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 '디지털 혁신의 국제비교와 시나리오별 무역영향 분석' 연구보고서

 

우리나라 기업과 가정에서 초고속 인터넷이용률이 99%에 달하지만 산업 분야 디지털 혁신은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20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디지털 혁신의 국제비교와 시나리오별 무역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기업 및 가계의 초고속 인터넷 이용률이 각각 99.3%와 99.5%로 매우 높았지만 무선 주파수 인식(RFID) 기술 이용률을 제외하면 기업의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수준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주요 혁신기술을 사용한 기업 비중을 보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한국(12.9%)이 28위에 그쳤고 빅데이터 분석수행도 3.6%로 21위에 그쳤다.

2010~15년 사이 한국의 산업별 디지털 혁신 수준은 모든 산업에서 미국, 일본과 중국, 인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의 경우에는 인도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혁신기술별 한국의 수준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기술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다른 기술보다 상대적으로 컸으며,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의 경우에는 중국 및 인도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2010~2015년 디지털 혁신기술 분야별 등록 건수 비중을 보면 인공지능(AI)은 미국이 65.1%로 압도적이었다. 사물 인터넷도 미국이 85.9%를 차지해 1위였다.

지능형 로봇은 미국(40.5%)과 일본(27.3%)이 양분하고 있었다. 3D 프린팅도 미국(30.6%), 일본(40.5%)이 양분한 가운데 모노즈쿠리(일본의 제조업 장인정신)에 강한 일본이 미국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한국의 비중은 인공지능 2.9%, 지능형 로봇 10.7%, 3D 프린팅 5.2%, 사물인터넷 0.7%로 비중이 작았다.

특히 산업용 로봇의 활용통계를 보면 한국은 3위 로봇 설치국이며 4위 로봇 운용국으로 산업용 로봇을 활발히 이용하는 국가로 드러났다. 하지만 미국특허통계의 분석결과 한국의 디지털 혁신 수준은 양적·질적으로 꾸준히 높아지는데 반해 미국 및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산업 중 최근(2010~15년)에 특허 등록을 활발히 하는 상위 10대 기업을 살펴본 결과 산업별로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은 독일 바스프가,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은 스위스 노바티스가, 기계 및 장비는 일본 캐논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과 컴퓨터·전자·광학기기 부문에서는 미국 IBM이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은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LG화학 등 4개 기업만이 상위 10대 기업에 포함되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국의 산업별 디지털 혁신 수준은 모든 산업에서 미국·일본과 중국·인도 사이에 위치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의 경우에는 인도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과 인도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시스템 통합 산업에 대한 기술 수준이 높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 역시 이 분야의 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에 대한 연구개발투자 강화와 함께 디지털 혁신에 맞춘 무역규범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혁신은 무역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디지털 혁신 파급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교역증대효과는 1.39%로 미국(3.35%), 유럽(1.53%)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수준의 디지털 혁신 파급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디지털 혁신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대해 무역이 증가했고, 그렇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가 수준의 디지털 혁신 파급이 미국, 주요 5개국(미국, 일본, 유럽, 중국, 한국),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시나리오를 각각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교역증대효과가 디지털 혁신이 있는 국가에만 국한되어 발생했다. 또 국가 수준의 디지털 혁신 파급이 국제적으로 확산될수록 우리나라의 교역증대효과가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은 지능정보기술이 경제 및 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명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혁신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여 종전과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형 신산업을 발굴 및 육성하고, 주력산업의 경쟁력 제고로 산업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세부 전략을 추진 중이다.

미국특허·상표청(USPTO)에 등록된 실용특허통계를 보면 전 세계의 디지털 혁신 수준은 1998년과 2010년을 기점으로 계단형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기술개발이 미국과 일본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의 특허등록 건수가 2000년 이후 정체되어 있는 것과 달리 중국과 인도의 등록 건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산업별로는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 기계 및 장비,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등의 산업에 특허등록이 집중되어 있다. 이 중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등의 특허등록 수가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010~15년 사이 미국, 일본, 한국, 대만, 중국, 인도의 기술 수준을 산업별로 분석하면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 기계 및 장비산업 등에서 디지털 혁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과 인도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에서, 일본, 한국, 대만, 중국은 기타 제품 산업에서 디지털 혁신 수준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등 주요국들과의 격차가 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기술에 대해 한국이 연구개발투자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 혁신이 교역상대국에 파급될수록 우리나라의 교역 확대에도 도움이 되므로 현재의 무역규범을 디지털 혁신에 걸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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