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의심하지 않은 올인 투자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이 자금조달하기 쉬운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후 파산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 해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실 스타트업에게 ‘실패’는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이기도 하다. 문제는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자와 금융기관, 거래처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스타트업•벤처캐피탈 동향 전문 조사업체인 CB인사이트는 최근 미국에서 파산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모아 분석했다. 그중 교훈이 될 만한 대표적인 사례 4가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와이즈웨어(Wisewear)는 2013년 창업했다. 그리고 5년 후인 2018년 판산했다. 총 조달자금은 650만 달러였다.

외부서비스와의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통합을 통해 타사의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일은 예전에 없이 매우 간단해졌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유망한 기업조차도 파탄에 빠지게 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팔찌형 웨어러블 단말기을 전개하는 미국 와이즈웨어는 2018년 초에 이런 상황에 빠졌다. 미국 애플의 웨어러블 단말기 ‘애플 워치’의 중요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아 사업을 무기한 중지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와이즈웨어가 목표로 한 것은 웨어러블 단말기의 활동량 측정 기능과 디자이너 주얼리의 멋과 화려함의 양립이었다. 이 회사의 스마트 팔찌에는 비상 버튼이나 연계된 스마트폰에서 보내지는 통지, 걸음 수, 소비 열량의 측정 등 미국 피트비트가 개척한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

와이즈웨어는 2017년 여름 ‘서비스 포트를 통해 애플 워치를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 밴드’로 특허를 획득한 미국 리저브 스트랩(Reserve Strap)을 인수했다. 이 배터리 밴드는 애플 워치의 밴드 커넥터의 홈에 있는 충전 포트를 활용하고 있었다. 리저브 스트랩이 신제품을 사용하면 애플 워치의 배터리 수명을 최대 150% 늘릴 수 있었다.

와이즈웨어가 리저브 스트랩을 인수한 근거는 이 충전 포트의 발견과 배터리 밴드였다. 와이즈웨어의 스마트 팔찌는 타사의 웨어러블 단말에 비해 눈에 뛰게 우아했지만 기능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리저브 스트랩의 배터리 밴드는 와이즈웨어 고객에게 부가가치가 되어 와이즈웨어 제품을 타사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해주는 것이었다.

리저브 스트랩은 “우리는 애플 시계의 밴드 슬라이드 내부에 있는 6개의 핀 포트를 활용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테스트해 왔다. 이 포트는 지금까지 누구도 그 기능을 간파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충분한 고찰을 거듭하여 개발의 중점이 새로운 기술로 옮겨도 좋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리저브 스트랩이 숨겨진 포트의 발견을 발표한 직후 애플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포트의 기능을 비활성화했다. 이것은 와이즈웨어가 파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리저브 스트랩의 배터리 밴드는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결과, 리저브 스트랩의 기술이 사용된 와이즈웨어의 일부 제품의 채산성에 대해, 투자자가 걱정했기 때문에 시리즈 A의 자금조달의 일부로 기대했던 200만 달러를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와이즈웨어 파산 변호사 론 스메버그 씨는 “애플이 운영체제(OS)를 변경했기 때문에 리저브 스트랩 제품을 출시할 수 없게 됐다. 애플이 포트를 비활성화 한 것으로, 적어도 현재로서는 리저브 스트랩의 특허는 가치를 잃었다. 적어도 일부 주력 제품의 채산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에 시리즈 A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더욱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와이즈웨어는 파산 신청 서류에서 애플의 행위를 ‘불법 거래 제한’이라고 비판하고, 애플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와이즈웨어는 이 문제에 대해 법원에 다투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돌이켜 보면 인기가 있는 소비자용 전기 제품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기능에 모든 것을 걸고 있던 기업을 매수하는 위험성을 감지하는 것은 너무 간단했다. 하지만 와이즈웨어는 당시 리저브 스트랩의 인수나 회사의 존속 가능성에 대해 재고하거나 의심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와이즈웨어가 리저브 스트랩의 인수를 단행한 이유는 와이즈웨어의 판단 실수를 이제 와서 지적하는 것만큼이나 간단하다. 리저브 스트랩은 애플 워치의 포트를 찾아낸 것으로 다른 웨어러블 기업을 앞섰다. 애플이 포트를 비활성화하지 않으면 리저브 스트랩은(그 연장선상에 있는 와이즈웨어도) 시장에서 경쟁사 제품을 꺾고 브랜드력 향상에 기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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