인데, 경쟁 무대는 스마트폰에 한정돼 있지 않다.

사물인터넷(IoT) 보급으로 감시 카메라에 탑재되는 센서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자율주행차량용으로도 보급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전자 눈’으로 수요를 어느 정도 끌어들이느냐가 금후 패권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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