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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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IoT) 반도체 개발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사양 규격 ‘RISC-V(리스크 파이브)’가 부상하고 있다. 우선 웨어러블 단말기나 스마트 가전 등으로 활용이 진행돼 2025년에는 채용 비율이 30% 가까이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폰을 기점으로 IoT로 진출하려는 영국 암의 대항축이 되고 있다.

“경쟁의 10배 이상의 전력 효율을 실현할 수 있다.”

반도체 개발 스타트업인 일본 아키테크의 다카다 슈이치 사장은 지난해 11월, 일본 요코하마 시에서 열린 리스크 파이브 관련 업계 행사에서 성과를 이렇게 피로했다. 파나소닉 출신의 다카다 사장이 이끄는 아키테크는 IoT용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며 전력 효율을 높이는 회로의 개발을 위해 리스크 파이브를 채용했다.

IoT 단말기에서는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가능한 적은 전력을 사용해 효율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IoT용 인공지능(AI) 반도체는 화상 처리 등의 용도에 특화한 연산 엔진을 많이 탑재하는 방법으로 효율을 높여 왔지만, 다른 세세한 계산이 CPU에 집중돼 전체 효율은 떨어지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키테크의 AI 반도체는 리스크 파이브에 근거해 개발한 저 전력소비 회로가 세세한 처리를 분담해, 계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2020년에 개발한 시제품을 바탕으로 스마트 카메라 등의 용도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 봄을 목표로 성능을 높인 양산품 내놓을 계획이다.

누구나 무료로 활용

리스크 파이브는 반도체의 기본 사양을 정하는 명령 세트 아키텍처(ISA)의 하나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의 연구자가 2010년에 개발을 시작했다. 오픈소스이므로 누구나 무료로 설계에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학의 연구자들이 설립한 미국 사이파이브와 같이 리스크 파이브에 근거해 설계한 회로의 지적재산(IP)을 외판하는 기업도 있다.

주요 ISA 중 미국 인텔의 ‘x86’은 PC용,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인 영국 암의 ISA는 스마트폰용으로 주류를 차지해 왔다. 다음 성장 시장으로 기대되는 IoT용도 암이 강하지만, 이 지점에서 리스크 파이브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도입이 활발한 중국에서는 화미테크 등과 같은 웨어러블 단말기 제조업체나 전자담배용 반도체 제조업체 사이에서 주로 채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반도체 대기업인 웨스턴디지털(WD)이 도입에 적극적이며, 기억장치 제어용 반도체를 리스크파이브 제품으로 대체해 나갈 방침이다.

신형 스마트폰에서 도입

세계 IT 대기업도 활용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구글은 2021년 10월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 ‘픽셀 6’ 시리즈에서 데이터를 보호하는 반도체를 리스크 파이브를 이용해 개발했다. 미국 애플은 채용 사이트에서 ‘리스크 파이브 프로그래머’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업계 단체인 리스크 파이브 인터내셔널(스위스)에는 WD나 구글 이외 퀄컴, 삼성전자, 화웨이, 지멘스 2000여 개 기업, 대학, 개인 등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기술개발이나 규격의 책정 등에 관여하고 있다.

RISC-V 인터내셔널 웹 사이트
RISC-V 인터내셔널 웹 사이트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리스크파이브 반도체 제조를 하청받은 인텔도 2월에 참가했다. 일본에서는 소니 세미컨덕터 솔루션스와 히타치제작소 등이 참가하고 있다.

ISA는 어디까지나 반도체의 기본 사양이기 때문에 성능은 상세 설계에 의존하는 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리스크 파이브의 강점으로 여겨지는 것은 전력 효율이나 보안 기능이다. 홍콩 조사기업 카운터포인트는 2025년 리스크 파이브 채용률이 IoT 단말기에선 28%, 산업기기에선 12%, 자동차에선 1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리스크 파이브가 급속히 주목을 끌 수 있는 계기는 두 가지다.

우선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가 2020년 9월 발표한 암 인수 계획이다. 각국의 공정거래 당국과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아 엔비디아는 결국 암의 인수를 포기했지만, 중립적인 입장에서 제공돼 온 암의 ISA나 IP가 특정 기업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부상했던 것이다.

컴퓨터 과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튜링상’의 수상자로 리스크 파이브 인터내셔널의 운영에 참가하고 있는 데이비드 패터슨 박사는 저서를 통해 “과거에 많은 ISA가 단일 기업의 운명과 변덕에 농락당했다. 리스크 파이브의 장래에는 그러한 걱정이 없다”고 강조한다.

또 하나는 미중 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인 리스크의 고조다. 리스크 파이브 인터내셔널의 캐리스터 레드몬드 CEO는 오픈소스이므로 “각국 수출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특정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리스크 파이브를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하면 각국 규제의 지배를 받을 위험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 세는 리스크 파이브 보급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은 리스크 파이브를 바탕으로 IoT용 AI 칩을 개발하고 그 IP를 공개해 다른 기업에 도입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기가디바이스는 리스크 파이브의 마이크로 컴퓨터를 개발해 일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고, 화웨이는 리스크 파이브의 오픈소스 개발에서 기여도 측면에서 상위에 올라 있다.

‘핵심 부분’ 채용이 과제

보급 확산에는 과제도 있다. 현재 진행되는 리스크 파이브의 도입은 기기를 제어하는 ​​기판 중 주변부의 반도체가 대부분이다. 핵심 부분 채용은 지금부터 풀어가야 할 숙제다. 암 기술을 채용한 반도체는 지금까지 2000억개 이상 출하되고 있으며, 지원 체제나 관련 소프트웨어 제품군 등 선행의 장벽은 매우 높다.

장기적으로 보면 애플이 인텔을 대신해 암 기술을 이용한 독자 개발 반도체를 PC에 채용하는 등 ISA의 주류 교체는 진행되고 있다.

미국 조사기업 세미코 리서치는 리스크 파이브를 이용한 반도체 출하량이 2022년에 2억6170만개로 전년 대비 2.1배로 늘어나고 2027년에는 28억개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한다.

암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가 연간 200억개 규모로 출하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지만 데이터센터와 통신 인프라 등에서도 일정한 점유율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의 존재감이 한층 커지는 가운데 그 기술의 토대가 되고 있는 ISA에 IT 대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산업 정점의 주역이 바뀌고 있음이 감지된다.

(자료=닛케이비즈니스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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