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깨고 대거 '외부영입'
지주사 조직·역량 대폭 강화
LG전자는 'AI·자율주행 강화' 조직개편
상무 134명 최대규모 발탁 "인재 조기 발굴·육성으로 CEO후보 풀 확대"

LG그룹이 28일 주요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지주회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의 대표이사 부회장은 모두 유임되면서 '구광모 총수 체제' 출범 후 첫 정기 임원인사에서 쇄신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장급부터 상무급까지 직급에 관계없이 전문성과 역할만 보고 적극적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서도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60대 부회장단 5명은 그대로 유임됐다.

또 지주사로 계열사 인사들을 불러 모으면서 조직을 확대하면서도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신성장 사업은 주력 계열사에 힘을 싣는 등 변화와 안정의 두 마리 목표를 모두 잡으려는 모양새다.

그룹 관계자는 "철저한 성과주의와 함께 미래준비에 방점을 두고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면서 "특히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함으로써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들이 각각 이사회를 통해 결정한 2019년도 임원인사에서는 사장 1명, 부사장 17명, 전무 33명, 상무 134명 등 모두 185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지난해 157명보다 더 늘어났다.

특히 상무 승진자는 지난 2004년 완료된 GS 등과의 계열 분리 이후 역대 최대규모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조기에 발굴·육성함으로써 미래 최고경영자(CEO) 풀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최근 3M 수석부회장 출신의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을 영입했던 LG화학을 제외하고는 ㈜LG 권영수, LG전자 조성진, LG디스플레이 한상범, LG유플러스 하현회, LG생활건강 차석용 등 대표이사 부회장 5명이 '60대 고령'임에도 모두 자리를 지켰다.

당초 일각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으나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분간 경륜과 능력을 겸비한 이들 전문경영인의 보좌를 받으면서 체제를 안정시키는 한편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구 회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은 ㈜LG에는 홍범식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가 사장으로 영입됐으며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팀장급으로 이동하면서 지주회사의 역할이 강화됐다.

지주회사로 이동한 주요 임원을 보면 LG디스플레이에서 경영지원그룹장을 맡아온 이방수 부사장을 지주사 CSR팀장을 맡겼고, 이채웅 LG유플러스 전무와 정연채 유플러스 전무에게 각각 법무팀장과 전자팀장을 맡도록 했다.

홍 사장 외에도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이 부사장으로, 김이경 전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이 상무로 선임되는 등 '순혈주의'를 깬 영입 인사가 두드러졌다.

박진원 LG경제연구원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정책 연구담당 전무(SBS 논설위원), 은석현 LG전자 전장부품솔루션(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 상무(보쉬코리아 영업총괄상무) 등 사장급뿐만 아니라 전무·상무 등 직급도 다양했다.

외부 수혈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그룹 내부의 부족한 역량을 확보하는 한편 새로운 경쟁을 통한 신선한 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역대 최대규모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던 LG전자는 올해 인사 폭은 줄어들었으나 사업 단위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구 회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인공지능(AI)·로봇과 자율주행·전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CEO 직속 기구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태스크'가 신설됐다.

또 AI 부문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의 연구조직을 통합해 '북미 R&D 센터'도 만들었다.

임원 인사로는 부사장 5명을 비롯해 전무 12명, 상무 39명 등 총 56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67명보다는 줄었다.

왼쪽부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홍범식 (주)LG 사장, 김형남 (주)LG 부사장, 김이경 (주)LG 상무
왼쪽부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홍범식 (주)LG 사장, 김형남 (주)LG 부사장, 김이경 (주)LG 상무

 

LG디스플레이는 부사장 승진 3명, 전무 승진 6명, 상무 신규 선임 19명 등 총 28명에 대한 임원승진 인사를 냈고, LG유플러스에서는 부사장 2명을 포함해 모두 14명이 임원 인사 명단에 포함됐다.

최근 새로운 대표이사 부회장을 맞은 LG화학은 사장 승진 1명, 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5명, 상무 신규선임 28명 및 수석연구위원 승진 4명 등 모두 39명의 역대 최대 규모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LG생활건강에서는 김홍기 ㈜LG 전무(재경팀장)가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전입했다. 이밖에 2명이 전무로 승진했으며, 6명이 상무로 새로 선임됐다.

LG이노텍은 LG디스플레이 최고생산책임자(CPO)와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정철동 사장을 새로운 CEO로 선임했다. LG하우시스는 부사장 1명 등 6명의 승진·전입 인사 명단을 내놨다.

이밖에 서브원의 대표이사에는 이동열 MRO(소모성 자재구매 부문) 사업부장이 선임됐고 지투알 대표이사(부사장)와 LG스포츠 대표이사(사장)에는 각각 정성수 HS애드 전무와 이규홍 서브원 CEO가 기용됐다.

LG경영개발원은 김영민 부사장을 LG경제연구원장으로 선임했으며, 박진원 SBS 논설위원을 전무로 영입했다.

올해 LG그룹 연말 인사에서는 여성 임원 7명이 선임됐으며, 이에 따라 LG그룹 내 여성 임원은 29명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가운데서는 LG전자 중국동북지역 영업담당인 쑨중쉰(45)이 상무로 발탁됐다.

이번 LG그룹 인사는 40대인 구 회장에 맞춰 '젊은 조직'을 만들고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 역량과 미래 준비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장급과 임원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1959년 이전 출생 임원을 대상으로 실적, 향후 보임 가능성 등을 감안해 세대교체 인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급에서는 송치호 LG상사 사장(59), 박종석 LG이노텍 사장(60),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장(61) 등이 용퇴했다. LG상사 대표에는 윤춘성 부사장(54)이, LG이노텍의 수장으로는 정철동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57)이, LG전자의 VS(옛 VC)사업본부장에는 김진용 부사장(57)이 임명됐다. 이전보다 수장의 연령이 3~5세 정도 낮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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