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인 'E3'에 참가한 닌텐도.
지난 6월 11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인 'E3'에 참가한 닌텐도.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게임의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승부를 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닌텐도는 미국 가을 시장의 특수를 겨냥해 휴대형 게임전용기(콘솔) 신제품을 오는 9월 전 세계에서 출시하는 한편 중국 최대 인터넷서비스업체인 텐센트와 제휴해 중국 시장 공략 수위를 높인다.

닌텐도의 주력 게임기는 ‘닌텐도 스위치’다. 현재 전체 매출의 90% 가까이를 이 게임기 관련 사업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 2017년 3월에 출시된 이 제품은 이미 시장에 나온 지 3년째에 접어들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상 내리막길에 접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닌텐도가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를 지속시켜 나갈 심사로 9월에 내놓는 제품이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이다. 현행 모델에 비해 가격은 70% 선으로 낮추고, 크기는 80% 정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주요 소프트웨어는 그대로 가지고 놀 수 있다.

닌텐도는 전체 매출의 80% 정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스위치 라이트’는 최대 시장인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출시 시점을 9월로 정한 것이 그 이유다. 종래는 신형 게임기를 일본의 봄 성수기나 연말 성수기 직전인 11월에 주로 출시해왔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 등 크리스마스를 앞둔 판매대전이 가을에 시작된다. 이 시기에 맞춰 제품을 투입해 최대로 시장의 관심을 모으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닌텐도는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그 움직임은 텐센트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 회사는 다음달 2일부터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게임쇼인 ‘차이나 조이’에 스위치의 이름을 딴 부스를 연다고 최근 SNS을 통해 밝혔다. 닌텐도와의 협력을 소비자에게 직접 알린 것이다.

닌텐도가 중국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3번째다. 과거 두 번은 독자적인 진출 형식이었고 모두 실패했다. 게임 콘솔에서 경쟁하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도 중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나서 독자 노선을 포기했다. 중국 업계단체에 따르면, 이 나라 게임 시장은 2018년에 2144억 위안(약 30조8000억 원)으로 세계 최대다. 스위치가 이 시장을 개척하면 새로운 수익원을 얻게 된다.

닌텐도가 신제품 투입과 텐센트와의 협력으로 세계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시장 공략에 성과를 이루어낼 지는 미지수다. 게임 업계에서는 미국 구글과 애플 등 IT 공룡이 신규 참여를 표명하고 스마트폰 게임이 세계적인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 전용기가 얼마나 경쟁력을 유지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현재 게임 시장에서 스마트폰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르고 게임 전용기는 0.5%에 불과하다. 정부가 오랫동안 게임기를 규제해 온 결과이다. .

이런 상황에서도 닌텐도가 게임 전용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후루카와 슌타로 사장은 “자체 개발한 하드웨어와 자사 소프트웨어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닌텐도다움’을 전하는 수법이 돼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용 준비에 뒤쳐져 어쩔 수 없이 전용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스마트폰 전용 게임의 비율은 2019년 3월기 기준으로 불과 4%에 그친다.

닌텐도의 이 같은 곤경은 시장도 감지하고 있다. 닌텐도의 30일 주가 종가는 4만 590엔. ‘닌텐도 DS 라이트’가 큰 인기를 끌던 2007년 11월에 기록한 최고가(7만3200 엔)에 비해 반값 가까운 수준이다.

물론 닌텐도는 미국과 중국 시장 공략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미국에 투입하는 게임 전용기는 현재는 거치 형이 주력이지만, 소형의 스위치 라이트로 외출 시에도 가지고 노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중국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텐센트와 손잡고 홍보하면 전용기 놀이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부 전문가도 “닌텐도는 자사 게임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풍부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용과는 일정의 차별화는 가능하다”고 지적해 닌텐도의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구글이나 애플 등의 가세로 향후 스마트폰용 게임은 양적 증대와 질적 향상이 빠르게 전개될 것이 확실하다. 이에 따라 경쟁은 더 격렬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카메라가 스마트폰의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게임 전용기도 새로운 기술의 보급 등에 따른 변화를 따라 가지 않으면 시장의 구석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게임 전용기의 매력을 얼마나 발산할 수 있을지, 선구자 닌텐도의 저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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