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타트업 기업들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최근 자체적으로 진행한 스타트업 기업가치 조사에서 기업가치가 100억 엔(약 1000억 원)을 넘어선 스타트업이 47개 사로 작년(22개 사)에 비해 2.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보도했다. 분야별로는 인공지능(AI)과 핀테크 관련 기업이 상위에 많이 진입했다.

일본경제신문의 스타트업 기업가치 조사는 2017년 1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에는 창업 20년 이내의 비상장기업 153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10월 말 시점의 공개정보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추계했다.

기업가치 1위에는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AI개발 업체인 프리퍼드 네트웍스가 등극했다. 이 회사는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기계제어나 의료진단의 실용화를 추진 중이다. 도요타자동차, 히타치제작소, 쥬가이(中外)제약 등 다양한 업종에서 출자를 받고 있다. 기업가치는 2402억 엔.

기업가치 2위는 전력관리시스템 개발 업체인 파네이루가 올랐다. 기업가치는 801억 엔. AI에 기반한 전력 수급 예측이나 전기요금 견적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도쿄전력에너지파트너나 마루베니 자회사 등 대기업과 잇따라 사업 제휴하고 있다.

핀테크 계 스타트업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찾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 관련 기업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기업가치 3위에 랭크된 클라우드 회계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프리(free)는 지난 8월 LINE, 미쓰미시UFJ은행 등으로부터 총 65억 엔의 자금을 조달받은 데 힘입어 기업가치가 652억 엔으로 작년보다 70% 늘었다.

투자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인 피나텍스트는 일본 이동통신사업자 KDDI 등으로부터 60억 엔의 자금을 받아 투자 초보자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인데, 기업가치가 342억 엔으로 9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일본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증가는 성장이 전망되는 젊은 기업이 일본의 산업을 바꿔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배경으로 투자자금의 유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일본경제신문은 분석한다. 조사회사인 재팬벤처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1-6월) 스타트업 자금조달액은 1732억 엔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증가했다. 2018년 전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40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이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에 접근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번 조사에서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스타트업에 대해 자금조달처 후보를 질문한 결과, 사업 관련 기업이라고 답한 곳이 전체의 88%에 달했다. 종래의 자금 출처였던 벤처캐피탈(77%)이나 은행(25%)을 웃도는 수치다.

일본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이 늘고는 있지만 다른 외국과 비교해 전체 액수는 크지 않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는 올해 스타트업 투자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서 일본의 30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조사회사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유니콘기업 수는 미국이 약 140개 사, 중국은 약 80개 사다. 일본은 프리퍼드네트웍스 1곳 뿐이다.

한편, 일본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상승이나 자금조달 증가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높은 이자를 찾는 투자자금이 몰려 기업가치가 사업의 실제 실적 이상으로 평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과잉유동성이 축소하면 투자가가 스타트업의 선별을 엄격히 해 조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