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많이 변했다. 내가 어릴 때는 장래 희망을 물을 때 대통령, 박사, 과학자, 의사 등 가질 수 없는 꿈을 꾸곤 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현실적인 장래를 생각하는 것같다. 특히, 자본주의에 일찍이 물들어 있는 아이들은 현실을 일찍 깨닫고 꿈도 소박하게 꾼다. 그래서 유행하는 단어가 ‘소확행’이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 그들이 원하는 것은 허황되고 실현되지 않는 꿈으로 좌절하기 보다는 실천하거나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목표를 설정하고, 확실하게 얻음으로써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그래서 올 한 해는 소박하지만 확실하게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행동하는 삶을 내 자신에게 소망해 본다.

우연히 매체를 통해 들었던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미래는 먼저 시작하는 사람 것이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아니 불과 한 시간 앞도 예견할 수 없다. 뛰어난 IT기술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앞으로 벌어질 것을 미리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개인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여 공부하고 준비한다. 공부를 한다고 하면 보통 나 자신보다 주변을 먼저 돌아본다. 주변 공부를 먼저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어떻고, 국내 시장 동향이 어떠하며, 선진 사례를 따져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 해는 나 자신부터 먼저 공부해 보자. 내가 누구이며.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 학생들을 상대로 진료상담을 할 때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찾는 데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분야가 유망할 것인가보다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학생, 직장인, 퇴직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쩌면 우리는 늘 주변 환경분석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정작 최고의 상품인 자신에 대한 분석, 즉 자신이 어떤 것에 흥미가 있고 가능성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한 채, 세상과 회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만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먼저 자신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는 객관적 기초 자료가 필요하다. 학생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학교 상담실 혹은 외부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하여 심리진단이나 업무 선호도 검사를 받았다. 아마 직장에서 이런 검사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검사를 받아 본 적이 없다면 인터넷 상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무료 적성검사 방법을 통해 진단할 수도 있다. 이런 진단은 설문에서 답한 것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과 보고서가 나온다. 분석 결과를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맞는 점들을 발견하면서 신기해 하곤 하지만, 그 후 이 내용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결과지를 읽거나 간단한 설명만 들었을 뿐, 성찰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결과지를 보면서 우선 자신이 동의하는 것, 즉 자신도 알고 있었던 자기 모습과, 자신이 보고 놀란 점, 즉 자기도 모르고 있었을 수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 자신을 내가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주변 사람들을 통해 확인해 보는 과정에서 내가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생각에서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나 부담없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는 것도 좋다. 이처럼 객관적 조사 결과를 개인적 삶의 역사와 연결하는 작업이 꼭 필요한데 혼자서 솔직하게 자신의 진짜 모습과 대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대부분 매일 매일 ‘살던 대로’ 산다. 때론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걱정하지만, 다시 관성대로 살아간다. 일상적인 삶이 피곤하고 고민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미래를 재설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귀찮아 한다. 연말 연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기 성찰과 자기 계발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 남들이 이야기하는 책, 칼럼, 강연보다는 ‘나를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가벼운 여행을 가는 것도 중요하다. 가까운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거나, 한적한 고향을 찾아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그 기간동안 남의 글을 읽기보다는 내가 직접 나에 대한 글을 써보는 것도 좋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나는 지금까지 어떤 경험을 해왔고, 그 경험들이 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 스스로의 삶을 설계하고 그대로 살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상옥 소장
이상옥 소장

 

저작권자 © 테크데일리(TechDail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