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기반 초미세 공정 기술 리더십 강화
7나노 대비 로직 면적 25% 축소, 전력효율 20%, 성능 10% 향상

삼성전자가 초미세 공정 기술 리더십을 앞세워 ‘시스템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기존보다 전력 효율을 20%, 성능은 10% 높일 수 있는 `5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한 것.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삼성전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등과 협업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역량도 강화해 전·후방 반도체 생태계도 두텁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초 공개한 목표 `2030년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1위`를 달성하기 위한 시장 공략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발전은 한국의 취약 부문 중 하나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를 육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를 지원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조감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조감도

삼성전자는 16일 극자외선(EUV) 기술을 기반으로 `5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이달 중 7나노 제품을 출하하고 연내 양산을 목표로 6나노 제품 설계를 완료하는 등 초미세 공정에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한다.

나노 공정은 회로 폭을 100㎚ 이하로 줄여 반도체를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5나노 공정은 반도체 소자에 들어가는 회로 선폭이 5㎚급(머리카락 굵기의 2만4000분의 1 수준)임을 의미한다. 나노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칩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전력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칩이 작아져 웨이퍼당 생산량이 증가하고 원가 경쟁력도 높아진다. 이번에 개발된 5나노 공정은 기존 7나노 공정에 비해 칩 전력 효율은 20%, 성능은 10% 좋아지고 크기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EUV는 웨이퍼에 빛을 쐬어 회로를 새길 때 활용되는 광원인데, 이전에 사용되던 불화아르곤보다 미세공정을 진전시키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5나노 공정은 현존하는 최고 난도의 초미세공정이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 정도만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5나노 공정 개발로 삼성전자가 육성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 더욱 속도가 붙게 됐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이달 중 본격 출하할 예정이다. 또 6나노 공정 기반 제품은 대형 고객과 생산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제품 설계가 완료돼 올해 하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5나노 공정 양산은 내년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D램 점유율 44.8%로 압도적 1위를 달리며 `메모리 최강자`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비메모리에서는 아직 한국 업체들 존재감이 크지 않다.

가트너 등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비중은 30.1% 정도이고 나머지는 비메모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해 한국 업체가 메모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64.5%에 달하지만 시스템 반도체에서 한국 비중은 3%에 그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올해 초 "2030년에는 메모리 1위는 물론 비메모리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며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회사의 핵심 전략으로는 △현재 2위 수준인 모바일 AP와 이미지센서 경쟁력 강화 △지능형 차량 주행 솔루션을 위한 반도체 개발 확대 △파운드리 선두(TSMC) 추격 등이 꼽힌다.

올해 3월 현재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올해 3월 현재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이번 5나노 공정 개발은 `비메모리 1위`를 달성하기 위한 경쟁력의 밑거름이 되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48.1%로 1등을 달리고 있고 삼성전자가 19.1%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육성이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를 키워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뿐만 아니라 장비, 소재 등 다양한 업체들이 함께 성장해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미국이 68%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대만(16%), 중국(1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글로벌 50대 팹리스 업체 가운에 한국 기업은 한 곳에 그칠 정도로 시스템 반도체 설계 능력이 낮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프로그램과 5나노를 비롯한 초미세공정을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들에 제공해 초소형·저전력·고성능 제품을 생산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SAFE는 삼성의 파운드리 협력사·고객사 등이 뛰어난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설계·검증을 지원하거나 삼성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또 삼성전자는 한 장의 웨이퍼에서 여러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MPW(Multi Project Wafer) 서비스`를 최신 5나노 공정까지 확대해 팹리스 업체들의 다양한 생산 요청에 부응할 예정이다.

배영창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EUV 기반 최첨단 공정은 성능과 설계 자산 등에서 다양한 강점을 가지고 있어 5G, 인공지능(AI), 전장 등 신규 응용처를 중심으로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며 "향후에도 첨단 공정 솔루션으로 미래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신 파운드리 생산시설인 화성캠퍼스 S3 라인에서 EUV 기반 최첨단 공정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건설 중인 화성캠퍼스 EUV 전용 라인을 2020년부터 본격 가동해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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