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을 우선시 하는 일본에서 인력 부족이 심각한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인재 확보 경쟁이 격화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능력 중시로 임금 정책을 바꾸어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소니는 업무별로 신입사원 초임에 차등을 두는 새로운 임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2019년 회계연도(3월 개시)부터 AI 등 첨단 분야에 인력에 대해서는 연봉을 평균에 비해 최대 20% 더 많이 준다. 전체 신입사원의 5%가 해당된다.

소니는 2019년도에 약 4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대학원 졸업 신입사원 중에서는 연봉이 약 730만 엔(약 7400만 원)을 의 연봉을 받는 수급자도 나온다. 평균 사원 연봉에 비해 20% 많은 금액이다.

이에 앞서 ‘유니클로’를 운용하는 퍼스트리티링은 디지털 분야 사원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초임을 월 25만5000 엔으로 약 20% 올리기로 했다.

네이버의 일본법인인 LINE도 내년부터 고급 인력의 초년도 연봉을 최저 약 200만 엔 증액한다.

도시바는 소니와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능력 중시의 새로운 고용제도를 도입한다.

야후는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이미 지난해부터 임금 50% 인상을 골자로 하는 고용제도를 마련해 시행 중이다.

이처럼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AI 등 디지털 분야 사원의 대우 개선에 앞 다퉈 나서는 것은 이 분야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AI나 소프트웨어 등에 정통한 디지털 인재는 IT 분야를 비롯해 자동차나 상사, 은행 등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수요가 강세다. 일본 고용 시장에서는 AI 인재의 급여 수준은 전년에 비해 20% 정도 상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AI 인재 수준은 아주 저조한 실정이다. 캐나다 AI 스타트업 엘리먼트 AI가 공개한 ‘글로벌 AI 탤런트 리포트 2019(Global AI Talent Report 2019)’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분포돼 있는 AI 고급인재 2만2400명 가운데 약 절반(46%, 1만295명)은 미국에 집중돼 있다. 중국은 2525명(11%)로 2위에 올랐고, 일본은 4%(815명)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높은 급여를 제시해 필요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고도의 기술을 익히고자 하는 의욕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처럼 능력을 중시하는 고용문화가 성장 분야로 인력을 이동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평등이 중시돼 급여체계도 일률적인 경향이 강하다. 이 점은 생산성이나 국제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원인의 하나로 지적돼 왔다. 따라서 소니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입사 단계부터 능력주의를 철저히 실천해 나가는 움직임은 일본 노동시장에 파문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의미를 분석하고, 이를 계기로 앞으로 연공서열 기업문화를 바꾸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