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원 "배터리 부피 3분의 1로…전기차 주행거리 2배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폭발이나 화재 위험을 없애면서도 배터리 팩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인 바이폴라(Bipolar) 구조 전 고체 전지(All-Solid Battery)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전 고체 전지는 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차세대 이차전지다.

현재 상용화한 이차전지는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인데 과열 또는 과충전할 경우 팽창해 폭발할 위험이 있다.

단위셀을 직렬로 10개 연결하여 제작한 바이폴라 구조의 37V, 8Wh 급 셀스택
단위셀을 직렬로 10개 연결하여 제작한 바이폴라 구조의 37V, 8Wh 급 셀스택

 

17일 생기원 김호성 박사(제주지역본부장)연구팀은 전고체전지 단위셀 10개로 구성된 바이폴라(양극성) 구조의 셀스택(37V, 8Wh 급)을 국내 최초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제작된 셀스택은 대면적(11㎝x12㎝)의 파우치 외장재 형태이며 과충전 상태로 대기 중에서 가위로 잘라도 발화나 폭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안전성이 검증됐다.

셀스택에 사용된 단위셀도 400회 충·방전 실험 결과 배터리 초기 용량의 약 84%를 유지, 종래 전 고체 전지보다 수명이 5배 이상 개선됐다.

김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전 고체 전지는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없다고 생기원은 설명했다.

또 다수의 단위셀이 하나의 셀스택 안에서 직렬로 연결되는 바이폴라 구조로 설계·제작돼 고전압 구현에 유리해, 전기차 배터리 팩 부피를 약 3분의 1로 줄이면서도 주행거리는 2배 이상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한다.

전 고체 전지는 고체 전해질 종류에 따라 산화물, 황화물, 고분자 계열로 분류되는데 연구팀은 산화물계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이라고 평가받는 가넷 LLZO(리튬·란타늄·지르코늄·산소) 소재를 사용한 고강도 복합고체 전해질 시트 제조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LLZO 소재는 안전성이 뛰어나지만, 제조공정 비용이 많이 들고 고체 내부에서 리튬이온 확산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그동안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테일러반응기(테일러 유치흐름 원리를 이용하는 화학반응기)를 활용한 저가 연속생산 공정을 도입해 LLZO 분말 생산비용을 최소화하고 분말 입자를 나노화하는 데 성공했다.

나노급 LLZO 고체 전해질 분말은 소결시간이 약 5분의 1 이하로 단축돼 비용이 크게 줄었고 이온 전도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3배 이상 개선됐다.

이렇게 개발한 LLZO 분말은 소량의 고강도 이온 전도성 바인더와 복합화해 50∼60㎛ 두께의 복합 고체 전해질 시트로 제작됐는데, 이는 전 고체 전지 부피 에너지밀도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향상하는 핵심기술이다.

김호성 박사는 "최근 잇단 ESS 폭발·화재로 배터리 안전성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술력으로 기존 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전 고체 전지 제조기술 확보에 성공했다"며 "LLZO 소재 제조기술은 이미 국내 기업에 이전 완료됐고 앞으로 셀스택 조기 상용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지원하는 창의형융합연구사업으로 추진됐으며 생기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정규남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정경윤 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영기 박사)이 공동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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