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단말 간 메시징 암호화 출시 계획 연기
아동보호단체의 "암호화가 아동학대 포함 범죄 추적 방해 우려" 경고가 배경

 메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단말 간 메시징 암호화 출시 계획을 1년 정도 연기했다고 BBC가 23일 보도했다. 

당초 내년에 메시징 암호화 계획을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아동보호단체와 일부 정치인이 아동학대 조사를 방해할 수 있다며 제지하고 나서자 출시 계획을 2023년으로 미뤘다는 내용이다. 

메타가 준비해 온 메시징 암호화는 단말 간에 오고가는 메시지를 암호화 해 발신자와 수신자만 읽을 수 있고, 서비스 회사인 메타는 물론이고 경찰을 비롯한 법 집행 기관도 읽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이 기술을 메시징 서비스인 '왓츠앱'에만 적용해 왔는데, 이를 다른 앱에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아동보호단체인 NSPCC(Nation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Children)는 '개인 메시지는 '아동 성적 학대의 최전선'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오가는 개인 메시지가 아동 성적 학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초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이 암호화 기술이 아동학대를 포함한 범죄 활동을 추적하는 법 집행을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NSPCC는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전역의 46개 경찰에 정보의 자유 요청을 보내 지난해 아동 성범죄에 사용된 플랫폼을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결과는 9470건 이상의 아동 성 학대 이미지 및 온라인 아동 성범죄가 경찰에 신고됐고, 이 가운데 52%는 페이스북 소유 앱에서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사례의 3분의 1 이상은 인스타그램, 13%는 페이스북 및 메신저에서 발생했다. 왓츠앱을 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는 페이스북 메신저 및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로 암호화를 확장하려는 메타의 계획이 범죄자를 보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NSPCC는 메시지를 암호화하면 아동 학대 이미지나 온라인 그루밍이 더 쉽게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옹호자들은 암호화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파렴치한 해커의 훔쳐보기를 방지한다는 입장이다. 메타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도 지난 2019년 암호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메타의 앤티고네 데이비스 글로벌 안전 책임자는 "이번에 암호화 구현을 2023년으로 연기하는 것은 바로잡을 시간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메타는 전 세계 수십억명을 연결하는 업계 최고의 기술을 구축한 기업으로서 온라인에서 개인 통신과 안전을 보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메타가 시행한 여러 추가 에방조치를 설명했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새 프로필을 반복적으로 설정하거나 모르는 사람에게 많은 메시지를 보내는 등 의심스러운 활동 패턴을 검색하는 '사전 탐지 기술'을 적용하고, 만 18세 미만 사용자를 개인 또는 친구전용 계정에 배치하고 성인이 아직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우 메시지를 보낼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 등이다. 인 앱 팁으로 어떻게 원치 않은 상호작용을 피하는 지에 대한 청소년 교육도 포함했다. 

NSPCC의 아동 안전 온라인 정책 책임자인 앤디 버로우즈는 메타의 조치를 환영했다.

그는 "아동 학대 위험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보유한 후에만 이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NSPCC가 주도하는 130개의 아동보호단체 글로벌 연합이 단말 간 암호화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지 18개월 이상 지났다. 이제 페이스북은 단순히 난제를 풀기위해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아동 안전 위험에 대해 진지함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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