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에 실패한 M&A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이 자금조달하기 쉬운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후 파산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 해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실 스타트업에게 ‘실패’는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이기도 하다. 문제는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자와 금융기관, 거래처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스타트업•벤처캐피탈 동향 전문 조사업체인 CB인사이트는 최근 미국에서 파산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모아 분석했다. 그중 교훈이 될 만한 대표적인 사례 4가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 미국 줄렙(Julep) : M & A (인수 합병)가 시너지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창업 : 2007년

파산 : 2018년

총 조달 금액 : 6000만 달러

제인 박(한국 이름 박효성) 씨가 2007년 미국 시애틀에서 창업한 화장품 브랜드 ‘줄렙(Julep)’은 기백이 있는 스타트업에서 실제 매장과 온라인을 융합시키 옴니 채널의 소매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줄렙은 시애틀에서 단일 매장의 네일 살롱으로 출발했다. 박 씨는 고객에게 네일 뿐 아니라 맞춤형 미용 체험을 의도했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꾸며주는(커스터마이즈) 미용’이라는 새로운 접근은 곧 인기를 끌었다.

줄렙은 빠르게 커갔다. 매니큐어를 비롯해 다양한 자체 브랜드 화장품을 출시하고 매장을 늘렸다. 히트상품 중 하나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정기 구매) 서비스인 ‘메이븐(Maven)’이었다. 구매하면 줄렙 직원이 세팅한 화장품 바구니가 매달 도착했다.

2013년에는 줄렙의 연간 매출은 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2014년에는 미국 안도리센 호로비츠와 아주르 캐피탈 파트너스 등 유명 투자기업에 배우 윌 스미스와 래퍼 제이 Z의 개인투자까지 합쳐 3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문제는 수면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발단은 소송이었다.

줄렙은 2012~2015년 사이에 ‘부정한 비즈니스 관행’(워싱턴 주 법무장관)을 이유로 여러 명의 고객들에 의해 제소됐다. 고객들은 회사가 메이븐에 대해 오해를 부를 정보를 준데다 구매 계약 취소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송의 쟁점은 세금과 배송료만으로 받을 수 있는 무료체험세트 ‘웰컴박스’였다. 소장에 따르면, 줄렙이 사실을 ‘적절하게 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료의’ 웰컴박스를 주문한 고객은 매달 도착하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메이븐’을 선택한 것으로 됐다.

줄렙은 성명에서 소송은 “비윤리적이고 거짓이다”라고 일축했지만, 합의금 3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

미국 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는 2016년 줄렙과 다른 2개의 화장품 브랜드 ‘크록스 보태니컬즈’ ‘로라 겔러’를 인수해 이들 3사를 산하의 브랜드 ‘그랑사올’로 통합했다. 워버그 핀커스의 인수 목적은 3사의 경영 등 사무관리 기능 대부분을 통합하는 것이었다.

3사를 통합한 직후 그랑사올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3개 브랜드의 서플라이체인(공급망), 직원, 경영진, 사무 관리를 통합하는 공통의 전사적자원관리(ERP) 개발에 들어갔다.

그런데 로라 겔러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TV 광고를 중시했던 반면 줄렙 고객은 젊은층이어서 온라인 광고를 주축으로 하는 등 3개 브랜드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기 때문에 사무관리를 통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ERP의 구축과 3사의 통합에 의한 ‘시너지(상승효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3사 각각의 차별성보다 우선되었다.

 

핀커스의 인수 작업이 2년도 지나지 않아 그랑사올(그 연장선 상에 있는 줄렙도)은 미국 연방 파산법 11조의 적용을 신청했다. 줄렙은 2018년 12월에 시애틀 매장이나 본사를 폐쇄하고 그 과정에서 100명 이상을 해고했다.

시설과 조직을 모두 파는 방식은 스타트업이 선호하는 출구전략이다. 하지만 줄렙의 불운이 확실히 보여주듯이 경험이 풍부한 펀드의 인수라 해도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시너지’를 노리고 매수에 나서는 모든 M&A 펀드에게 줄렙은 반면교사가 된다. 같은 업계의 브랜드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효과를 낼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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