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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우리 기업들이 4차산업혁명 진출 꺼리는 이유는
[진단] 우리 기업들이 4차산업혁명 진출 꺼리는 이유는
  • 윤원창 기자
  • 승인 2019.07.11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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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진출은 얼마나 될까.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300대 기업 가운데 13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최근 10년간 정관 목적사업 변동을 살펴봤더니 이들 기업의 4차 산업혁명 진출이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AI이나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사업을 새롭게 넣은 기업은 20개사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4차 산업혁명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이 7곳 가운데 1곳에 불과한 셈이다.

세계를 보자. 4차 산업혁명의 패권다툼이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겨우 진출한 분야는 자율주행이나 가상현실 등 이미 사업성이 검증된 분야다.

3D프린팅·블록체인 등 미래 분야에 참여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ICT 강국임에도 기껏해야 전자상거래나 교육사업에 만족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국내 기업들이 3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냉혹한 평가가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얼마 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청와대를 찾아 AI 발전이 늦었다고 충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리만 요란할 뿐 지지부진한 정책을 꼬집은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진출을 꺼리는 것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탓으로 볼 수도 있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가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절반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데 그 이유로 시장 형성 불투명과 규제 장벽을 꼽았다.

빅데이터나 원격의료 등 무엇 하나 진척되는 분야를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신산업에 진출한 스타트업이 규제와 기득권의 장벽 앞에 쩔쩔매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업들은 무엇을 느끼겠는가.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환경이 열악한 것도 한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과 미국·중국·일본·독일의 4차 산업혁명 환경을 평가한 결과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정책 지원에서는 중국 123, 미국 118, 독일·일본은 110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규제 강도에서는 중국 80, 미국·독일 90, 일본은 96이었다. 정부 지원은 빈약한데 규제만 판을 치고 있다는 의미다.

바이오·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9개 분야에 걸친 세부 평가도 대부분 꼴찌다. 중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나은 부문은 블록체인과 드론 규제 두 가지뿐이다.

이런 참담한 현실에서 혁신성장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친기업 정책을 전면화하고 있다. 세금을 낮춰 기업 부담을 덜어주고, 규제를 걷어내 신산업이 꽃피울 환경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르다는 사실이 한경연 조사 결과에 잘 드러난다.

핀란드가 그런 나라 중 하나다.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던 노키아의 위기 이후 스타트업 육성에 총력을 쏟은 결과 유럽 스타트업의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거저 이뤄진 변화가 아니다. 규제 혁파 등 친기업 정책을 편 결과다.

핀란드 스타트업의 핵심인 헬스케어·바이오테크 산업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핀란드는 50년 이상 수집한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했다. 지금은 450개가 넘는 헬스케어 기업이 활동 중이다. GE, 바이엘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핀란드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운다.

4차 산업혁명은 국가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다. 그것도 1~2년 내에 승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민간 창의력을 북돋우고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새 일자리와 서비스가 창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달 북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핀란드 오타니에미 혁신단지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혁신성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혁신성장을 하고 싶다면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부터 혁파해야 한다. 꼴찌 수준의 4차 산업혁명 환경을 방치한 채 혁신성장을 바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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