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쿄농공대, 홀로그래피 원리 이용해 개발

“고글에서 글래스로 그리고 콘택트렌즈로….”

공상과학(SF)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첨단의 AR(증강현실) 단말기를 향한 연구가 진전되고 있다. 최근 일본 도쿄농공 대학의 다카기 야스히로 교수팀은 홀로그래피 기술을 응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콘택트렌즈 타입 AR 단말기를 개발해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AR 전용 단말기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호로렌즈’와 같은 고글 타입이 주류다. 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 분야나 공장근로자 연수 등 특정 용도를 중심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그 속도가 시원스럽지는 않다.

일정 크기에 무게가 나가는 단말기를 몸에 부착해야 한다는 보급 확대에 있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그래서 더 작고 가벼운 글래스(안경) 타입 단말기가 관심을 끈다. 미국 애플도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눈에 넣어 사용하는 콘택트렌즈 타입 실현되면 번거롭게 몸에 부착해야 하는 일은 더 이상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고글 타입과 안경 타입에 비해 소화할 수 있는 시야각도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카기 교수는 “(AR 단말기) 최종판은 콘택트렌즈 타입”이라고 말한다.

눈에 밀착하는 콘택트렌즈 타입은 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가 핵심이다. 일반 디스플레이의 경우 안구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시켰다 해도, 눈과 제대로 초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특수 마이크로렌즈를 사용해 안구가 지닌 렌즈의 역할을 상쇄하면서 망막 상에 직접 빛을 모으는 방법이 연구돼 왔다. 이 방법은 눈앞에 펼쳐지는 AR 콘텐츠를 선명하게 볼 수 있지만 반대로 현실 세계로 넘어오면 초점이 흐려진다.

그래서 다카기 교수가 주목한 것이 홀로그래피다. 홀로그래피는 실제의 물체가 발하는 빛의 파면을 재현해 디바이스(장치)에서 떨어진 공간에 입체물이 실재하는 것처럼 떠오르게 한다. 콘택트렌즈 타입 단말기에 응용하면 현실세계와 AR 표시 양쪽 모두에 초점이 맞는 표시가 용이해진다.

홀로그래피는 투영 방식의 버추얼(가상) 키보드 등에서는 사용돼 왔는데, 두께가 아주 얇은 콘택트렌즈 타입 단말기에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연구팀은 표시에 사용되는 백라이트의 슬림(박형)화에 착수했다. 그 결과로, 콘택트렌즈의 가장자리에서 발생시킨 레이저광을 특수 필름 등으로 구성하는 두께 0.1밀리미터 정도의 백라이트를 통해 AR 표시기구 전체로 확장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일련의 동작 원리를 확인했고, 그 성과는 미국광학협회의 학술지에 게재됐다. 향후 실용화를 겨냥해 연구개발을 계속한다. 이미 전 세계의 연구소와 기업 등에서 공동 연구 등의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실용화 과제는 홀로그래피 표시에 필요한 액정구동회로 등의 소비전력 절감 등이다.

AR 콘택트렌즈의 용도는 단순히 콘텐츠의 표시에 그치지 않는다. 다카기 교수는 의료나 요양 일을 돕는 부착 타입 로봇을 예로 들며 “인간의 시력을 보강하는 방향으로도 활용해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차세대 디바이스의 주력

VR(가상현실) 단말기의 보급이 진행되는 가운데도,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은 AR 단말기는가 스마트폰을 이어 차세대 모바일 기기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외에 글래스 타입 단말기 ‘구글 글래스’를 전개하는 미국 구글은 2020년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캐나다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눈에 가까운 위치에서 사용하는 AR 단말기는 스마트폰 전용 디스플레이에 비해 작고 더 높은 정밀도가 요구된다. 유기EL디스플레이를 소형화한 ‘마이크로 유기EL’ 미세한 발광다이오드(LED)를 촘촘히 나열해 이미지를 표시하는 ‘마이크로 LED’ 등이 유망하다.

콘택트렌즈 타입 단말기 개발에서는 미국 스타트업 모조 비전이 선두다. 마이크로 LED를 사용하는 방식이며, 인터넷 접속 기능도 개발했다. 2020년에는 일본 콘택트렌즈 업체 메니콘과 제휴했다. 미국 스타트업 이노베가는 콘택트렌즈와 안경 타입 단말기를 결합한 방식을 개발했다.

전기의 공급 방법이나 안전성 확인 등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콘택트렌즈 타입 단말기에 이어 안구 그 자체에 AR 기능을 심어 넣는 기술이 보급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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