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조사해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진짜’다. 이제는 접두어 형태의 줄임 말 ‘찐-’ 으로도 변모해 더욱 다양하게 우리의 언어 생활에 활용되고 있다. ‘찐 맛집’ ,‘찐 후기’ 등등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처럼 진짜에 집착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만큼 ‘가짜’가 많거나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들도 ‘찐 고객’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브랜드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우리 회사가 제안하는 가치에까지 진정으로 ‘공감’하는 이들이 바로 찐 고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접촉을 통한 소통이 어려워진 지금, 기업이 찐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우수한 품질만으로 공감을 얻어내기란 너무나도 힘든 시대가 되었고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홍보나 이벤트는 오히려 Cherry Picker(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유인할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유일한 대안은 이름에서부터 ‘고객 접촉’을 담보하는 ‘컨택센터’가 아닐까? 오늘날 고객은 비즈니스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원하고 있고 기업은 고객경험을 개선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컨택센터에서는 이처럼 증가된 고객 기대치와 다양해진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허용하는 새로운 기술의 결합이 이루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AI 컨택센터를 도입하는 등 Digital Transformation의 핵심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서비스품질을 넘어 공감이 필요한 시대

코로나19 이후 고객과의 접점이 Un-tact, Digital Contact로 변화함에 따라 고객센터의 IT 솔루션과상담사들의 업무환경, 기업의 운영 계획도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및 Cloud 활용을 특징으로 하는 AI 컨택센터가 고객, 상담사, 기업 등 주요 이해관계자의 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과 솔루션으로서 전세계 기업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기업과 단체 그리고 공공기관 달구는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변화된 시대를 맞이하고 대응하기 위해 컨택센터를 중심으로 AI기반의 디지털 혁신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 더욱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AI 기반 디지털 컨택센터는 고객센터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 전체의 디지털 전략 체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비즈니스 전반에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통신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디지털에 투자한 결과 단순 문의에 대한 인입콜이 줄어들고 있다. 셀프서비스 도구와 챗봇을 통해 단순 문의를 처리하는 것뿐 아니라 최적의 상담 라우팅을 구축하고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사용 경험과 패턴을 예측 모델링해, 향후 우수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이 기업과 고객 사이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Philip Kotler가 최근 발간한 ‘Philip Kotler Marketing 5.0’에서는 AI, VR, AR 등 디지털 기술에 따른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다루면서 동시에 사람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따른 이점 역시 기술하고 있다. Kotler는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 CLV)’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고객 생애 가치란 ‘소비자가 평생에 걸쳐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흐름에 대한 현재 가치’로 고객이 1회적인 소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우리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소비한다는 가정 아래 측정된다. 이 개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이 높은 고객과의 관계를 향상시켜 나가는 데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otler는 고객 생애 가치가 낮은 고객에는 저비용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고객 생애 가치가 높은 고객에는 고비용의 인적 서비스 제공자(Human Assistant)가 관여된다고 보았다.

즉 컨택센터 상담사와 같은 인적 서비스는 디지털 기술인 챗봇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대신 그만큼 높은 고객 생애 가치를 가진 찐 고객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불확실성이 크고 복합적인 문의의 해결 뿐 아니라 감성적인(Emotional) 케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감’이라는 요소와 연결된다. 고객생애가치가 높다는 말은 충성도가 높은'찐 고객'을 의미한다. 이 찐 고객의 확보와 잠금(Lock-in)을 가능하게 위해서는 '공감'이라는 요소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다. 공감이란 키워드는 1872년 Rober Fisher가 미학에서 사용한 독일어 ‘감정이입(die Einfhlung)’에서 유래했다.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1909년 미국의 심리학자 E.B.Titchener가 처음으로 이를 ‘공감(Empathy)’으로 번역했으며, 여기서 감(pathy)은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는 것을 뜻하고 있다. 미국의 고전학자인 Robert Greene은 저서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인간은 누구나 관심에 목마르다고 하고 있는데 타인이 내게 주는 관심에 따라 우리는 그들이 나를 알아주고 인정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공감이란 감정 조율의 도구”라 표현하고 있으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감능력은 필요에 의해 개발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공감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1만 2000명 이상의 상담 경험을 가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정혜신은 공감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며,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중요한 공감의 방법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물어야 알 수 있고, 알아야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을 위한 첫 시작이 바로 ‘질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객의 불편한 점을 질문하고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는 컨택센터는 고객 공감의 최일선에 있다. 이미 글로벌에서는 컨택센터의 미래 방향을 ‘High Touch’로 오래 전에 제시하고, 이를 위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

이번에 KMAC가 ‘한국산업의 서비스품질지수(KSQI) 콜센터 부문’ 조사를 통해 발표한 공감 관련 지표는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기존의 ‘호응어’라는 단어 혹은 언어 중심의 평가 기준보다 더 발전한 것으로 고객의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고차원 공감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컨택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다만 고객과 이러한 고차원의 공감을 나누기 위해서는 컨택센터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Service Quality는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기본적인 Service Quality가 무너지게 되면 고차원적인 공감 또한 없는 것이다. 이미 서비스에 불만족한 고객이 공감을 잘 한다고 만족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품질은 공감을 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며 선택의 여지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Un-tact 시대 ‘찐 고객’ 확보를 위한 고객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상품 및 서비스를 전달하는 기존의 방식이 비 대면으로 크게 변화하면서 기존의 방식에도 다양한 기술적 혁신과 변화가 감지 되고 있다. 특히 Self Service와 비대면 서비스 전달 방식에 대한 변화가 두드러진다. Un-tact 서비스 전달 방식의 변화는 고객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해당 상황에 대한 고객 간 상호작용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객은 기업이 만든 상품과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대상이 아니라 기업과 함께 다양한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서 존재한다. 기업이 제시하는 가치에 대한 중요도를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고객 간 상호작용 또한 활발하게 진행한다.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구매한다고 해서 모두 찐 고객은 아닐 수 있다. 구매 패턴과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충성고객이라고 분류할 수는 있어도 기업에 대한 특별한 호감이나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지 못하면 이탈 가능성이 현저히 높고 비용 탄력적일 수 있다. 경기가 어렵고 위축된 시점에서 Sale이나 가격 프로모션은 구매자들의 단기적인 반복 구매 행동을 촉발할 수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고객가치를 떨어뜨리고 감성적 관계 형성을 반감시키는 부작용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컨택센터가 찐 고객 확보를 위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응대율 중심의 생산성 관리에서 탈피해야 한다.

생산성 중심의 콜 량, 응대율 등의 전통적인 목표는 컨베이어벨트처럼 밀려드는 단순 민원 처리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그렇다고 기본적인 응대가 등한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수신여건 또한 우수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셀프서비스와 챗봇을 통해 단순 문의에 대한 콜센터 집중도를 줄여 수신 여건을 개선하고 상담사는 고객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각 기업마다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가 상이하므로 기업이 처한 현실과 상황에 맞게 고객과 engagement(인게이지먼트)를 형성해야 한다. 가령 콜 타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상담을 한다든지, 기업의 이윤과 상관없이 고객의 혜택을 안내 한다든지, 찐 고객이 처한 상황에 대해 고차원적인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둘째, 고객과의 인게이지먼트 형성을 위해 상담사의 역할이 변화되어야 한다.

미래에 고객 맞춤형 대응은 1차적으로 챗봇, RPA, AI, 콜봇 등 AI 기반의 Virtual Agent(가상 상담사)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여기서 다루지 못하는 부분을 상담사(Live Agent)가 처리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때 상담사는 복합적이고 관계 지향적인 상담 유형과 더불어 각종 리스크, 사기, 불만 응대 등 법적 분쟁 소지와 관련된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상담사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전문가 혹은 문제해결 전문가로서 역할 변화를 꾀해야 한다.

고객이 상담사에게 문의 또는 불만을 접수했을 때 고객은 2가지를 기대하게 된다. 하나는 실리적인 만족이고, 하나는 심리적인 만족이다. 대부분의 컨택센터는 이 중 실리적인 만족을 위해 빠르고 정확한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본 고객들이라면 실리적인 만족뿐 아니라 심리적인 만족도 본능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다. 심리적인 만족을 주기 위해서는 상담사들이 관련 지식에 대한 전문성 함양과 더불어 고객과의 공감을 위해 화법에서도 ‘응대’ 스킬 뿐 아니라 ‘상담’ 스킬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상담사들이 이와 관련하여 원활한 업무가 진행될 수 있도록 스스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자발적으로 노력하게 하려면 조직 또한 평가 및 보상, R&R 조정 등 면밀한 점검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컨택센터가 지식 구축 부서로 변모해야 한다.

고객 지원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셀프서비스, 챗봇, Visual IVR, Voice Bot 등 다채널로의 분산을 위해서는 지식 관리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 전담화 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지만, 새로운 문의가 발생할 때마다, 고객이 듣는 방법과 묻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상담사에게 지식 정보의 작성이나 갱신을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고객 응대에 필요한 지식 정보가 수천, 수만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출시, 업데이트, 캠페인 때마다 갱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STT, TA, RPA 등 컨택센터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IT 솔루션들도 가장 기본인 지식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면 셀프서비스와 챗봇은 오히려 불만족을 야기하게 된다. 민원과 더불어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고객을 컨택센터로 집중시키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이 반복된다면 고객은 기업의 로열티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단순 FAQ 관리를 넘어서 문의를 방지하기 위한 지식 구축 부서로서 컨택센터의 역할을 추가해야 한다.

넷째, 고객과의 소통 채널은 분산되었지만 채널은 통합 관리되어야 한다.

고객은 상품 및 서비스 사용에 있어서 needs의 발현에서부터 탐색, 구매 과정을 거쳐 해당 상품 및 서비스가 소멸하고 잔여 사용 경험을 주위에 전파하기까지 꽤 오랜 여정을 겪게 된다. 컨택센터는 이러한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곳이다. 앞서 언급하였던 고객에게 실리적인 만족 및 심리적인 만족을 주기 위해선 고객의 현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제18차 ‘대한민국 채널&커뮤니케이션(KCCM)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고객은 채널이 분산된 만큼 다채널을 이용하고 문의하고 있으나, 응답이 서로 상이했다”고 답한 이용자가 56%에 달했다. 같은 내용에 대해 콜센터와 챗봇이 서로 상이한 답변을 하면 고객 불만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는 Omni채널 관점에서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다. 또한 채널 이용과 고객 가치에 대한 조사 결과 “콜센터와 디지털 채널 이용 만족도가 높은 고객의 재 구매 의사”가 70%대에 달한 반면, 만족도가 보통인 고객의 재 구매 의사는 10%대에 머물렀다. 다양한 채널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중요함을 역설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고객이 문의 전 최근 홈페이지에 접속한 이력, 상품 및 서비스의 구매 시점, 타 채널에서의 문의 접수 현황 등 고객의 여정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솔루션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앞으로 컨택센터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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