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간과한 과잉투자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이 자금조달하기 쉬운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후 파산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 해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실 스타트업에게 ‘실패’는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이기도 하다. 문제는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자와 금융기관, 거래처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스타트업•벤처캐피탈 동향 전문 조사업체인 CB인사이트는 최근 미국에서 파산한 스타트업의 사례를 모아 분석했다. 그중 교훈이 될 만한 대표적인 사례 4가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 미국 먼처리(Munchery)

창업 : 2011년

파산 : 2019년

총 자금 조달금액 : 1억1700만 달러

스타트업의 존망은 잠재시장의 규모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미국의 음식배달 업체 먼처리(Munchery)가 2019년에 미국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 절차를 밟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소비자의 수요가 왕성하고 그래서 이익을 낙관할 수 있는 성장 시장이라 해도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먼처리는 ‘프로 세프가 특별히 준비한 고급스러운 일일 메뉴를 회원의 가정에 직접 배달한다’는 독특한 개념에 근거해 출범했다.

그런데 독특하고 호소력이 있는 가치를 제안해도 경쟁자가 우글거리는 시장에서 명확한 전략도 없이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을 구제해줄 길은 없다.

먼처리가 2015년까지 벤처캐피탈에서 조달한 자금은 1억1700만 달러(약 1354억 원)에 달했다. 그에 따른 기업가치 평가액은 2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런데 각 메뉴의 비용 관리와 식품 로스 등 운영 면에서 문제가 있었음에도 조달한 자금은 사업 확대에 모두 쏟아 넣었다. 이것이 먼처리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원인이 됐다.

먼처리는 ‘주문식 음식배달 시장은 선행기업 한 두 곳이 장악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인력의 채용, 고액의 임대 계약, 미국 각지에서의 사업 확대 등에 1억 달러 넘게 지출했다. 어디까지나 이 분야 리딩 기업이 목표였다.

 

그 과정에서 몇 개의 장벽이 돌출했다. 첫째, 고객 획득에 들어가는 비용이 시간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페이스북을 통해 자연스럽게 잠재고객의 눈에 띌 기회가 적어진데다 동종 스타트업의 공세도 거세져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수익을 확보해 나가는 것은 더욱 어려워 비용이 불어나게 된 것이다.

게다가 1~2개 선행기업이 주문식 음식배달 시장을 장악한다는 생각 자체도 잘못됐거나 시기상조였다. 먼처리는 파산 신청 서류에서 ‘그랩 허브(Grab Hub)’ ‘심리스(Seamless)’ ‘도어 대시(Door Dash)’ ‘포스트메이트 (Postmates)’ ‘캐비어(Caviar)’ ‘우버 잇츠(Uber Eats)’ 등을 경쟁상대로 꼽았다. 고객을 확보하고 직원을 고용하고 제휴 레스토랑을 찾아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것은 어려워 질 뿐이었다.

결정타는 다른 음식배달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장평가의 영향으로 먼처리의 투자자들이 추가자금 투입 의욕을 상실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밀키트(meal kit, 반조리음식) 스타트업인 미국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은 2017 년 6월에 상장했는데, 상장 후 첫 1년 동안 주가가 70% 떨어졌다.

먼처리의 제임스 베리카 최고경영자(CEO)는 파산 신청 서류에 “고객에 금방 식사를 직접 전달하는 일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처음 몇 년에 억지로 과도하게 확대했다.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탈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고 은행에서 저리의 대출을 받은 데다 음식배달 시장 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어, 우버가 차량공유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1~2개사가 음식배달 시장을 제패한다고 생각해 확대 가능한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고 회고했다.

먼처리는 2018년 5월 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애틀의 3대 시장에서 영업을 중지하고 샌프란시스코만 남겼다. 계약을 종료한 직원은 전체의 약 3분의 1에 달했다. 2019년 1월에는 모든 영업을 갑자기 중지하고 고객에게는 이 사실을 메일로 전했다. 2019년 3월 연방파산법 제11조에 의거해 파산 신청을 한 시점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기프트카드로 인해 고객에 지불해야 할 부채가 300만 달러를 넘고 납품업자나 제조 파트너에 갚아야 할 채무 또한 300만 달러나 됐다.

먼처리는 채권자에 대한 영업정지의 통지를 게을리 했을 뿐 아니라 갑자기 영업을 중지하기 불과 몇 주 전인 2018년 12월에도 고객에게 기프트카드를 판매하고 있었다.

먼처리 문제는 즉석요리를 만들어 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은 지속 불가능하게 된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1억2500만 달러를 조달한 것이 화근이었다. 2018년 말에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지만, 비즈니스를 계속해 나가데 필요한 추가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투자자가 구조 문제와 경쟁 문제에 불만을 품고 있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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