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초저지연·초고속' 5G기술, 전통산업과 만나 시너지 폭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2019에서 삼성전자 전시관에 방문한 관람객들이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GEMS’ 시연을 보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2019에서 삼성전자 전시관에 방문한 관람객들이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GEMS’ 시연을 보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나흘간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9'가 11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CES 2019'는 글로벌 IT 산업 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는 대격변 현장을 그대로 보여줬다.

올해 CES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각광받는 융‧복합 분야에 5G가 상당수 접목되면서 5G 상용화 원년임을 실감케 했다. '초연결·초저지연·초고속'으로 요약되는 5G기술을 활용하지 않고는 미래기술 구현이 불가능한 구조가 되어서다.

인공지능(AI) 양강인 구글과 아마존이 행사장을 도배했고 일본 대표 기업 소니와 도요타는 하드웨어(TV·차) 대신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가전쇼였던 CES에서도 서비스가 중심이 됐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등 국내 글로벌 대기업들도 뒤지지 않는 혁신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구글과 아마존이 CES 전시장과 라스베이거스 시내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소니가 기자회견에서 TV, 플레이스테이션, 로봇, 카메라 등 신제품을 발표하는 대신 영화(소니픽처스)와 음악(소니뮤직)을 소개한 것도 산업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마존은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전시장을 마련했다. 또 알렉사 탑재 기기가 150종, 1억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구글도 구글 어시스턴트 탑재 기기가 이달 말까지 10억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AI 생태계를 과시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외에도 파나소닉, 하이얼 등 일본·중국 가전 업체들이 구글 아마존과 앞다퉈 손을 잡으며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알렸다.

지금까지 '기술 기업'과 거리가 멀게 인식되던 존슨앤드존슨, P&G, 로레알 등 생활용품 기업들도 대규모 전시장을 차리고 '테크 기업'으로 변신을 꾀했다.

전동의자·침대 회사들도 CES의 주요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기술 기업의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패션, 농업 등 '비기술' 기업도 테크 기업으로 인식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존 체임버스 전 시스코 회장은 "이번 CES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은 기술 기업이 돼야 하며, 모든 제품은 기술 제품이 돼야 한다는 명제를 확인했다"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자신이 망할 수 있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지금은 변신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CES 2019에서 삼성, LG, 현대차, 네이버 등 한국 기업들은 세계 IT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음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QLED 디스플레이를 처음으로 탑재한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The Frame)'과 '세리프 TV(SERIF TV)'를 공개했으며,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사용자가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 본체 속으로 화면을 말아 넣을 수 있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를 처음 공개해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올해 CES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자율주행자동차였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이 일부 상용화되고 있긴 하지만 현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은 주차나 차량호출 등 정해진 코스만을 움직일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자율주행차가 다른 차량들과 함께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실제 운전자처럼 실시간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즉각적으로 정보를 판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통신기술이 필수적이었다. 올해 CES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5G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

SK텔레콤의 '단일 광자 라이다(LiDAR)' 기술이 대표적이다. 자율주행 차량에 장착된 센서가 미세한 물체의 빛까지 감지해 300m 밖의 사물을 탐지할 수 있는 기술로 자율주행차량이 전방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는 '눈' 역할을 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라이다 기술을 장착한 '자율주행 레벨4' 단계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자율주행 콘셉트카 '엠비전'에는 라이다 기술이 담긴 자율주행키트가 장착됐다. 이 키트가 차량 주변 360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전후좌우에 장착된 램프를 통해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 인지가 가능하다.

라이더 기술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런 내용을 차량에 전달하는 관제시스템도 5G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통사 CEO들이 자동차 업계와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다.

◇ 가전·로봇, 5G로 날개 달아…5G 선봉장 AR‧VR 접목된 서비스도 눈길

로봇 등 대표적인 미래기술 산업도 5G로 날개를 달았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키워드로 ▲인공지능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케어 ▲e스포츠 ▲스마트시티 등 5가지를 꼽았는데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원동력으로 5G를 제시하기도 했다.

일본 로봇 개발업체 그루브X가 선보이는 러봇(Lovot)은 하단에 두 개의 바퀴를, 머리에 카메라를 달아 사용자의 움직임이나 신체 언어를 파악해 일이 아닌 사람과 교감하는 로봇이다.

현대모비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9'에서 미래 도심 자율주행 콘셉트(개념)인 '엠비전'(M.VISION)을 공개했다.
현대모비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9'에서 미래 도심 자율주행 콘셉트(개념)인 '엠비전'(M.VISION)을 공개했다.

 

혼다는 까다로운 지형이나 위험한 환경에도 운행할 수 있는 혼다의 자율주행 작업차, 인공지능 이동 로봇 '패스봇' 등을 선보였다.

네이버가 공개한 로봇팔 '암비덱스(AMBIDEX)'는 5G를 활용한 로보틱스다. 로봇의 뇌 역할은 5G망으로 연결된 외부 조종자가 한다.

네이버는 "5G 초저지연 기술이 적용되면서 로봇에 고성능 프로세서를 장착하지 않아도 외부에서 1초안에 로봇을 구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비덱스와 함께 공개된 실내 길찾기용 로봇 '어라운드 지(AROUND G)'도 자율주행 로봇과 AR(증강현실) 길 찾기 기술이 접목된 로봇이다.

전자제품들도 5G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들도 '스마트홈 허브'로서 역할이 확대됐고 차량도 내‧외부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러'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집·사무실·차량 등 각각의 공간은 물론 이동 중에도 끊김없이 일상의 경험을 이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집에서 듣던 음악을 차 안에서 그대로 이어서 들을 수 있고, 귀가 중 시장에 들릴 경우 차량의 '디지털 콕핏' 스크린을 통해 '패밀리허브' 냉장고 내부를 확인한 후 부족한 식재료를 구입하는 식이다.

LG전자는 보다 새로워진 AI를 선보였다. LG전자의 AI TV는 이전 대화의 맥락을 기억해 연속된 질문에도 답변한다. 사용자가 리모콘의 마이크 버튼을 누른 채 "오늘 날씨 어때?"라고 물은 뒤, "내일은"이라고 연속해서 질문하면 내일 날씨를 알려주는 식이다.

AR‧VR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들도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은 가상현실 플랫폼 '소셜 VR'과 SM엔터테인먼트의 노래방 플랫폼 '에브리싱(everysing)'을 합친 서비스를 공개했다. 관람객들은 VR 기기를 쓰고 가상현실로 들어가 케이팝 스타 등 다른 참여자와 함께 노래 부르기 등이 가능했다.

미국 1‧2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 AT&T의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 무대에 오르는 것 역시 5G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평가도 나온다.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는 "5G는 모든 것을 바꾸고 4G보다 훨씬 큰 도약을 이루는 4번째 산업혁명"이라며 5G가 바꿔놓을 시대적 변화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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