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돌파 공격적 경영자· 재무통...그룹내 특정 라인에 속하지 않아

구광모 회장 체제의 (주)LG가 16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주)LG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했다.(사진=LG)
구광모 회장(왼쪽) 체제의 (주)LG가 16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주)LG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했다.(사진=LG)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가 16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신임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대표이사 부회장에,하현회 ㈜LG 부회장을 LG유플러스 부회장에 각각 선임했다. 두 사람이 자리를 맞바꾸는 형태가 됐다. LG그룹이 4세경영 체제의 조기 안착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권 부회장과 하 부회장은 다음달 열리는 임시 주총을 거쳐 각사의 대표이사로 확정된다. 또한 (주)LG는 다음달 29일 오전 9시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권 부회장의 ㈜LG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소집하기로 결의했다. 임시주총에서 권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LG는 이사회를 통해 권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한다. 

지난달 9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총수로 올라선 지 3주 만의 LG그룹 ‘원 포인트’ 인사다. 특히 ㈜LG그룹 각자 대표 부회장으로서 2인자에 오른 권영수 부회장의 선임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권영수 (주)LG (각자)대표이사 부회장은 LG전자 재경부문 사장,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사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 그룹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친 재무통이다.

재계에서는 LG가 그룹과 지주사 수뇌부에 대한 인사를 연이어 단행하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당초 재계는 구광모 회장 취임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만큼 적어도 연말까지는 권 부회장과 하 부회장을 비롯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6명의 전문경영인 부회장단 체제를 유지하며 조직 안정화를 추구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나왔다.

하지만 이날 구광모 회장의 예상외 원포인트 인사에 대해 재계는 “경영현안을 챙기면서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도 마련해야 하는 구 회장 입장에서 권부회장이 계열분리와 함께 위기경영을 요하는 LG디스플레이 및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정면돌파할 최적임자로 봤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권영수 부회장 (주)LG 대표 선임 배경은?

이번 인사는 무엇보다도 ‘4세 경영 체제’를 조기에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동시에 LG그룹내의 부진한 계열사에 대한 공격적 사업 전개도 예고하는 인사 포석으로 읽힌다.

이미 재계 안팎에서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LG디스플레이 등 그룹 내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위기관리에 강한 권 부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구광모 LG그룹 신임 회장은 그룹 대표로서 구체적인 사업 현안보다 그룹 전반의 시너지 창출 및 미래 사업 구체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영수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과 함께 ㈜LG의 각자 대표이자 2인자로서 향후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통해 구광모 회장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의 등용에 따라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LG그룹의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권영수 신임 (주)LG 대표이사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도와 그룹을 공격적으로 경영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인사도 예년보다 일찍 이뤄지며 젊은층을 대거 발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사진=LG유플러스)
권영수 신임 (주)LG COO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도와 그룹을 공격적으로 경영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인사도 예년보다 일찍 이뤄지며 젊은층을 대거 발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사진=LG유플러스)

재계는 취임 3주차 만에 구광모 LG 회장이 권 부회장을 LG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최소한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결정으로 본다.

특히 재계는 ▲권부회장이 그룹 내 특정 라인으로 묶여 있지 않은 점 ▲구광모 회장이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과의 계열분리를 위해 재무통이 필요하다는 점 ▲LG디스플레이의 흑자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서 권부회장이 과거 LG디스플레이 대표를 역임(2007~2011)하며 글로벌 1등 목표를 달성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이 부진을 겪고 있는 LG전자 스마트폰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를 살리고 싶어하는 구 회장의 입맛을 충족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권 부회장은 하현회 부회장과 달리 특정 라인으로 묶이지 않는다. 구광모 신임 회장 입장에서는 의견을 듣고 나누기에 부담없다.

게다가 권부회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쳐 그룹 내부에 대해 두루 꿰고 있는데다 그룹내 대표적 재무통이기도 하다.

구광모 회장은 권 부회장이 이처럼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이어서 각자 대표로서 최적임자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신임도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진 그룹내 인사이기도 하다.

LG그룹 전통에 따라 향후 수순으로 이어질 구본준 부회장과의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전략통인 하 부회장보다는 권 부회장이 적임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권 부회장의 그간 이력을 볼 때 최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LG디스플레이의 최근 위기상황 돌파를 위해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들어 중국발 LCD 저가 공급 공세를 맞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맡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디스플레이로 전환하면서 위기관리를 성공적으로 매듭지은 경험을 갖고 있다.

또한 권 부회장은 그간 그룹 내에서 인수·합병(M&A) 뿐 아니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사업을 이끄는 등 신사업 발굴·육성에도 앞장서 왔던 공격적 경영자로도 통한다.

지난 1999년 LG전자 재직 당시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16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출범에 핵심 역할을 했고, 이후 LG디스플레이를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키웠다. 이후 LG화학으로 옮기면서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전기자동차와 전력저장장치(ESS)용 중대형 배터리 시장에 주목하는 등 신사업 육성에 강한 의지와 성과를 보여 왔다. 지난 2015년 말 LG유플러스 대표 취임 이후에는 IT 및 완성차업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관련 사업 확대를 주도해 왔다. 특히 LG유플러스 대표를 맡으면서 회사 영업이익을 2년 연속 10% 이상 끌어 올리고, 부채비율도 2015년 말 169%에서 128%로 낮추는 등 재무건전성을 크게 개선하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 인수에 눈을 돌리는 등 공격적 경영행보를 지속해 왔다.

재계에서는 “만 40세 나이로 그룹 총수에 오른 구 회장은 그룹 전반의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동시에 그룹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권 부회장이 향후 구회장과 함께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 나갈지 주목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권 부회장은 이날 LG유플러스를 떠나며 임직원들에게 “1979년 LG전자에 입사하면서 LG와 인연을 맺은 후 여러 계열사를 거치는 동안 많은 배움의 기회를 얻었다. 이 중 LG유플러스에서의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하다”며 “언제 어디서든 여러분을 응원하겠다. 여러분에게 내재된, 무한한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 임무는?

LG유플러스는 16일 이사회를 개최,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하현회 ㈜LG 대표이사 부회장을 선임했다.

하현회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대표이사로서 통신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 이를 안착시켜야 하는 과정에서 권영수 부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그 임무와 역할이 결코 가볍지 않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와 함께 통신분야 먹거리 창출의 핵심인 미디어사업 전략을 성공적으로 도출해 결과를 내야 한다.

하 부회장은 당장 9~10월부터 시작될 5G 장비공급업체 선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5G 네트워크 구축을 해야 하는 중책을 떠맡았다. LG유플러스로선 미디어사업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케이블TV 인수합병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온 만큼 하 부회장의 미디어 및 콘텐츠 전략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넷플릭스, 아마존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 협력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신임 대표 겸 부회장의 5G상용화와 미디어사업을 LG그룹 미래 먹거리로서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사진=LG유플러스)
하현회 LG유플러스 신임 대표 겸 부회장의 5G상용화와 미디어사업을 LG그룹 미래 먹거리로서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사진=LG유플러스)

신임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 부회장은 전략적인 통찰력과 풍부한 현장경험, 강력한 실행력을 갖춘 전문 경영인이다. 이번 인사로 하 부회장은 비즈니스 현장으로 돌아와 LG의 미래 ICT사업과 관련한 큰 비전을 펼쳐나가게 된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2년간 ㈜)LG 시너지팀장을 맡아 모바일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솔루션 및 친환경 자동차부품 등 그룹 주력사업과 차세대 성장사업의 본궤도 진입 및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 기반을 성공적으로 확립했다.

지난 2015년부터 LG유플러스의 이사회 멤버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 왔고 모바일 비디오, IoT, AI, 5G 등 통신산업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깊다.

LG전자 HE사업본부장 재직시 울트라 올레드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 차세대 TV 부문에서 선도적으로 사업기반을 구축했다. 이어 2015년에는 사업구조 고도화 및 계열사 실적 개선을 이끌며 LG그룹이 탁월한 사업성과를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2018년 ㈜LG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LG 대표이사를 맡아 미래 준비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하고 계열사 R&D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등 LG유플러스를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퍼스트 무버’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관 인사팀장 겸 부사장 중용의 의미는?

이날 인사에 앞서 ㈜LG는 구 회장 취임 직후인 이달 초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인 이명관 부사장을 ㈜LG 인사팀장으로 선임, 겸직 발령을 냈다.

신임 인사팀장 선임은 권영수 부회장의 ㈜LG 대표이사로 부임과 맞물려 주목된다.

인사팀장은 LG그룹 전체의 인사를 총괄한다. LG가 그룹 지주사 대표를 바꾼 데 이어 인사 책임자까지 교체하면서 구광모 회장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는 구광모 체제를 구성할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구 회장 체제에 따른 인력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따라 재계에서는 최근 인사팀장 및 최고 경영자의 인사가 오는 11월경 평소보다 큰 폭의 그룹 사장단 및 임원 인사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향후 계열사 최고 경영자를 포함해 그룹 전반에서 4세 경영체제를 뒷받침할 대대적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LG 인사팀장을 맡은 바 있다. 이후 LG인화원 원장, LG경영개발원 대표이사를 거쳤다. 2015년 말 LG인화원장으로 이동하면서 역할이 끝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LG화학 CHO로 복귀했고 채 1년도 안돼 ㈜LG 인사팀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사장이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인사 업무를 책임져 왔다는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구 회장이 이른 시일내에 조직을 추스리고 인적 쇄신을 이루기 위해 부친 때부터 믿고 맡겼던 인사 라인을 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LG그룹 조직재편 및 인사 향배는?

이번 LG그룹 경영진 인사는 구 회장 취임 한 달도 채 안 돼 이뤄진 연이은 인사로서 자연스레 그룹 변화에 속도를 내고, 4세 경영체제를 서둘러 완성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미 재계에서는 올연말 LG그룹의 인사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권 부회장과 새 인사팀장이 구 회장 체제를 위한 새로운 조직 구성에 나서는 한편 차세대 리더를 발탁하리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핵심 요직이 얼마나 바뀔지도 관심사다.

재계에서는 6인의 부회장단 체제도 일부분이나마 변화를 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고 구본무 회장 시절 부회장 중 일부가 고문 등으로 물러나고, 새 경영진이 구 회장을 보좌하는 방식의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일각에선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 시기가 예년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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