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수입 규제 대응 차원…러시아산 제품 수입 적용 병행 검토

일본 경제 보복으로 인한 반도체 핵심 재료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업계가 발벗고 나섰다.

국산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반도체 생산라인에 적용하는 방안과 러시아산 제품을 수입, 적용하는 방안을 병행 검토하고 있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반도체 생산공정에 국산 불화수소를 적용하는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사용하던 일본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로 길게는 수개월 가량이 소요될 수 있다. 그동안 업체들은 품질 문제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일본산 제품을 사용해 왔는데 일본 정부의 수입 규제 조치로 대체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삼성전자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반도체 생산 장비와 공정에서 환경 재설정과 함께 이들 물질을 투입해 수율(투입 대비 생산된 양품의 비율) 등 실제 양산에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게 된다. 테스트는 일부 생산라인에서만 진행되고 검증이 이뤄진 뒤 적용 대상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때문에 실제 양산라인 공정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양사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에도 불화수소를 사용해 왔으며 일본 불화수소를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일부 라인에 대해 테스트에 들어가는 것으로 아직 결과물이 나온 것이 없다"며 "실제 양산 검증에 걸리는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이 필수재료 포토레지스트, 투명 폴리이미드, 불화수소를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정부 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반도체 업계는 올 초부터 일본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감지하고 국산 제품 도입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최근 러시아 정부가 제안한 불화수소 수입도 검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국산 제품의 품질이 검증된다고 하더라도 일본산 제품을 대체할 수준의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증산하기는 어려운 만큼 수입선 다변화도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한국 측에 불화수소 공급을 제안했지만 국내 장비와의 적합성 등 실증 작업에만 최소 6개월이 소요돼 국산 불화수소 투입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산 반도체 재료 생산에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15일 "일본과의 제조업 분업 체계에 대한 신뢰를 깨뜨려 일본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수입 규제 조치가 정치·외교적 문제에서 촉발된 만큼 정부간 협의를 통해 해결이 이뤄지면 가장 좋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리스크 축소를 위해서라도 국산화와 함께 다양한 수입선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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