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취한 사실상의 수출규제 조치가 부메랑이 되어 미국 하이테크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광학부품업체 루멘텀 홀딩스가 화웨이용 공급 감소로 수익 목표를 낮추고 인텔, 퀄컴 등 반도체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하이테크기업에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겨냥해 단행한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제재조치의 일부를 3개월 유예한다고 표명했지만 미국 하이테크기업의 성장 둔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화웨이에 스마크폰용 얼굴인증부품을 공급하는 루멘텀은 20일(현지 시간) 2019년 4~6월 매출 전망을 당초에서 12% 하향 수정한다고 밝혔다. 화웨이를 겨냥한 금수 조치로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점유하는 화웨이용 부품 공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판로 변경에도 시간이 걸려 영업이익률 전망도 낮췄다.

화웨이에 대한 금수 조치에 따른 미국 기업의 실적 수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20일 주식시장에서 루멘텀 주가는 4% 떨어졌다.

20일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반도체 관련주에서 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갔다. 브로드컴과 퀄컴은 6% 정도 떨어졌고, 인텔도 3% 하락했다. 반도체 주의 종합적인 시세변동을 나타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주지수(SOX)도 4% 떨어져 약 2개월 반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화웨이가 외부에서 조달한 부품은 약 700억 달러(약 78조 원)에 달하는데, 이 중 미국 제 부품은 110억 달러를 넘는다. 메모리반도체업체 마이크로 테크놀로지의 경우 전체 매출의 13%가 화웨이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통신용 반도체업체인 스카이웍크솔루션즈는 화웨이에서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올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금수 조치는 화웨이의 사업 확대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미국 하이테크기업에게는 큰 고객을 잃게 하는 손실을 입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20일 화웨이에 대한 금수 조치 중 일부 거래에 대해서 3개월 유예기간을 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 통신네트워크나 휴대단말기 보수, 소프트웨어 갱신 등과 관련한 거래는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금수 조치가 미국의 이용자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피하자는 목적이다.

미국의 지방에는 화웨이의 기기를 사용해 통신망을 운용하는 중소 규모의 통신사업자가 많다. 보수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이용자가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3개월 유예기간을 두었다 해도 화웨이에 대한 기본 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21일 CCTV 등 중국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의 유예 조치에 대해 “우리에게 큰 의미는 없다”며 “불의의 사태에 대비해 반도체 등을 확보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제와 동일한 반도체칩을 제조할 능력은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화웨이가 핵심 부품의 외부 조달을 실제로 대체해 나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화웨이의 문제로 부각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승자 없는 소모전 양상을 띄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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