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부족의 해소 시점이 내년 이후로 멀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자동차나 가전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돼 가고 미국 애플도 지난 27일 스마트폰 ‘아이폰(iPhone)’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최근의 반도체 발주 물량이 실수요를 훨씬 상회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올해 초에, 반도체 공장이 많은 미국 텍사스 주에 한파가 닥치고 일본 이바라키 현에 있는 르네사스 테크놀로지의 나카 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나는 등 공급을 저해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이들 악재가 거의 복구됐음에도 연내로 기대돼 온 수급 정상화 시기는 후퇴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 통계 (WSTS)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시장은 4403억 달러(약 480조 원)로 10년 전의 1.5배 가깝게 됐다. 자동차나 가전의 디지털화, 5G 이동통신의 보급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강세인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배경으로 게임기용 수요도 증가 추세다. 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 시장은 연 10~20% 증가하는 속도로 팽창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지난 몇 년 간 최첨단 제조 기술의 개발을 우선시하고 생산능력 증강은 억제했다. 영국 조사기업 옴디어에 따르면 세계 생산능력은 2017~2019년 정체 상태했다. 2020년부터 확대됐지만 수요 증가를 따라 가지는 못했다.

반도체 부족은 특히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비(非) 첨단(구세대) 반도체에서 두드러진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2020년 말부터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다음달 아이치 현에 있는 다카오카 공장의 일부 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하는 등 감산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도 감산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은 우선적으로 자동차용 공급 할당을 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여파로 산업기기에서는 반도체의 부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애플도 두뇌에 해당하는 최첨단 반도체 주변에 탑재하는 반도체를 입수하는데 고전하고 있다. PC나 태블릿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손실 매출이 2분기(4~6월)에 약 30억 달러(약 3조 원)에 달했다. 3분기(7~9월)에는 아이폰에도 영향을 미쳐, 손실 매출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증산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 단체인 SEMI는 지난 14일 2022년 반도체 제조 장비의 세계 판매액이 1013억 달러(약 110조 원)로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0년 말 예상 대비 33% 상향 조정한 것이다.

그래도 미국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정상화까지 1~2년 걸린다”고 내다봤다. 현재는 증산을 위한 제조 장치에 들어가는 반도체까지 부족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여러 업체에 주문하는 다중 발주가 확산되면서, 반도체 업체의 생산 증강 문제를 더 복잡하게 몰아가고 있다. 실수요 파악이 어려운 데다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면 코로나19에 따른 특수수요가 시들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과거에 적극적 투자와 그 후의 시황 악화라는 쓴 경험을 겪었다. 이번에도 전철을 밝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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