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경영 한발짝…후계자 입지 굳히는 이규호 전무 승진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자신의 퇴임을 밝히고 있는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자신의 퇴임을 밝히고 있는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28일 내년부터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면 전격퇴임을 선언했다.

그룹 총수에 오른지 정확히 23년 만이다.

이 회장은 퇴임 후 창업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이날 검정색 터틀넥과 청바지차림의 캐주얼한 복장으로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One&Only)타워에 등장한 이 회장은 “오늘 내 옷차림이 색다르죠? 지금부터 제 말씀을 듣게 되시면 제가 왜 이렇게 입고 왔는지 이해가 되실겁니다”라고 말문을 열며 준비해온 서신을 읽어 내려갔다.

이 회장은 "금수저로 태어나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컸고,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하다"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또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창업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그룹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높일 것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약 10분간 서신을 낭독하는 중간중간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몇몇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퇴장했다.

코오롱그룹은 곧바로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계열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지주사를 이끌도록 했고, 이 회장의 아들인 이규호 전략기획담당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켜 최고운영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코오롱그룹은 이날 이 회장이 2019년 1월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 지주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대신 ㈜코오롱의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54)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지주회사를 이끌도록 했다. 유 사장은 신설되는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임한다. 유 사장은 2013년 ㈜코오롱 전무로 영입돼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오다 지난해 대표이사 부사장에 발탁 승진했다.

코오롱 유석진 사장(왼쪽)과 이규호 전무
코오롱 유석진 사장(왼쪽)과 이규호 전무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이 COO는 그룹의 패션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한다.

그룹 관계자는”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여성 임원 4명이 한꺼번에 승진하는 등 여성인력에 대한 파격적 발탁이 이뤄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서 ‘래;코드’, ‘시리즈’ 등 캐주얼 브랜드 본부장을 맡아온 한경애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으며 ㈜코오롱 경영관리실 이수진 부장이 상무보로 발탁돼 그룹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재무분야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세계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등 바이오신약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신약연구소장 김수정 상무보와 코오롱인더스트리 화장품사업TF장 강소영 상무보는 각각 상무로 진했다.

코오롱그룹은 2013년 그룹 최초로 여성 CEO를 배출하는 등 10년째 여성임원의 승진이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10여년 동안 대졸공채 진행시 여성 인력을 30%이상 지속적으로 뽑아오고 있으며 여성 멘토링 제도 운영 등 여성리더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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